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인공위성 스타트업 텔레픽스는 지난해 8월 인공지능(AI) 프로세서 ‘테트라플렉스’를 인공위성에 실어 우주로 보냈다. 테트라플렉스는 엔비디아의 AI 칩을 탑재, 우주에서 수집한 정보를 위성에서 처리한다. 위성이 촬영한 데이터는 대부분 지상국에서 처리된다. 데이터를 그대로 지상으로 보내면, 용량이 너무 크고 시차가 커진다. 이 때문에 위성에서 불필요한 데이터를 제거하는 전 처리가 필요하다. 기존 컴퓨터로는 이런 전 처리 과정에 6분 이상 걸리지만, 테트라플렉스는 지난해 10월 실증에서 AI를 활용해 11초 만에 끝냈다. 우주 연구의 정확도가 그만큼 향상될 수 있는 것이다. 텔레픽스는 지난달 위성 특화 AI 챗봇 서비스인 ‘샛챗’을 출시하기도 했다.
민간 우주 스타트업들도 AI 개발에 열중하고 있다. 자본이나 투자금이 적은 스타트업은 위성이나 발사체 등 막대한 비용이 드는 사업에 쉽사리 뛰어들기 어렵다. 대신 위성 촬영 영상을 AI로 분석하거나 활용한 서비스를 통해 수익을 창출한다. 시장조사 기관 리서치앤마케츠에 따르면 세계 우주 AI 시장 규모는 2024년 44억달러(약 6조4700억원)에서 2028년 128억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에스아이에이(SIA)는 위성 영상을 AI로 분석해 국방, 기상, 농업 등 다양한 분야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회사는 위성 영상 내 해상도가 낮은 영역을 생성형 AI가 스스로 찾아내 화질을 개선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AI로 기상 위성 영상을 분석해 이상기후나 재난 시작점을 예측하고, 국방 영역에서는 감시·정찰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해외 스타트업도 비슷하다. 미국 우주 기업 슬링샷 에어로스페이스는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과 함께 수많은 인공위성으로 구성된 군집 속에서 이상 행동을 하는 위성을 골라내는 AI ‘애거사’를 개발했다. 스파이 인공위성이나 공격용 인공위성을 찾아내는 것이다. 미국 스파이어 글로벌은 위성이 수집한 영상을 AI로 분석해 선박 추적 데이터나 날씨 예측 정보를 제공한다. 우주 업계 관계자는 “각종 발사체와 인공위성, 우주선에도 제어와 통신, 궤도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가 적용되고 있다”며 “AI가 탑재된 인공위성은 복잡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어 산업 분야에서도 활용도가 넓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