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기사 10명째 숨져… 커지는 '과로사 논란'

올해 들어 택배 근로자가 10명째 과로사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코로나 팬데믹(대유행병)의 영향으로 택배 물량이 급증하면서 택배 근로자가 혹사당했다는 것이 노조 측 주장이다. 한진택배 등 택배 회사는 사안별로 검토한 결과 사인을 무조건 과로사라고 확정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입장이다.

18일 민주노총 산하 전국택배연대노조는 “한진택배에서 근무한 30대 노동자 김모씨가 지난 12일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사인은 과로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들은 김씨가 많게는 하루 400여개 물건을 배달했고 심야까지 업무를 강요당했다고 주장했다. 택배 노조의 주장대로라면 김씨는 10번째 과로사 근로자다.

앞서 노조 측은 경북 칠곡의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근로자 고(故) 장모(12일 사망)씨가 9번째 과로사라고 주장했다. ‘쿠팡발 코로나 피해자 지원 대책위원회’는 “장씨는 평소 지병도 없고, 술이나 담배도 하지 않았다”며 “일용직이지만 남들과 같이 하루 8시간, 주 5일을 꼬박 근무했고 물량이 많은 날은 연장 근무를 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회사 측 설명은 다르다. 10번째 과로사라는 김모씨가 근무한 한진택배는 "부검 결과 김씨는 심혈관 장애로 숨진 것으로 보인다는 의사 소견이 있었고, 평소 배달량도 200개 정도로 동료보다 적은 편이었다”고 했다. 노조가 9번째라고 주장하는 장모씨의 근무처인 쿠팡은 “장씨는 택배 분류 작업과 상관없는, 비닐과 빈 종이박스 등을 공급하는 지원 업무를 담당했다”며 “고인의 지난 3개월간 평균 근무시간은 주 44시간”이라고 했다.

택배 노조 측은 17일 서울 도심에서 사측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올해 들어서만 5명의 택배 근로자가 사망한 CJ대한통운은 고인들에 대한 사과나 보상은커녕 어떠한 입장 표명도 없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과로사 여부는 개인 나이, 건강 상태 등에 따라 상대적인 경우가 많아 책임 소재를 따지기 어렵다는 대목이다. 박지순 고려대 노동대학원장은 “과로사 예방을 위해 업무 시간이나 배송량을 제한하면 택배 기사의 소득 감소와 직결된다"며 “적정선을 찾기 위한 양측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