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9일 뉴스레터 [스타트업]에서 발송한 기사입니다. 뉴스레터 [스타트업]은 쫌아는기자들 제작팀이 매주 화, 목, 금 구독자에게 발송합니다.

@[나는 그때 투자하기로 했다]는 현업 벤처캐피털 대표님이 ‘내가 왜 이 스타트업에 투자했는지’를 이야기하는 코너입니다. 이번주는 이람 티비티 대표님이 스테이폴리오의 투자 스토리를 전합니다.

그 때 나는 20년의 서비스기획자 직업에 쉼표를 찍고 2년간의 긴 여행을 하고 있었다. 미국에 집을 구해 살고 있었지만 여행 비자였고 몇 개월에 한번씩 한국에 와서 액자 여행을 하곤 했다. 알랭 드 보통의 책을 챙겨 스테이폴리오의 <이화루애>에 묵은 것도 그 즈음이다.

알랭 드 보통의 여행 에세이


이화루애를 찾아가는 길은 분명 여행이다. 노란 가로등이 총총한 이화동 비탈길을 올라 고불고불 골목을 지나 이화루애의 문패를 발견할 때까지 거의 모험이라고 할 수 있는 과정을 거친다. 500년 고도 서울의 성곽길을 따라 올라가다가 50년 압축 개발의 눈부신 성취와 남루함이 섞여 있는 풍경을 통과한다. 수십년 째 마을에 살아 모든 게 익숙한 주민과 검정교복을 빌려 입고 벽화 앞에서 사진을 찍으며 신기해 하는 방문객이 섞여 있다.

이화루애 내부에 발을 딛는 순간부터 더욱 여행이다. 키패드를 눌러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완전히 다른 감도의 공간이 펼쳐진다. <사자와 마녀와 옷장>의 옷장 속을 통과해 나니아로 들어가는 경험, <해리포터>의 킹스크로스 역 9와 ¾ 플랫폼의 벽을 통과해서 호그와트행 기차를 만나는 경험이다. 1층의 광활한 키친, 2층으로 올라가는 밭은 계단, 적산가옥의 서까래가 드러나 있는 천장, 호텔리어가 방금 정돈해준 듯한 정갈한 침구, 아늑한 소파와 딱 어울리는 높이의 야트막한 탁자, 에폭시로 마감한 바닥, 미닫이로 분리된 화장실과 샤워실, 골목 뷰를 가진 앞 베란다의 티테이블, 우리 벽과 옆집 벽 사이에 감추어진 야외욕조, 거기 놓인 모든 소품과 어메니티들. 여행자의 표정을 띄게 된다.

이화루애 /스테이폴리오

◇공간설계자 이상묵

이화루애라는 공간은 호기심을 자극했다. 이 공간은 대체 누가 만들었을까. 어떤 뇌구조를 가진 사람의 작품일까. 잘 만든 서비스를 보면 이 서비스 누가 기획했을까 감탄하던 마음, 스토어에 진열된 각종 상품을 보며 여기 놓이기까지 얼마나 많은 일들이 있었을까 궁금해하던 습관이 발동되었다. 폭풍 검색을 통해 Z랩이라는 건축가 집단, 이상묵이라는 키워드까지 다달았는데, 이상묵, 어디선가 들어본 기억이다. “같이 일하던 친구 중에 상묵씨라고 있는데, 서해안 해미에 있는 부모님 음식점을 고쳐서 펜션을 만들었어요, 너무 훌륭해.” 도시를 연구하는 지인에게 들었던 문장 속에서 공간설계자의 이름을 낚아올렸다.

