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의 인수·합병(M&A)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규제 완화와 인공지능(AI) 기술 발달 등이 맞물려 제약·바이오 기업 간 합종연횡이 가속될 것이란 관측이다.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 최대 규모 행사인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JPM)’가 개막한 14일 존슨앤드존슨(J&J), 일라이릴리 등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이 M&A 거래 등을 발표했다.
이날 J&J는 미국 바이오 회사 ‘인트라 셀룰러 세러피스’를 146억달러(약 21조43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인트라 셀룰러는 중추신경계 질환 전문 기업으로 미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조현병·양극성 장애 신약 ‘카플리타’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 거래는 지난해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가 165억달러에 미국 위탁 개발 생산(CDMO) 기업 카탈란트를 인수한 것에 육박하는 규모의 제약·바이오 M&A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도 이날 암 치료제 전문 기업 IDRx를 11억5000만달러(약 1조68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벤 카펜터 JP모건 글로벌 헬스케어 투자은행 부문 공동대표는 이날 행사에서 “과거 기록을 보면 행정부와 상원·하원이 같은 당인 ‘3위 일체’를 이룰 때 미국 주식시장에 매우 긍정적인 경향이 있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상원·하원 다수당이 모두 공화당으로 같아 제약·바이오 분야도 상승세를 탈 것이라는 의미다.
엔비디아는 이번 행사에서 아이큐비아, 일루미나, 메이요 클리닉과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아이큐비아는 세계 최대 규모의 임상 시험 서비스 기업으로, 수십 년간 구축한 헬스케어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이 데이터에 엔비디아의 AI 기술을 결합해 대화 형식으로 의료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맞춤형 AI 개발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유전체 분석 기업인 일루미나와는 유전체 데이터에 AI를 결합해 심층 분석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미국 대규모 종합병원인 메이요 클리닉과는 환자 기록을 활용해 AI 기반 병리학 플랫폼을 개발할 예정이다. 킴벌리 파월 엔비디아 헬스케어 부문 부사장은 “AI를 활용해 의료 서비스가 혁신적인 단계로 나아갈 것”이라고 했다.
이날 일라이릴리는 미국 바이오 기업 ‘스콜피온 세러퓨틱스’의 신약 후보 물질을 25억달러(약 3조65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길리어드도 피부 질환 전문 기업 ‘레오파마’의 신약 후보 물질을 2억5000만달러(약 36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16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행사에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대거 참석한다. 주최 측 초청을 받아 연단에 오르는 회사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등 6곳이지만, 투자사·고객사 등과 만남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기 위해 국내 수십여 기업이 행사장을 찾았다. 국내 바이오 기업 ‘에임드바이오’는 자사의 신약 후보 물질을 미국 제약사 바이오헤이븐에 기술 이전하는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