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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취향이 있겠지만, 저만의 돼지고기 굽는 방법이 있어요. 삼겹살은 주로 24mm짜리를 골라요. 프라이팬에 기름 안 두르고 불에 올리고 살짝 연기 날때까지 기다리다가 팬이 뜨거울때 두꺼운 삼겹살을 올려요. 양쪽이 익으면 잘라서 익지 않은 2개 면을 돌려가면서 뜨거운 팬에 굽죠. 겉은 바싹하고 속은 촉촉하죠. 이렇게 구우려면 12mm나 16mm 두께의 삼겹살은 세울 수가 없어서 안 되거든요.
돼지고기는 바짝 익혀야 한다고요? 글쎄요. 참, 목살은 똑같이 굽는데, 프라이팬에 연기가 올라올 때 식용유를 조금 넣고 목살을 올려요. 목살은 워낙 지방이 없어서, 이렇게 기름을 넣어야 씹을 때 기름을 머금어 풍미가 좋아져요. 목살은 자르는 게 기술인데요. 살코기와 비계가 흘러가는 길이 다른데, 목살 길을 따라서 잘라야 맛있어요.”
카이스트 수학과 출신(09학번)인 김재연 정육각 창업자는 “목살의 길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지”라면서 심각한 표정입니다. 김 대표는 진심입니다. 수학자가 초등학생에게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설명하다가 막힌 사람처럼 말입니다. 91년생인 김 창업자는 2년 전엔 ‘포브스 선정, 아시아 30세 이하 리더 30인’에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김 대표는 ‘목살의 길’ 설명을 포기하더니, “근데 돼지고기는 세절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합니다. 세절론(細切論)의 시작입니다. 세절은 고기를 팔기 좋은 크기로 자르는 작업입니다.
“돼지 원육은 진공포장한 채로 유통돼요. 그런데 이 포장을 해체하는 순간부터 산소가 고기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서 산패가 시작되죠. 진공포장을 뜯은 다음부터 이른 시일 내로 팔아야 해요. 정육각은 소비자들이 주문하기 전까지 고기를 세절하지 않아요. 소비자들이 주문하면 그때 원하는 양만큼 고기를 잘라서 진공 포장하죠. "
그는 “그러니까 정육각 고기는 배송 받자마자 드시는게 가장 맛있어요”라고 합니다. 산패란 지방류가 산소나 빛 등을 만나서 변질되는 현상입니다. 들기름을 오픈하면 가급적 빨리 먹어야하는것도 산패되기 전에 섭취하기 위해서입니다. 화학적인 현상이죠.
고기파는 카이스트 남자의 인터뷰는 과학과 고기에 대한 사랑이 오가는, 그 미묘한 지점이었습니다.
정육각 고기는 다른 곳과 돼지 품종이나 사료가 다른가요. 그러니까 ‘맛의 비결’요.
무엇이 다른가를 설명하려면 축산물 시장 전체 밸류 체인에 대한 이해가 필요해요.
처음에 농장이 있어요. 농장에서 도축장으로 고기를 넘기고, 도축이 되고 나면 돼지가 반이 갈라져 있는 상태가 돼요. 이걸 육가공 공장에서 받아 발골 기사님들이 뼈와 살을 발라서 삼겹살, 목살 이런 방식으로 큼직큼직하게 부위별 박스 포장을 하죠.
이 박스가 세절 공장으로 넘어가요. 여기서 숙성도 하고, 소비자가 먹을 수 있는 크기로 잘라서 최종 포장을 하죠. 세절 공장에서 포장한 것들이 마트와 정육점 등 소매점으로 가고, 소매에서 최종 판매가 되죠.
정리하면 ‘농장 – 도축장 – 육가공 공장 – 세절 공장 – 소매점’ 인데요.
정육각은 세절 공장과 소매를 수직계열화한 회사예요. 공장에서 최종 포장한 제품은 정육각 앱을 통해 주문해 소매로 이어지고요. 맛의 차이는 여기서 생겨요.
돼지고기는 공기에 닿는 순간부터 맛이 없어지나요?
돼지 원육을 보면, 공장에서 진공 포장을 해서 소매 채널로 유통이 돼요. 진공 포장을 해체하는 순간부터 산소가 고기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서 산패가 진행돼요.
1차적으로 진공포장을 뜯은 다음,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파는 것이 좋아요. 일반적인 유통 채널에서는 세절 업체에서 마트로 넘어가도 바로 팔리지 않아요.
먼저 들어온 제품을 선입선출해요. 대형마트도 이 과정이 보통 1.5일에서 이틀은 걸려요. 매대에 올려두면 계속 산소와 만날 수밖에 없고요.
삼겹살 같이 수요가 많은 부위는 괜찮아요. 뒷다리살처럼 한 번에 많은 양이 들어오지만 수요는 많지 않은 부위는 한번 진공 포장을 뜯은 다음 하루에 한덩이 전체를 모두 팔기 쉽지 않아요.
하루를 보내고 남은 고기는 재진공 포장을 해서 보관했다가, 다음날 팔 수 밖에 없어요. 먹어서 문제가 되는 고기는 아녜요. 다만 갓 진공 포장을 뜯은 고기보다는 맛이 덜할 수 밖에 없죠.
정육각은 재진공포장이 없습니다. 도축 시점으로부터 나흘 이내 제품만 팔아요. 소비자들이 주문하기 전까지는 고기를 생산하지 않고, 주문이 들어온대로 실시간으로 고기를 썰어서 포장하죠.
서울 같은 경우 고기를 세절하고 최종 포장을 마친다음 소비자가 빨리 받으면 3시간, 늦어도 9시간 안에 배송이 가요.
정육각 고기는 육즙, 수분 손실이 적어요. 돼지 목살이나 닭가슴살 같은 부위가 ‘퍽퍽하지 않아서 좋다’는 피드백을 주는 고객 분들이 많아요. 공기 중 노출 시간이 짧아서 산패가 덜하고 육즙이 많거든요. 고기를 썰자마자 소비자에게 가기 때문에 가능한 맛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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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원문에 실린 사진과 그래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