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원자력 전문가들이 원자력발전소 계속운전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경고했다. 현행 계속운전 제도에 변화가 없으면 2030년부터 추후 10년간 연간 1조원에 달하는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문주현 단국대 교수는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정책세미나에서 발제자로 나서 “미국은 계속운전을 통해 원전을 80년 이상 운전하기도 한다”며 “미국은 초기 원전 운영 허가가 40년, 계속운전은 20년 단위로 가능하지만 한국은 10년 단위로 계속운전을 심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정책세미나는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이 ‘원전 계속운전 제도 이대로 괜찮은가’를 주제로 열렸다. 발제는 문주현 교수가 맡았고, 전문가 토론 좌장은 정범진 경희대 교수가 맡아 국내 전문가들이 의견을 모았다. 토론에는 김창현 한국수력원자력 안전연구소장, 박원석 원전산업정책연구센터장, 박상덕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장, 고범규 사실과과학네트웍 이사, 조정아 한국원자력안전위원회 안전정책국장이 참여했다.
문 교수는 “원전의 계속운전은 탄소중립과 온실가스 감축 달성을 위해 가장 효율적인 방안이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계속운전을 효과적인 탄소중립 이행 수단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안정적으로 전력을 수급하는 데도 계속운전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원전의 계속운전 제도는 설계 수명이 지난 이후 안전성을 보완해 운영을 계속하는 방식이다. 국내법상 설계수명이 만료되면 그 시점부터는 원전을 운영할 수 없다. 한국의 원전 계속운전 심사 주기는 10년으로 다른 나라보다 짧고, 심사 기간이 오래 걸려 심사를 기다리는 동안 원전이 멈추는 일이 잦다.
원전이 멈춘 이후 계속 운전 허가를 받더라도 운전이 가능한 기간은 수명 만료 후 10년으로 정해져 있다. 가령 계속운전 심사에 4년 이상 걸려 설계 수명이 끝나고 4년 뒤 계속운전 허가를 받는다면 실질적으로 원전의 운전 가능한 기간은 6년뿐이다. 문 교수는 “원전의 안전성을 충분히 확인하면서도 사업자가 10년 이상 실질적인 운전 기한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지금 제도에서는 심사가 길어질수록 계속운전 기간이 줄어드는 형태니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범진 교수도 “현행 10년 단위의 계속운전 허가 연장을 미국처럼 20년 단위로 가는 게 맞는다고 보인다”며 “계속운전 허가 기간을 수명 만료 10년 후로 할 것이냐, 심사가 끝난 후 10년으로 할것이냐도 우리에게 남은 과제”라고 말했다.
원전 계속운전 제도의 한계로 국내에 경제적인 손실이 크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창현 소장은 “한빛 1호기 하나가 1년 멈추면 4000억원 정도 손실이 나고, 현재 기준으로는 최대 1조원까지 손실을 감내해야 한다”며 “향후 5년 동안 원전 10기가 멈춘다면 손실금은 10조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도 개선의 키를 쥐고 있는 정부와 국회가 미온적인 것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왔다. 박상덕 센터장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가 정부와 간담회에 나서며 계속운전에 긍정적인 시그널은 보내지만, 정작 (야당) 의원들은 계속 탈원전을 강화하는 법안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조정아 원안위 국장은 “원안위는 계속운전 제도 개선을 위해 계속 논의하고 있다”며 “오늘 의견을 반영하면서 안전성을 최대한으로 담보한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