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5일 민간 우주 기업이 만든 2대의 무인 달 착륙선이 동시에 우주로 발사된다. 지난해 2월 미국 기업 인튜이티브 머신스의 ‘오디세우스’가 민간 최초로 달 착륙에 성공한 지 약 1년 만이다. 오디세우스는 달에 착륙하는 과정에서 옆으로 넘어지듯 기울어져 태양광 충전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결국 열흘을 버티지 못해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

오디세우스에 이어 이번에 미국과 일본 기업이 쏘아 올리는 달 착륙선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세계 최대의 우주 기업 스페이스X의 발사체에 탑재돼 우주로 향한다. 달 탐사의 모든 과정을 민간 기업이 주도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그래픽=김현국

◇미·일 민간 달 착륙선 우주로

미 항공우주국(NASA)은 15일 미국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미국 우주 기업 파이어플라이의 달 착륙선 ‘블루 고스트’와 일본 우주 기업 아이스페이스의 ‘레질리언스’가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에 탑재돼 발사될 예정이라고 12일 밝혔다.

블루 고스트는 달까지 약 45일간 이동해 3월 초 달 앞면 북동부에 위치한 ‘위난의 바다(Mare Crisium)’에 착륙할 계획이다. 2027년으로 예정된 달 유인(有人) 탐사에 앞서 NASA의 과학 조사 임무를 수행한다. 이를 위해 전기장과 자기장으로 달 반지름(1737㎞)의 약 60%에 해당하는 1100㎞ 깊이까지 달 내부를 탐사하는 계측기, 지구와 달 사이의 거리를 측정하는 반사경 등이 탑재됐다. 또 달의 일몰 이미지를 촬영하고, 달의 황혼 동안 달 표면이 어떻게 태양의 영향을 받는지 등을 관찰한다. 블루 고스트는 높이 2m, 폭 3.5m의 달 탐사선으로, 약 14일간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일본의 레질리언스는 블루 고스트와 함께 발사되지만 5~6월은 돼야 달에 착륙할 전망이다. 연료 절감을 위해 지구에서 약 100만㎞ 지점까지 나아간 뒤, 지구 중력으로 가속해 달까지 날아가는 우회 경로를 택했기 때문이다. 착륙 예정지는 달 앞면 북극 인근의 ‘추위의 바다(Mare Frigoris)’다. 임무에 성공할 경우 달 탐사선 중 가장 북쪽에 착륙하게 된다. 레질리언스는 달 토양을 채취하기 위해 높이 26㎝의 초소형 달 탐사차 ‘티네이셔스’를 탑재하고 있다. 티네이셔스는 전방에 장착된 HD 카메라로 달 표면의 이미지를 촬영하고, 삽으로 달 샘플을 수집한다.

그래픽=김현국

◇달 탐사도 민간이 주도

이번 달 탐사 임무는 NASA의 유인 달 탐사 프로젝트 ‘아르테미스 계획’과 연계한 ‘민간 달 탑재체 수송 서비스(CLPS)’의 일환이다. NASA는 CLPS를 통해 여러 민간 기업에 달 탐사 프로젝트를 배분하고,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현재 파이어플라이를 비롯해 14개 기업이 달 탐사선 임무를 진행하고 있으며, 2028년까지 계약액은 26억달러(약 3조8300억원)에 달한다. 아이스페이스는 미국 비영리기관 ‘드레이퍼’와 함께 CLPS에 참가하고 있다.

민간 기업의 달 탐사선 개발은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스라엘의 스페이스IL이 개발한 달 탐사선 ‘베레시트’는 2019년 4월 달 착륙 중에 표면에 충돌해 폭발했다. 일본 아이스페이스가 2023년 4월, 미국 애스트로보틱이 지난해 1월 잇따라 달 탐사선을 보냈지만 실패했다. 이후 달 탐사선 개발을 민간이 주도하는 것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됐지만, 지난해 2월 인튜이티브 머신스의 오디세우스가 착륙에 성공하면서 민간 달 탐사 계획이 허황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했다. NASA는 “달 기지는 인류가 화성을 비롯해 다른 목적지로 갈 수 있는 출발점”이라며 “앞으로도 NASA는 민간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달을 탐사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