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스타트업]에서 발송한 콘텐츠입니다. 매주 화/목/금 레터를 발송하는 유료 멤버십입니다. 스타트업 콘텐츠를 모은, 회원 전용 아카이브 [쫌아는아카이브]도 제공합니다. 가입을 원하면 [클릭] 하세요.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43087


배민 김봉진의 장인어른 냉장고 이야기를 들어보셨는지요. 한 장의 냉장고 사진입니다. 삼성전자의 지펠이고요. 10년 전쯤, 처가집에서 디자이너 김봉진은 냉장고에 붙은 자석 전단지를 봤습니다.

치킨집, 중국집, 피자집 자석 전단지가 덕지덕지, 예쁘고 값비싼 냉장고의 앞면을 도배하는 장면, 당시엔 정말 흔했습니다. 네오위즈와 네이버(당시 사명 NHN)에서 디자이너를 했던 김 대표는 이 지저분함을 깔끔하게 바꾸고 싶었나 봅니다. 이걸 없애는 비즈니스를 해볼까, 생각했답니다.

'배달의 민족' 김봉진 대표 처갓집 냉장고

당장 사무실 얻을 돈이 없어, 지인의 사무실 한켠에 책상을 넣었습니다. 책상은 디자이너답게 직접 만들었습니다. 절대 돈이 없어서는 아니구요. 그리고 내놓은 게 배민앱입니다. 배달의 민족이란 이름은 다소 장난스럽게 붙였다고 합니다.

법인을 설립하기도 전에 일단 서비스명을 단 거죠. 배민이란 명칭에 대해 김 대표는 과거에 쫌아는기자들 1호에게 “그땐 별 생각없이, 재밌는 이름을 붙었어요. 나중에 사업이 커지면서 아, 이거 엄청나게 책임을 느껴야하는 이름을 덜컥 썼구나하고 반성했을 정도예요.”라고 말했죠.

김 의장은 딱봐도 멋있는 디자인의 배민앱을 만들었지만, 사실 당시 배민 앱은 테크놀로지보다는 여전히 예쁜 전단지에 가까웠습니다. 소비자가 배민앱으로 자장면을 주문하면 배민 직원이 그 주문을 PC에서 보고, 중국집에 대신 전화하는 방식입니다. 냉장고에 붙은 자석 전단지를 스마트폰 앱에 정리했을 뿐, 뭔가 자동으로 척척되는 건 없었던 겁니다.

말하자면 변변한 기술력도 없이, 무조건 냉장고 앞면의 자석 전단지를 없애는 도전에 나선 셈입니다. 쫌아는기자들 1호는 스타트업을 꿈꾸는 예비 창업자 분들께 어줍지않은 조언을 할 때가 있습니다.

“냉장고 앞면에 덕지덕지 붙은 자석 전단지를 한번이라도 안 본 사람이 있을까요. 지저분한 전단지를 없애면 좋겠다고 생각, 한번쯤 다들 했겠죠. 하지만 성공은 오직 실행한 사람만 얻을 자격이 있습니다. 자칫 최고의 아이디어와 아이템을 찾는게 성공의 제1 조건이라고 믿는다면 그건 착각입니다. 성공하는 아이템은 존재하지 않아요. 사업 아이템을 끝까지 실현하는 창업자만 있을 따름입니다.” (※ 막상 써놓고보니, 딱 라떼네요.)

김봉진 대표는 음식주문앱을 감행했고 경쟁에서 승리했고, 4조~5조원 이상의 기업 가치 기업을 만들었습니다.

‘장인어른집 냉장고’는 김 대표가 3~4년 전쯤 처가집에서 찍은 사진이라고 합니다. 중국성, 중국관, 눈꽃스테이크피자, 도원….

김 대표는 “창업 당시인 2010년 이전엔 어느 집에서나 흔히 볼 수 있던 장면 아닌가요. 사실 우리집도 그랬으니까요. 냉장고 뿐 아니라, 현관 철문에도 자석 스티커가 빼곡하게 붙었죠. 싱크대 한쪽 서랍엔 전단지랑 책자가 가득 했고요. 냉장고의 주인공이신 장인 어른께선 제가 사업 시작하자 전단지 주워오는 일을 도와주시기까지 했습니다. 사업 초기의 배민 앱에 강남 상가 만큼이나 길동 상가들이 많았던건 장인 어른이 가져다준 전단지를 입력해서 그래요.”라고 합니다.

참, 전설 같은 배민의 초기 성공 전략인 ‘막내 마케팅’도 처가집에서 나왔다고 합니다. 김 대표는 “장인 어른은 배달 음식을 많이 안 드시는데 가끔 주문하면 처남에게 시켰어요. 그걸 보고, 배민 앱에서 주문하는 사람을 가정의 막내, 혹은 사무실의 막내로 상정해 소위 ‘막내 마케팅’을 했죠.”라고 설명합니다. 성공의 법칙은 멀리 있지 않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