서촌차고 2층의 스테이폴리오 사무실. 지인의 소개를 끼고 무작정 찾아갔다. 기획자도 투자자도 아니던 between jobs 기간, 스테이폴리오가 유통하는 스테이의 열렬한 고객이자 스테이폴리오 방식으로 고치고 싶은 공간을 소유한 예비 고객으로서의 만남이었다. 그날 우리 대화는 프랑스 파리 길거리 건물 상부 층의 부티크 호텔의 고객 경험이나 일본 온천 마을의 수평적 호텔 실험, 익선동 골목과 도시재생사업 같은 공간 컨텐츠 주제로 여기저기 점핑했다. 하지만 가장 인상적인 대화는 건축학과 졸업 후 도시설계를 하다가 Z-Lab을 거쳐 스테이폴리오 플랫폼을 만든 개인 이상묵의 궤적, 그 궤적을 만든 내적 동기와 실행력이었다. “이 사람, 재밌다, 어떻게 풀어나갈지 오랫동안 지켜보고 싶다” 라고 메모했다. 그가 풀고 싶어했던 문제는 다음과 같다.

/스테이폴리오 제공

◇창업자 이상묵

이상묵 스테이폴리오 대표

공간설계자 이상묵을 만난지 1년 후 내 삶도 어떤 외적 영향과 내적 동기에 의해 기획자에서 투자자로의 궤적을 긋게 되었다. 어떤 분야가 이머징하는 카테고리이며 어떤 경험이 미래 소비자의 지배적인 경험이 될까. 티비티를 설립하고 오래지 않아 다시 서촌차고를 찾아갔다. 거기서 이번엔 창업자 이상묵을 만났다. 그는 예술가의 감성과 사업가의 논리를 갖추고 있었다.

스테이폴리오는 ‘파인 스테이 큐레이션 플랫폼’ 이다. 어느 정도의 감도를 가진 숙소가 ‘파인 스테이’ 일지에 대한 감도를 셋팅하고 고집하는 것은 예술가의 영역이다. 이 정도 감도의 숙소를 어떻게 유통시키면서 어떤 비즈니스 모델을 취할지는 사업가의 영역이다. 또한 플랫폼의 특성상 IT 테크놀러지의 영역이기도 하다. 스테이폴리오 공동창업자인 CTO에게서 기술적 보완을 받으며 팀의 완결성이 생겼다.

◇스테이폴리오가 될 거라고 생각한 이유

체계적으로 주장하기는 어렵지만 내적 확신이 있는 테제들이 있다.

“소수가 누리던 좋은 것을 다수가 누릴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는 성공한다” 도 그 중 하나다. 개인 홈페이지를 가지려면 HTML, FTP, Domain Setting 같은 것을 알아야 하는 시절 미니홈피가 그랬다. 그냥 싸이월드에 가입만 하면 작은 개인홈페이지가 생겼고, 몇백원의 돈을 내면 홈페이지 스킨이 바뀌었다. 음악이 흘러나오게 할 수도 있었다. 블로그도 그랬다. 기자만이 지면을 가지고 독자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시절이었다. 모든 개인들이 세상을 향해 발언하고 검색될 수 있는 1인 미디어를 갖게 해준 것이 블로그다. 소수가 누리던 좋은 것을 다수가 누리게 해주며 성공한 서비스들의 예는 그 외에도 너무 많다. IT 기술 덕분에 어렵던 것이 쉬워지고 비싸던 것이 싸진다.

스테이폴리오를 그 앵글에서 보면 ‘별장 체험’ 일 수도 있고 ‘건축가의 작품에서의 하룻밤’ 일 수도 있다. 실제로 스테이폴리오가 곧 오픈할 스테이 하나는 ‘네임리스 Nameless’ 라는 서울/뉴욕에서 활동하는 건축가가 중견 기업가의 별장으로 작업한 작품이다. 소수가 누리던 이 공간에 모두가 묵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중앙일보 한은화 기자가 애정을 담아 써준 “[스타일] 전망 좋고 잘 꾸며진 ‘꿈의 집’…통째로 빌려 며칠만 살아볼까” 기사에도 이런 특징이 나타난다.

“소수더라도 열렬한 팬을 가진 프로덕트만이 스케일업 할 수 있다” 라는 말에도 집착한다. 하루 2000만명씩 쓰는 국민 서비스를 만드는 모든 과정이 그랬다. 하루 100여명이 쓰던 때에도 초기 유저들이 좋아했다. 불편하다고 하면 빠르게 고쳤고 좋아할만한 것들을 빠르게 추가했다. 그러면 유저들이 자발적으로 주변에 이야기를 해줬다. “나 이거 썼는데 좋았어, 너도 써봐.” 누구나 갈망하는 J커브의 근원인 오가닉 그로쓰를 만드는 유일한 방법이다.

