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노무스 베이더리(Bathynomus vaderi)의 머리 부분. /싱가포르국립대학교 연구팀 제공

베트남 해역에서 영화 ‘스타워즈’의 다스베이더를 닮은 신종 거대 갑각류가 발견됐다.

14일(현지 시각) 뉴스위크 등에 따르면, 싱가포르국립대학교 연구팀은 다스베이더의 헬멧과 유사한 모양새를 가진 이 생물을 ‘바티노무스 베이더리(Bathynomus vaderi)’로 명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주키즈(ZooKeys)에 실렸다. 연구에 따르면 이는 거대 등각류 갑각류(Giant isopods)인 바티노무스(Bathynomus) 속(genus)에 속하는 것으로 분류됐다. 이 신종 갑각류는 길이 260~280mm에 달하며 무게는 1kg이 넘는다. 800~1200m 깊이의 심해 저층에서 물고기, 게, 해면 등 각종 유기물의 유해를 먹으며 서식한다.

창백한 흰색을 띠는 이 생물의 머리 부분은 영화 스타워즈의 악당 다스 베이더가 착용한 생명 유지 갑옷의 헬멧과 흡사하다. 피터 응 싱가포르국립대 갑각류학과 교수는 “이 종의 이름은 다스베이더의 가면과 닮은 외형뿐 아니라, 항상 어두운 심해에 서식하는 특성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이 신종은 남중국해의 스프래틀리 군도(난사 군도) 인근 베트남 심해에서 포획됐지만, 남중국해의 다른 해역에도 서식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이번 발견은 하노이대학교 연구진이 2022년 초 베트남 꾸이년시에서 구입한 거대 등각류를 연구하면서 시작됐다. 연구진이 표본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은 기존에 알려진 바티노무스 제임시(Bathynomus jamesi)였지만, 6개의 표본이 이와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특히 꼬리 플랩인 유로포드(uropods)의 형태와 끝부분의 가시 구조가 달랐다고 한다.

바티노무스 베이더리는 심해 거대증의 대표적 사례다. 심해 거대증은 깊은 바다에 사는 생물이 얕은 수심의 같은 종보다 더 크게 자라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식량 부족 환경에서 영양분 저장 필요성이나 낮은 수온에 적응한 결과로 추정된다.

최근 몇년간 거대 등각류는 ‘바다 벌레’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어부들의 부수 어획물에서 고급 해산물로 위상이 바뀌었다고 한다. 랍스터와 비슷한 맛이 나는 것으로 알려진 이 생물들은 1kg당 40달러에 거래되는 별미로 자리잡았다. 베트남의 다낭, 하노이, 호치민시의 해산물 시장에서는 살아있는 상태로 판매되면서 상업용 트롤선들이 이들을 주요 포획 대상으로 삼고 있다.

연구진은 이번 발견이 “심해 생태계에 대한 인류의 제한된 지식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밝혔다. 심해에서 식량과 자원 개발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신종의 보호를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