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릭스(David Ricks) 일라이 릴리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1일 미국의 경제매체인 CNBC와 인터뷰하고 있다./CNBC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의 최근 2년 동안의 인크레틴(인슐린 분비 조절 호르몬) 약물 처방 실적./일라이 릴리

미국 제약사 일라이 릴리가 먹는 약(경구용)으로도 개발 중인 비만약 젭바운드에 대한 임상시험 3상 결과를 올해 2분기에 공개한다.

데이비드 릭스(David Ricks) 일라이 릴리 CEO는 14일(현지 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 더 웨스틴 세인트 프랜시스 호텔에서 열린 제43회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JPM 2025) 메인 트랙 발표에서 “경구용 젭바운드의 임상 결과가 성공적으로 나오면, 몇 주 안에 허가 신청을 진행해 미국을 시작으로 유럽과 일본 등에서 출시할 예정”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회사는 내년 중 경구용 젭바운드를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릴리가 개발한 젭바운드(성분명 티르제파타이드)는 2023년 11월 승인을 받은 비만 치료제다. 국내에는 ‘마운자로’라는 제품명으로 오는 5월 출시될 예정이다.

일라이 릴리는 비만 치료 시장 선두 주자인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를 바짝 쫓고 있다. 노보 노디스크는 위고비는 젭바운드보다 2년 전에 FDA 승인을 받아 먼저 시장에 진출해, 지난해 전 세계 비만약 시장의 약 74%를 점유하며 선두를 지켜왔다. 하지만 이런 시장 지형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릭스 CEO는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의 최근 2년 동안의 인크레틴(인슐린 분비 조절 호르몬) 약물 처방 실적을 보면, 지난해 5월부터 두 기업의 격차가 좁혀지기 시작했다”며 “릴리가 노보를 바짝 쫓은 결과, 지난달 격차가 단 2%p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미국 인크레틴 시장 규모는 지난해 같은 분기보다 45% 성장했다.

다만, 이날 일라이 릴리의 지난해 4분기 매출 전망치(가이던스)가 당초보다 5% 낮은 135억달러(약 19조7000억원)로 하향 조정돼 이 회사 주가가 급락했다. 릭스 CEO는 이에 대해 “무엇이든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실망스럽기 마련”이라면서도 “2024년 연간 기대 성장률은 32%였고, 예상 매출보다 40억 달러를 초과 달성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연간 약 200억 달러(29조2000억원)의 매출과 10% 중반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티르제파타이드(마운자로·젭바운드)는 비만 치료 외에 경증·중증 폐쇄성 수면 무호흡증(OSA) 치료제로도 지난달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 승인을 받았다.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은 수면 중 호흡을 잘하지 못해 산소가 부족해지는 질환이다. 현재 심부전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3상과 대사지방간염(MASH) 환자 대상 2상도 진행 중이다. 일라이 릴리는 심부전에 대한 임상 3상 결과를 바탕으로 FDA에 허가 심사를 신청해, 올해 안에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릭스 CEO는 “티르제파타이드는 당뇨·비만, 수면 무호흡증에 이어 심부전에 대한 효능을 확인했다”며 “단순 체중 감량 효과를 넘어 치료 범위를 점점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는 티르제파타이드의 알츠하이머병 치료 효과를 평가하기 위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릭스 CEO는 이 연구에 대해 “매우 어려운 프로젝트이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신경퇴행성 질환을 막기 위해 연구 자금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라이 릴리는 지난해 7월 뇌 속 아밀로이드 플라크 축적을 제거하는 치료제인 키썬라(Kisunla·성분명 도나네맙)를 개발해 FDA 승인을 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