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갑질’을 신고해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처분을 이끌어 냈지만, 정작 자신의 회사는 존폐 위기에 내몰린 중소기업 대표가 호소문을 냈다.
육가공 업체 신화의 윤형철 대표는 “연매출 680억원의 유망 중소기업이었던 업체가 롯데마트의 온갖 음해와 회유, 공격을 이기지 못하고 현재 법정관리를 받는 처지에 내몰렸다”고 24일 밝혔다. 그는 중소기업중앙회를 통해 기자회견을 열려 했다가 코로나 때문에 회견이 취소되자 직접 쓴 호소문을 배포했다.
윤 대표는 “(롯데마트를 상대로) 지난 5년간 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입증, 408억원이란 사상 최대 공정위 과징금을 이끌어 냈지만 회사는 만신창이가 돼 매출은 곤두박질치고, 직원은 10분의 1로 줄었다”고 했다.
신화는 2012년부터 3년간 롯데마트에 돼지고기를 납품했다. 윤 대표는 “롯데마트가 자체 할인 행사를 이유로 원가보다 낮은 가격에 고기를 납품하라고 강요하는 등 납품 단가 후려치기로 피해를 봤다”며 2015년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조정을 신청했다. 조정원은 피해 사실을 일부 인정해 신화에 48억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지만, 롯데마트가 이의를 제기하면서 5년간 소송전이 벌어졌다.
공정위는 지난해 11월 롯데마트에 과징금 408억원을 부과했고 롯데는 이에 불복, 행정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다. 윤 대표는 “공정위가 갑질 기업의 부당함을 밝혀냈지만, 우리가 피해를 보상받으려면 또다시 5년 이상 민사소송에 들어가야 한다”며 “갑질 기업에 부과된 사상 최대 과징금은 국고에 귀속되겠지만 우리 회사는 어떠한 보상도, 피해 구제 금융도 받지 못한 채 생사기로에 서 있다”고 했다. 윤 대표는 “과징금은 피해 기업 회생에 우선 사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표는 본지 통화에서 “대기업 갑질을 신고했다는 이유로 10년을 고통 속에서 싸워야 한다면 누가 무서워서 공익 신고를 하겠느냐. 내가 나쁜 선례를 만든 게 아닌지 걱정이다”라고 했다. 그는 “대기업 갑질 근절과 공익 신고자 보호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했는데,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