국내 연구진이 발사체 엔진을 냉각하는 ‘복사 냉각 노즐(Radiative Cooling Nozzle)’의 성능 시험에 성공했다. 복사 냉각 노즐은 자연적으로 열을 방출하는 복사 방식으로 엔진이 내부 열을 견딜 수 있게 도와 발사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성공하면 국내 발사체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24일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에 따르면 소형발사체연구부 연구진이 최근 메탄·산소 연소기에 복사 냉각 노즐을 적용해 최대 연소시간 60초 동안 효과적으로 엔진의 열을 방출하는 기술 검증 실험에 성공했다.
발사체 엔진은 연소실 내부에서 연료를 태운다. 이때 발생한 고온·고압의 연소 가스를 원뿔 모양의 노즐로 뿜어내 추진력을 얻는다. 연소 가스의 온도는 섭씨 3500도를 넘을 정도로 뜨겁다. 연소 가스의 열을 제때 식혀주지 못하면 화재가 발생하거나 부품이 녹아내려 고장을 유발한다. 그만큼 엔진의 열을 관리하는 기술은 발사 성공을 좌우하는 중요 요소다.
항우연 연구진은 열을 견디는 고내열 소재로 노즐을 만들어 별도의 냉각 없이도 엔진이 자연적으로 열을 방출하도록 했다. 복사 냉각 노즐이라고 불리는 이 방식은 기존 냉각 방식에 비해 구조가 간단해 엔진 제작과 유지·보수 비용을 줄이고 무게를 가볍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연구진은 3D(입체) 프린터에 고내열 소재인 니오븀(Nb) 합금 분말을 잉크로 넣어 노즐을 만들었다. 노즐 표면에는 내산화 코팅을 했다. 최근 검증 실험은 복사 냉각 노즐이 효과적으로 내부의 열을 방출하며 엔진 성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60초 동안 엔진을 작동하며 고온의 연소 가스가 발생했으나, 복사 냉각 노즐을 사용해 다른 부품의 손상이 일어나지 않았다.
복사 냉각 노즐을 개발한 김현준 책임연구원은 “금속 소재의 특성상 노즐 확장부는 높은 온도에서 산화돼 코팅 기술이 중요하다”며 “이 기술은 전략기술로 분류돼 그동안 해외 기술의 국내 적용이 어려웠는데 국내 업체인 인스텍(InssTek), 베델표면처리연구센터와 함께 자체적으로 기술 개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했다.
최종 연구 목표는 연소 가스가 방출되는 노즐 확장부 끝단까지 이어지는 복사 냉각 노즐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다. 노즐 확장부에 복사 냉각 방식을 적용하면 발사체 성능의 손실 없이 엔진의 무게와 제작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앞서 나로호, 누리호에 들어간 재생냉각 방식은 엔진 내부에 냉각 유체가 흐르는 통로를 만들어 두께가 증가하면서 전체 무게가 증가하는 단점이 있다. 복사 냉각 기술을 적용하면 별도의 구조물 없이도 엔진을 냉각할 수 있어 엔진 무게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그만큼 발사 비용을 절감하는 데 효과적이다. 이미 미국 스페이스X의 팰컨9의 상단 엔진에 활용된다.
김현준 책임연구원은 “국내에서 완벽히 복사냉각 노즐 제작 기술을 개발했다기보다는 개발 성공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며 “개발이 완료되면 로켓 엔진 기술 고도화에 필요한 요소 기술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계속적으로 연구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