Y-Combinator 샘 알트만의 <Before Growth>의 문장을 빌면, I think the right initial metric is “do any users love our product so much they spontaneously tell other people to use it?” Until that’s a “yes”, founders are generally better off focusing on this instead of a growth target. 이 반응이 나오기 전에 쓰는 마케팅 스펜딩은 무의미하다.

스테이폴리오를 한번 이용한 고객은 명확하게 이런 반응을 보인다. 스테이폴리오라는 서비스를 좋아하게 되고 주변에 말하게 된다. 아래는 고객들이 만든 스테이폴리오 숙박기 영상이다. (1) 에헴필름 에헴님의 vlog 하은재 편 https://youtu.be/aI85N2rC7rs (2) 나의시선님의 vlog 한옥에세이 편 https://youtu.be/cV6R50Ld784 이다. 인스타그램에도 고객이 단 #스테이폴리오 해시태그가 1.2만개 있고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유튜브 캡처

◇이상묵 대표의 뇌구조를 소개합니다

1. 오리지널 스테이 제작 프로젝트 스테이폴리오는 외부 스테이의 유통과 오리지널 스테이의 제작을 병행한다. 넷플릭스 모델을 생각하면 쉽다. 넷플릭스는 외부 영상을 소싱해 유통하는 동시에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상을 제작한다. 스테이폴리오도 그렇다. 제주 조천읍의 <눈먼고래>, 서울 서촌의 <누와> 등 현재 스테이폴리오에서 유통되는 250개 스테이의 1500개 객실 중 30개의 스테이가 오리지널 스테이다.

/스테이폴리오

2. 수평호텔 프로젝트

이상묵 대표는 마을을 하나의 호텔로, 마을의 실핏줄인 골목을 엘리베이터로 재해석한다. 호텔이란 보통 수직적인 형태로 쌓아 올려져있다. 호텔에 들어가면 보통 1층에 리셉션과 라운지가 있고, 2층이나 3층에 레스토랑과 카페가 있고, 4층부터 꼭대기층까지 스테이들이 있다. 모든 층을 수직으로 연결하는 것이 엘리베이터다. 마을은 당연히 수평적으로 펼쳐져있다. 마을이 하나의 호텔이라면, 골목은 수평적인 공간들을 잇는 엘리베이터다. 골목을 따라 마을의 카페와 레스토랑들이 있고, 여러 스테이들에 접근할 수 있다. 서촌유희 http://yoohee.kr/ 프로젝트로 수평적 마을호텔 컨셉을 처음으로 구현했다.

수평 호텔 컨셉 /스테이폴리오 제공

3. ‘개통하는 집’을 포함한 스테이폴리오 3.0 프로젝트

그는 핸드폰을 개통하듯 집을 개통하고 싶어한다. 기기값과 통신료를 특정 기간 분할 납부하면 언젠가 그 기기가 자신의 소유가 되는 것처럼, 집이라는 하드웨어를 개통해서 바로 거주하기 시작하고 특정 기간 분할 납부하면 소유권이 이전되는 방식을 꿈꾼다. 집을 소유한 노년층은 자신의 소유물인 집을 통해 Monthly 인컴을 만들 수 있고, 집이 필요하되 집을 소유하지 못한 청년층은 ‘집을 개통’해 사용하면서 분할 납부하고 납부 기한이 끝나면 그 집의 소유권을 이전받게 된다. 노년층의 삶의 기한과 청년층의 납부 기한이 10~20년으로 맞아떨어진다면 모두가 행복한 거래일 수 있다. 이런 생각들을 끊임없이 쏟아내는 것이 이상묵 대표의 뇌구조이다. 묵사마 라는 필명으로 쓴 이상묵 대표의 스테이폴리오 3.0 https://blog.naver.com/archiry/222162355920 게시글로 이만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