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샌프란시스코 시내를 주행하고 있는 웨이모의 로보택시./REUTERS 연합뉴스
미국 샌프란시스코 시내를 주행하고 있는 웨이모의 로보택시./REUTERS 연합뉴스
윌 린 어플라이드 인튜이션 자동차부문총괄은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AI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조선비즈
윌 린 어플라이드 인튜이션 자동차부문총괄은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AI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조선비즈

구글의 로보택시 업체인 웨이모가 최근 자율주행 서비스 지역을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으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미국 혁신 기술과 빅테크의 상징인 실리콘밸리까지 자율주행 로보택시가 운행을 하게 된 것이다. 웨이모의 제품 책임자인 사스와트 파니그라히는 “실리콘밸리에서 완전 자율주행 호출 서비스를 개시하는 것은 중요한 이정표”라고 강조했다.

중국 자동차 제조사 BYD는 딥시크와 함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의 성능을 높이고 있다. 사진은 베이징모터쇼의 BYD 전시장 모습./AFP 연합뉴스
중국 자동차 제조사 BYD는 딥시크와 함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의 성능을 높이고 있다. 사진은 베이징모터쇼의 BYD 전시장 모습./AFP 연합뉴스

중국에서는 BYD 등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이 딥시크가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자율주행차에 탑재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딥시크는 미국이 주도하던 생성형 인공지능(AI) 시장을 뒤흔들면서 AI 패권 경쟁에 불을 붙인 주역이다. 중국 자동차 제조사들이 딥시크를 등에 엎고 자율주행차 기술력을 끌어올릴 채비를 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공학한림원이 14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개최한 '2025년 자율주행 포럼'에서 김영기 한국공학한림원 자율주행위원장이 주행사업자 제도 도입 필요성을 발표하고 있다./한국공학한림원
한국공학한림원이 14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개최한 '2025년 자율주행 포럼'에서 김영기 한국공학한림원 자율주행위원장이 주행사업자 제도 도입 필요성을 발표하고 있다./한국공학한림원

AI 기술이 자율주행차 기술 경쟁의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로 떠올랐다. 자율주행 기술 개발은 10여년 전부터 시작됐지만, 2022년 생성형 AI가 부상하면서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윌 린 어플라이드 인튜이션 자동차부문총괄은 지난 13일 경기도 판교의 한 호텔에서 조선비즈와 만나 “AI는 개발자들이 소프트웨어와 관련된 전반적인 업무를 더욱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돕고 있다”며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자동차가 더 스마트해지고 성능도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어플라이드 인튜이션은 자율주행 시뮬레이션에서 세계 1위 기업이다. 2017년 설립돼 아직 10년도 되지 않았지만 기업가치가 60억달러(약 9조원)에 달하고, 매출 기준으로 글로벌 상위 20개 자동차 제조사 중 18개 기업이 어플라이드 인튜이션의 소프트웨어를 쓴다.

어플라이드 인튜이션이 주목받은 건 AI 기술 덕분이다. 어플라이드 인튜이션은 실제 현실을 똑같이 재현한 시뮬레이션 플랫폼을 만든 뒤,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훈련시킨다. 자율주행차량은 안전성의 문제로 실제 도로에서 훈련을 할 수 없다.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의 완성도는 실제와 얼마나 똑같은 시뮬레이션 플랫폼을 만드느냐에 달려 있는데, 이 분야에서 어플라이드 인튜이션은 세계 1위다.

윌 린 총괄은 그 비결을 AI에서 찾았다. 그는 “어플라이드 인튜이션은 오픈AI 최고경영자(CEO)인 샘 올트먼이 도움을 주고 있고, AI 전문가 출신의 엔지니어와 직원들을 뽑아 AI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며 “우리는 단순히 소프트웨어 기업이라기 보다는 AI의 전문성이 결합된 소프트웨어를 만들기 때문에 AI 기반 소프트웨어 기업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생성형 AI의 등장은 이런 식의 시뮬레이션 플랫폼을 구축하고, 현실과 비슷한 수준으로 완성도를 높이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이런 플랫폼에서 중요한 건 단순히 지도를 그리는 게 아니라 실제 도로처럼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등장했을 때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의 대응을 확인하는 것이다. 예컨대 주차돼 있던 차량 뒤에서 갑자기 사람이나 자전거가 튀어나오거나 앞차량이 황색신호에서 통과하지 않고 급정거를 한다거나 하는 상황이다.

과거에는 이런 변수를 사람이 하나하나 만들어야 했다면, 이제는 생성형 AI가 등장하면서 훨씬 정교하고 빠르게 변수를 추가하고 주행 시뮬레이션까지 할 수 있게 됐다.

미국의 버시스 AI(VERSES AI)라는 기업은 최근 자율주행차가 주차된 차량 뒤에서 갑자기 튀어나는 보행자나 자전거를 예측해 사고를 방지해주는 기술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 회사의 하리 티루벤가다(Hari Thiruvengada) CTO는 “이 AI 알고리즘은 가려진 도로 이용자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도록 ‘폐색(occlusion) 추론’ 기능을 추가했다”며 “주차된 트럭 뒤에 자전거 이용자가 숨어 있는 경우에도 그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장애물(폐색) 추론은 AI 모델에게는 큰 한계였다. 연산에 필요한 연산량이 많고 훈련하지 않은 상황이 발생할 경우가 크기 때문이다. 버시스 AI는 생성형 AI 기술을 활용해 문제를 풀었다. 자율주행차가 보이지 않는 사람이나 물체가 있을 가능성이 높은 구역에 접근하면 속도나 주행 방향을 스스로 조정할 수 있게 했다. 웨이모의 자율주행차 데이터를 활용해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실제 걷는 정도 속도로 이동하는 보행자가 갑자기 등장하는 상황을 예측하는 확률이 높았다.

생성형 AI를 활용하는 건 국내 자율주행 업계에도 화두다. 하지만 GPT나 딥시크 같은 자체 생성형 AI가 없는 한국은 미국, 중국에 비해 핸디캡이 있을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규제 개선으로 이런 핸디캡을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시복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자율주행 관련 정부 과제들이 생성형 AI가 본격화되기 이전에 진행된 탓에 추가 투자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신준우 서울로보틱스 책임연구원은 “추가적 안정성 확보를 위해서 LLM 도입할 계획을 장기적으로 갖고 있으나, 인력 부족 문제와 자율주행 운영의 책임 소재에 대한 명확한 규정 부재 등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며 “자율주행 차량의 실시간 관제와 주행 인프라 운영, 최적화 및 검증을 담당하는 주행사업자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윌 린 총괄은 “한국에는 자체 생성형 AI 모델이 없지만, 오픈 소스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모델이 있고, AI 전문가 역량도 충분하다”며 “자율주행 산업은 생태계가 복잡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에 한국이 많은 파트너와 함께 필요한 기술을 찾아내고 함께 발전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