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업계 뱀띠 리더들. 1953년생인 김한기 신신제약 회장, 1965년생인 성무제 에스티팜 대표, 1977년생인 이창재 대웅제약 대표, 1989년생인 최윤정 SK바이오팜 사업개발본부장(왼쪽부터)./각 사
신신제약의 주력 제품인 신신파스 아렉스. 2016년 3분기까지 약 61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신신제약

새해 을사년을 맞아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활약하는 뱀띠 리더들이 주목받고 있다. 올해는 전 세계적인 경기 불황과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등으로 시장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연구개발(R&D) 투자와 신성장 동력을 찾을 이들의 리더십에 관심이 집중된다.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가 지난 2024년 11월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글래드 호텔에서 열린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한미그룹 밸류업 및 중장기 성장전략 기자회견에 참석해 경영권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2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우선 1953년생 리더로는 김한기 신신제약 회장이 있다. 창업주인 고(故) 이영수 명예회장의 사위인 김 회장은 1986년 신신제약에 입사해 주요 보직을 거쳐 2003년 대표에 올랐다. 이후 이 명예회장과 함께 중앙 연구소를 설립해 R&D 역량을 강화했고, 지난 2016년 기업공개(IPO)까지 직접 이끌었다.

과천 휴온스동암연구소./휴온스

김 회장은 대표 제품인 신신파스 아렉스의 탄생을 주도하며 파스의 명가라는 타이틀도 따냈다.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 회장직을 맡아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제약 산업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도 노력했다.

올해 환갑을 맞는 1965년생 리더는 성무제 에스티팜 대표가 있다. 성 대표는 지난해 6월 동아쏘시오홀딩스 자회사인 에스티팜의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성 대표는 고려대 화학과 졸업 후 서강대에서 유기화학 석사를 취득하고 미국 하버드대에서 박사 후 과정을 마쳤으며, 미국 노바티스에서 약 20여 년간 근무하며 다양한 신약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에스티팜은 메신저리보핵산(mRNA)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mRNA 치료제의 핵심원료인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올리고핵산) CDMO 글로벌 3위에 올랐으며, 올해 초 완공을 앞둔 올리고핵산 공장의 CDMO 물량까지 확보했다. 올리고는 DNA와 리보핵산(RNA)을 구성하는 분자인 뉴클레오타이드(핵산을 구성하는 분자)를 여러 개 결합한 고분자 물질이다. 에스티팜은 자체 캡핑 기술인 ‘스마트캡’의 안전성과 우수성을 입증해 향후 mRNA CDMO 수주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스마트캡은 mRNA 분자 끝단에 뉴클레오타이드를 씌워 mRNA를 안정적으로 합성하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기술을 바탕으로 올해 성 대표가 올리고 CDMO 사업 수주를 이끌어 매출 성장에 기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977년생 리더로 이창재 대웅제약 대표가 꼽힌다. 이 대표는 2002년부터 대웅제약에서 전문의약품 영업부터 마케팅까지 현장 경험을 갖췄고, 전문의약품(ETC)영업·마케팅본부장, 경영관리본부장, 부사장 등을 거쳐 2021년 신규 대표로 선임됐다. 지난해에는 연임에 성공해 올해도 대웅제약을 이끌게 됐다. 지난해 매출 1조원대 클럽에 들어선 만큼, 올해 어떤 성과를 낼지 관심이 쏠린다.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는 1977년생 뱀띠다. 한미약품그룹의 창업자인 고 임성기 회장의 차남으로, 지난해 초부터 모친 송영숙 회장과 누나 임주현 부회장 등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최근 연합을 이뤘던 형 임종윤 이사가 모녀 측에 지분을 매각하고 경영권 분쟁 종식을 합의하면서 사실상 임 대표의 패배로 일단락됐다. 임 대표의 해임안이 오는 3월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주총회의 특별 안건으로 올라와 있는 만큼 향후 임 대표의 거취에 관심이 집중된다.

1989년생 리더로 최윤정 SK바이오팜 사업개발본부장(부사장)과 윤인상 휴온스글로벌 전략기획실장이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장녀인 최 본부장은 2023년 말 그룹 임원 인사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지난달에는 SK그룹의 미래 성장 사업 발굴을 위해 지주회사인 SK에 신설된 ‘성장 지원’ 담당에도 임명됐다. 최 본부장은 바이오 사업 경력을 바탕으로 미래 먹거리를 찾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SK바이오팜의 대표 제품인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는 2019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고 회사의 주력 캐시카우(현금 창출원)로 자리 잡았다. 회사는 이를 바탕으로 차세대 모달리티(Modality·약물전달기술)로 표적단백질분해치료제(TPD)와 방사성의약품(RPT), 세포치료제(CGT) 개발에 주력할 예정이다. 지난해 8월에는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업 테라파워와 고순도 악티늄(Ac)-225 공급 계약을 맺어 치료용 방사성 동위원소도 확보했다. 이 계약은 최 본부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테라파워는 SK그룹이 2022년 3000억원을 투자해 선도 투자자로 참여한 기업이다.

최 본부장은 지난해 10월 말 열린 SK그룹 최고경영자(CEO) 세미나에 참석한 데 이어 지난달 4일 열린 SK AI 서밋 2024에도 모습을 드러내며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다. 그는 미국 시카고대에서 생물학을 전공하고, 시카고대 뇌과학연구소 연구원과 베인앤드컴퍼니 컨설턴트 등을 거쳤으며, 2017년 SK바이오팜 경영전략실 전략팀에 선임 매니저(대리급)로 입사했다. 2019년에는 휴직하고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생명정보학 석사 과정을 밟았으며, 2021년 7월 복직해 지난해 1월부터 글로벌투자본부 전략투자팀장으로 승진한 데 이어 1년 만에 부사장을 맡으며 그룹 내 최연소 임원이 됐다.

윤인상 실장은 지난해 7월 휴온스·휴온스글로벌 상무로 승진했다. 윤 상무는 휴온스그룹 창업주인 고 윤명용 회장 손자이자 윤성태 휴온스그룹 회장의 장남이다. 미국 에모리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2018년 휴온스에 입사해 로컬사업본부, 마케팅실, 개발실 등을 거쳤다. 윤 상무는 승계 후에도 경영 전면에 나서기보단 신성장동력 발굴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휴온스그룹은 의료기기,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으며, 신약 분야에선 안구건조증 치료제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에는 지난해 9월 준공한 휴온스동암연구소에 R&D 역량을 결집해 미래 먹거리인 비만·당뇨 신약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주사제 형태인 펩타이드 계열 비만약을 알약 형태의 먹는 제형으로 바꾸는 핵심 기술을 개발 중이다. 투약 편의성을 높여 비만약 시장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