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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하고 30개월간 매출 제로였습니다. 창업 멤버 3명이 가져갈 돈이 없었죠. 근데 다들 쉽게 말하더라고요. ‘사람이 모이면 돈이 된다’는 스타트업의 성공 방정식이라고요. 저도 알죠. 하지만 문제는 그때까지 버틸 수 있느냐는 거죠”

87년생인 이승재 오늘의집(법인명 버킷플레이스) 창업자는 “조금 있던 퇴직금도 금방 소진했고, 팀원 누구는 생활비가 떨어져서 가족에게 돈도 빌렸다”며 “결국 우린 버티긴 버텼다.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가 대단해서가 아니라, 모두가 20대였고 부양가족이 없었기에 가능했던 같아요”라고 말합니다. “20대라서 진짜 적은 돈, 한 달 몇 십만원으로 버틸 수 있었어요”라고도 합니다.

인테리어 플랫폼 ‘오늘의집’을 운영하는 버킷플레이스의 이승재 대표. /이태경 기자

2014년 출시한 인테리어앱 오늘의집은 쿠팡·배민·마켓컬리·당근마켓의 뒤를 잇는 국민앱입니다. 자신이 꾸민 사진과 경험을 올릴 수 있고, 이걸 바탕으로 다른 사람들이 가구와 소품을 사거나 인테리어 시공을 중개받을 수 있는 서비스죠.

다운로드 2000만명을 넘고, 1000만명 이상이 오늘의집을 찾습니다. 기업가치는 벌써 1조원을 넘었다는 말도 나옵니다. 작년 11월 미국 실리콘밸리 투자자 등에게 700억원 이상의 현금 투자를 받을 때 이미 8000억원 기업가치를 인정받았기 때문입니다. 이 대표도 수천억대 거부(巨富)의 반열에 올라선 겁니다.

“사실 지금도 망할 것 같아요. 스타트업이란 게 끝날 때까지 아무도 몰라요. 내가 잘못하지도, 회사가 이상하지도 않아도, (한순간에 망하는것) 스타트업이란 업(業)이 본래 그런 것 같아요. 오히려 위안이 돼요. 다들 힘들겠다나, 다 똑같겠구나 하고요”

이달 3일 강남구 오늘의집 사무실에서 만난 이승재 대표는 검은 후드에 청바지를 입고 있었습니다. 그는 “같은 검은색 후드티와 반팔티를 10장씩 사두고 돌려입는다”며 “스티브 잡스나 저커버그가 옷을 고민할 시간에 사업 고민을 한다고 해서 따라 해봤는데, 이 방식이 정말 편하다”고 합니다.

뉴스레터 [스타트업]의 제작팀인 쫌아는기자들이 시즌2 8번째로 만난 곳은 코로나 팬데믹 탓에 집콕을 강제당한 많은 사람들의 위안처로 뜬 ‘오늘의집’입니다. 2014년 창업한 버킷플레이스가 운영하는 오늘의집에는 이용자들 무려 1300만 개의 본인 인테리어 소갯글(사진과 경험)이 있고, 다른 이용자는 이걸 참조하며 가구와 소품을 사거나 인테리어 시공을 중개받습니다. 인테리어의 네이버 같은 셈입니다.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했는데 인테리어 창업과 연결고리가 있나요.

사실은 예전 직장에서 사무실 꾸미는 일을 맡았다가, 이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데 도와주는 서비스가 하나도 없다는걸 알았어요. 이게 ‘페인포인트(소비자들이 느끼는 불편함)’라고 생각했어요. 오늘의집 창업 전 이큐브랩이란 스타트업에서 일 했어요. 쓰레기통 상단에 있는 태양광 패널에서 동력을 만들어, 쓰레기통이 가득 차면 위에서 눌러 부피를 자동으로 줄여주는 쓰레기통요. 공대 전공을 살렸죠.

근거없는 자신감이 뿜뿜하던 시절이죠. 당시 이 곳도 돈 없는 스타트업인데 사무실 디자인을 외부에 맡길 처지도 아니었고 ‘내가 알아서 하겠다’고 자청했죠. ‘인테리어? 그 정도야’하고 만만하게 봤죠. 웬 걸요? 결정할 사항이 수십~수백가지예요.

문득 제 인생에서 소파를 처음 구매하는 거란걸 깨달았죠. 책상, 의자도 골라야하고 벽은 어떤 색으로 칠하고, 가구 배치를 어떻고. 수천만원을 쓰는데 기껏 네이버에서 ‘페인트 잘 칠하는 집’ 검색하는 것 외에 할 수 있는게 없더라구요. ‘천만원이 넘는 인테리어인데 깜깜이로 돈을 쓰네, 누군가 먼저 해본 사람이 조금만 도와줘도 정말 편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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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원문에 실린 사진과 그래픽입니다.


오늘의집 사무실 곳곳엔 인테리어 사진과 포스터가 붙어있다. 포스터 속 집들은 모두 실제 오늘의집 직원들의 집이라고 한다. /임경업 기자


제이타임이 열리는 오늘의집 사무실 타운홀(왼쪽 사진). 오늘의집 사무실 한쪽엔 고객 리뷰를 편집한 액자가 걸려있다. /오늘의집 제공, 임경업 기자


이승재 대표가 제일 좋아한다는 미드 센츄리 모던 컨셉으로 꾸민 오늘의집 회의실. /임경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