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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웅님, 정주님을 원망했죠. 왜 이렇게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일을 추천했을까요.”

2018년 여름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의 전환사채는 26개. 사채마다 적게는 2.5만~3만달러(약 3000만원) 나중에는 10만 달러가 넘는 것들도 있었습니다. ‘사채 돌려막기’를 했던 것이죠. 이미 개인 빚만 20만 달러가 넘게 있었던 이승윤(31) 대표는 IR을 위해 실리콘밸리를 뛰어다니고 있었습니다. 그의 원망 대상은 창업을 추천했던 두 명. 다음의 창업자 이재웅, 넥슨의 창업자 김정주입니다.

그랬던 래디쉬가 지난주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인수됐습니다. 인수대금 5000억원. 올해 한국인이 세운 스타트업 엑싯 중 세번째(1위 하이퍼커넥트, 2위 지그재그)로 큰 규모죠. 이미 쫌아는기자 3호가 지면 단독 기사와 인터뷰로 이 소식을 전했죠. 그런데 기사가 나가고 이틀이 지나 이승윤 대표의 연락이 왔습니다. 다시 만날 수 있겠느냐고요, 쫌아는기자들의 회사 앞으로 오겠다고 합니다. 저녁 7시쯤 만난 이승윤 대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인간이 참 간사하더라고요. 안 좋은 기억들을 다 지워지고, 아름답고 잘한 일들만 이야기했어요. 그 아픈 기억들도 이야기했어야 했는데. 그래서 인터뷰 한번 더 해도 될까요. 처음부터 다시요.”

전환사채 이야기는 그런 그의 진심 한 조각입니다. 이재웅 창업자도 ‘(래디쉬는)아마 지난 7년여 세월동안 모든 스타트업이 20년 동안 겪을 문제를 압축적으로 경험했다’고 페북에 썼다고 합니다. 그래서 번외편을 보냅니다. “내 경험이 후배 창업자들에게 용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이 대표의 깜짝 선물도 글 끝에 준비돼있습니다. 그의 진심이 느껴지는 선물입니다. 한번 추측해보세요.

◇이재웅, 김정주가 추천한 창업. 해보니 ‘어라?’

이 창업자에 대한 모든 기사마다 ‘옥스퍼드 유니언 회장’ 꼬리표가 붙던데요. 그렇게 대단해요.

옥스포드에서 학생회장 같은 명망 있는 자리죠. 지금까지 영연방 총리만 10명 넘게 배출한 동아리 회장이니까요. 그런데 그건 밖의 시선이고요.

개인적으론 자신감이 생겼어요. 마이너리티로 콧대 높은 영국 사회에서 인정받은 거예요.

옥스퍼드에는 돈 많고 유명한 집 자제들을 넘쳐나요. 중국 공산당의 실세 중 하나였던 보시라이 전 충칭시 서기 아들 보과과도 직전 옥스포드 유니언 선거에서 떨어졌어요. 리콴유 싱가포르 전 총리의 손자도 토론 멤버였어요. 책을 읽으면 그냥 페이지가 한 장의 사진처럼 머리에 메모리되는 친구죠. 그니까, 천재였죠. 옥스퍼스 최고 천재.

전 제가 좀 잘난 줄 알았는데 진짜 대단한 녀석들 사이에 끼인 거예요. 회장을 하고 나니 글로벌 금수저들 사이에서도 ‘내가 뭔가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죠. 물론 옥스퍼드 출신이라는 것 덕분에 대단한 사람들을 좀더 쉽게 만나고 도움을 얻을 수 있었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창업자가 아닌, 정치인의 삶, 생각했을 법도 한데요.

옥스퍼드 유니언 회장을 하고 나서 잃은 것도 있죠. 우선 친구가 없어져요. 동아리 회장 선거라지만, 별도로 본인의 선거 캠프를 조직해야하고, 진짜 선거하듯이 경쟁해요. 예컨대 회장 선거를 준비하고, 회장을 하고 나서도 하루에 9끼를 먹었어요. 아침 세끼, 점심 세끼, 저녁 세끼요.

저는 목적 지향적인 사람이예요. 목적이 있으면 달성해야 해요. 최대한 많은 사람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 그랬던 것이죠. 아마 대부분 정치인이 비슷하지 않을까 싶은데… 그사이 진정한 친구들이 사라지더군요. 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죠. 내 자신을 위한 삶이 아닌, 남을 위해서 사는 느낌이었어요. 사업은 나를 위해서, 아니면 소수가 그 가치를 인정해도 굴러가요. 하지만 다수의 지지를 얻어야 하는 정치는 달랐어요. 성격에 안 맞고 외로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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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원문에 실린 사진과 그래픽입니다.


옥스포드 유니언 토론을 주재했던 이승윤 대표
이승윤 대표(왼쪽)와 이재웅 다음 창업자
바이라인을 공동 창업한 다니엘 튜더(사진 오른쪽)과 이승윤 대표(가운데)
지금도 이 대표에게 날아오는 미국 사채업자들의 문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