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서 밤에는 무인으로 운영되는 스마트슈퍼 1호이 개점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스마트 슈퍼를 내년까지 800곳, 2025년까지 4000곳으로 늘릴 계획이다./김연정 객원기자

15일 오전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 스마트 슈퍼 1호점. ‘Smart 나들가게’라고 적힌 간판이 한눈에 들어왔다. 언뜻 봐선 깔끔하게 리모델링한 보통 편의점과 다를 게 없어 보였지만, 슈퍼 입구에는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를 삽입해 신원을 인증해야 문이 열리는 출입 인증기가 부착돼 있었다. 내부에는 무인으로 운영할 때 손님이 직접 바코드를 찍어 계산할 수 있는 셀프 계산대가 설치돼 있었다. 미성년자가 주류나 담배를 사지 못하도록 상품 진열장을 가리는 차단막도 있었다. 가게에 사람이 없더라도 출입할 때 신원을 확인하고 곳곳에 CCTV를 설치한 효과로 도난율이 사람이 운영할 때와 비슷한 수준으로 낮다는 게 중기부 설명이다. 신원확인 장비와 셀프 계산대 등 시설 설치비용 1000만원을 중기부가 지원했다.

15일 서울 동작구 사당동 스마트 슈퍼 1호점에서 이용객이 출입 인증기에 신용카드를 삽입하자 자동문이 열린 모습이다./김연정 객원기자

◇낮에는 사람이, 밤에는 무인으로 운영

스마트 슈퍼는 비대면 소비가 확대되는 환경에 맞게 무인 운영이 가능하도록 동네 마트를 현대화한 슈퍼다. 낮에는 여느 슈퍼와 다를 것 없이 주인이 운영하지만, 밤이나 휴일에도 무인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1호점을 맡게 된 최제형씨는 오전 9시부터 자정까지는 직접 운영하고 그 이후부터는 무인 방식으로 24시간 운영할 계획이다. 코로나 때문에 한때 매출이 월 60만원까지 떨어졌지만, 스마트 슈퍼로 야간에도 운영하면 매출이 30% 정도 오를 것으로 기대한다고 한다. 아르바이트를 고용하면 일당을 10만원가량 줘야 하는데 무인 운영으로 인건비 절감 효과도 생겼다. 최 대표는 “무인 운영 방식이 어느 정도 자리 잡으면 점차 퇴근 시간을 오후 10시 정도까지 앞당기고 주7일 출근하던 것도 일요일 하루는 쉴 생각”이라고 했다. 이날 스마트 슈퍼에서 무인 운영 방식을 시범 이용해 본 김모씨는 “코로나 시대에 비대면으로 살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인 것 같다”고 했다.

15일 서울 동작구 사당동 스마트 슈퍼 1호점에서 손님이 셀프 계산대에서 구매한 물건을 직접 계산하고 있다./김연정 객원기자

◇2025년까지 스마트 슈퍼 4000곳으로 늘린다

중기부는 이 같은 스마트 슈퍼를 내년까지 800곳, 2025년까지 4000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현재는 1호점을 비롯해 5곳에서 시범 운영하고 있다. 대표적인 서민 업종인 동네 슈퍼는 전국에 2018년 기준 5만1943곳이 있다. 평균적으로 오전 7시23분에 개점해 오후 11시48분에 문 닫아 평균 운영 시간이 16시간25분에 달한다. 중기부 관계자는 “슈퍼를 운영하면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스마트 슈퍼가 도입되면 무인 운영과 병행하면서 저녁 있는 삶이 가능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중기부는 예산 400억원을 확보해 스마트 슈퍼로 시설을 개선할 업체에 5000만원 한도로 자금 대출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 특례보증으로 2000억원을 확보해 업체당 1억원 한도로 지원한다. 브랜드 관리 차원에서 스마트 슈퍼 전용 LED 현판 광고도 제작해 지원할 예정이다. 상품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역 농특산물 로컬푸드 유통을 강화하고, 가정간편식, 장난감 등 새로운 상품이나 기획 상품을 확대할 방침이다. 민간·공공 배달앱에 스마트슈퍼 입점시켜 모바일 배송도 도입한다. 개별 슈퍼를 대신해 단체계약 형태의 입점 계약을 체결해 배달료를 저렴하게 책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박영선 중기부 장관은 “스마트 슈퍼는 코로나 확산과 비대면 소비 추세에 대응한 소상공인 디지털 전환 정책의 성공 모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