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울산에서 시속 100㎞를 넘나드는 차량 추격전이 대낮에 벌어졌다. 정차 중인 오토바이를 들이받은 승용차가 중앙선을 넘어 도주하기 시작했고, 이 장면을 본 택시가 뒤쫓은 것이다. 도주 차량은 100㎞ 이상 속도로 내달렸고, 이를 끝까지 추격한 택시가 경찰에 신고해 결국 범인을 붙잡았다.

GIST(광주과학기술원) 연구진이 개발한 발사 부착탄을 차량을 향해 쏘는 장면. 연구진은 "다양한 전자 기기를 장착할 수 있어 재난 안전과 국방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다"고 했다. /GIST(광주과학기술원)

영화라면 박진감 넘칠 장면이지만 현실에서는 위험천만한 차량 추격전에서 유용한 기술이 개발됐다. 위치추적기가 장착된 발사부착탄을 도주 차량을 향해 쏘면, 단단하게 달라붙어 해당 차량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방식이다.

광주과학기술원(GIST)이 개발한 이 기술이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스’를 통해 최근 공개됐다. 최대 10m 거리의 차량을 향해 쏴도 단단하게 부착되는 비결은 탄성 접착 물질과, 회전 펼침 부착 기술에 있다. 연구진은 피자 도우(반죽)를 돌려서 얇고 넓게 펼치듯 탄성 접착 물질을 발사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GIST(지스트)는 “회전을 통해 접착 물질의 면적이 넓어져 부착에 유리하고, 회전 관성으로 인해 접착 물질이 목표물을 향해 직진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탄성 접착 물질을 달리는 차량뿐 아니라 기둥과 강철 격자 등 좁고 울퉁불퉁한 표면에도 붙일 수 있게 됐다. 자동차 몸체뿐 아니라 유리와 범퍼 등에도 잘 붙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기술은 화재 등 재난 현장을 살피는 용도로도 쓰일 전망이다. 무선 카메라를 장착한 탄성 접착 물질을 재난 현장에 발사하여 부착시켜 상황을 모니터링하는 식이다. 이를 통해 생존자 확인과 구조 작업을 보다 안전하게 할 수 있다고 GIST는 밝혔다.

GIST(광주과학기술원) 기계로봇공학부 연구진이 개발한 발사 부착탄. 원심력에 의해 접착 물질이 얇고 넓게 펼쳐진다. /GIST(광주과학기술원)

연구진은 시속 60㎞로 주행 중인 차량 후면을 향해 위치 추적 장치를 발사·부착시켜 실시간 위치 정보를 파악했다. 또 도심·고속도로·커브길 등 다양한 주행 환경에서도 부착 상태가 유지되는 것을 확인했다. GIST 기계로봇공학부 이종호 교수는 “스파이더맨이 거미줄을 발사해 연결하는 것처럼, 끈을 연결한 발사부착탄을 발사하여 부착시키는 것도 가능하다”며 “이는 위급 상황에서 구호품을 전달하거나 인명을 구조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