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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와 짐바브웨 화폐는 메커니즘이 다르지 않습니다. 달러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 그 권력은 가상화폐로 갑니다. 주식도 마찬가지입니다. 쿠팡 상장으로 부자가 된 사람들은 쿠팡 창업자와 초기 투자 기관들뿐입니다. 주식이 상장되기 전, 노동자와 이용자들은 쿠팡 주식을 살 기회조차 없었죠. 쿠팡 성장에 이들이 기여를 했는데도 불과하고요. 하지만 비트코인은 탄생 시점부터 연산력을 제공하는 대가로 누구나 비트코인을 받았습니다. 주식도 장기적으로 가상화폐가 대체할 것입니다.”

김서준(37) 해시드 대표는 청바지와 반팔티, 운동화에 백팩을 메고 인터뷰 장소에 나타났습니다. 평범한 대학생의 모습인 김 대표는 가상화폐와 블록체인의 실천적인 지지자입니다. 서울과고, 포스텍 컴퓨터공학과 출신인 그는 스타트업에 다니다 2015년 이더리움에 투자했습니다. 당시 이더리움의 가격은 개당 1달러 이하. 현재는 3000달러가 넘습니다. “한국에서 가상화폐로 가장 많은 번 인물”로도 꼽힙니다. 확인할 수는 없습니다. 그는 “현금으로 바꾼 적이 거의 없기 때문에 돈을 벌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앞으로도 계속 들고 갈 생각이고, 자산 가치는 모두 팔기 전까지는 비밀”이라고 합니다.

2017년 블록체인의 스타트업을 키우는 엑셀러레이팅을 시작했습니다. 작년에는 국내 최초의 블록체인 벤처캐피털 펀드를 만들었습니다. 규모는 1200억원. 네이버와 카카오, 크래프톤이 이 펀드에 돈을 넣었습니다. 해시드는 VC 분야에서 블록체인-가상화페라는 새로운 혁신에 도전하는 스타트업인 셈입니다. (※ 인터뷰에서 용어는 가상화폐와 코인으로 통일했습니다. 김 대표는 암호화폐, 코인, 토큰 등으로 세밀하게 분류해 좀더 명확한 설명을 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다만 너무 많은 용어 사용은 혼동스러워 왜곡이 없는 선에서 통일했습니다.)

해시드의 김서준 대표. 사진은 2018년 말, 지난 비트코인 불장 시절 인터뷰 사진이다.

◇쿠팡 성장엔 소비자의 데이터가 기여했다. 하지만 쿠팡 상장에 소비자 몫은 없다

가상화폐-블록체인 업계에선 해시드를 모르는 분이 없지만 일반인들에겐 거의 안 알려졌죠.

해시드가 해커 조직인 줄 아는 분도 있어요. 사실 그런 DNA가 좀 있지만요. 해시드는 프로토콜 경제를 만들어가는 회사들의 성장을 돕는 회사요. 프로토콜 경제를 설명하자면, 지금 현대 자본주의 경제 모델은 중재자들이 너무 많은 힘을 가져가고, 소수의 주식회사의 주주들이 너무 많은 성장의 과실을 가져가면서 문제가 생기고 있어요. 플랫폼도 중앙화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다양한 경제 주체들이 참여하는 구조죠. 유튜브도 콘텐츠를 직접 만드는 것이 아니고, 우버도 직접 택시를 가지고 있지 않고, 에어비앤비도 직접 호텔을 가지지 않고 있고요.

그런데 이렇게 중앙화된 플랫폼의 한계가 점점 부각되고 있죠. 저희는 프로토콜 경제 모델을 잘 만들면 플랫폼 모델보다 강력하고 투명한 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고요. 프로토콜 경제로 변화하는 과정에 기여하는 회사에 투자하고, 성장을 돕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프로토콜 경제, 여전히 생소하네요.

프로토콜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규칙입니다. 플랫폼은 승강장이고요. 컴퓨터 프로그램 용어로 프로토콜이 쓰이죠? 프로그램을 통해서 반드시 지켜야 하는 프로그램 코드도 프로토콜이라고 해요.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잡아먹은 이유가 뭘까요. 모든 것이 프로토콜화되어 있기 때문에 믿고 맡길 수 있죠. A를 넣으면 B가 나온다는 완벽한 규칙, 그래서 프로그램은 제멋대로 동작하지 않고 신뢰할 수 있어요.

세상은 그렇다면 프로토콜화 되어 있을까요. 저희가 쓰는 플랫폼은요? 아뇨. 프로토콜이 거의 없어요. 굉장히 많은 것이 의사결정권자의 자의적인 판단과 욕심에 의해 기준이 바뀝니다. 유튜브, 우버, 쿠팡, 에어비앤비 이런 플랫폼 모두 수익이 분배되는 방식이 자의적이고 불투명합니다. 열심히 일하는 직원이 내년 승진할 수 있을까요? 아뇨. 보스가 예쁘게 봐줘야 해요. 스타트업과 대기업의 파트너십? 프로토콜 아닙니다. 정치인의 공약도 프로토콜이 아니고요. 가설과 주장이죠.

만약 세상과 경제가 돌아가는 방식, 조직이 작동하고 성장하는 방식을 컴퓨터 코드처럼 정리하고, 그 코드에 기반해 신뢰할 수 없었던 것들을 신뢰할 수 있어진다면요. 경제조직이 성장하고, 그 보상이 규칙에 따라 투명하게 제공된다면요. 비트코인은 해시레이트, 그러니까 연산에 기여한 정도를 블록체인을 통해 입증하고, 이에 따라 경제적 보상을 주는 프토토콜이에요. 비트코인은 마케팅을 한 적이 없어요. 하지만 과일을 두면 초파리가 나타나는 것처럼 모두가 달려들었죠.

컴파운드 프로토콜이라는 가상화폐 금융시장이 있어요. 가상화폐를 컴파운드 마켓에 예금처럼 맡길 수 있고, 자신의 가상화폐를 담보로, 가상화폐 대출을 받을 수 있죠. 매일 예금자의 풀, 대출자의 풀을 계산해 예금과 담보 자산에 대한 이자율을 메기고, 주식처럼 가상화폐로 이자를 줘요. 자산구축에 기여한 만큼 주식을 나눠주는 셈이죠. 주인은 없고, 모두가 불만이 없죠. 이런 경제가 프로토콜 경제고, 메타버스에서 하나둘 나오고, 디파이를 통해 구현되고 있고요.

유튜브와 우버 같은 플랫폼 기업들의 성장과 그 분배가 불공평하다는 주장인지요.

쿠팡 상장 이야기를 해볼게요. 수많은 노동자와 소비자들이 쿠팡의 성장에 기여했어요. 나스닥 상장 후 시가총액이 몇십조원이죠. 하지만 쿠팡의 노동자, 소비자들은 과연 쿠팡에 투자할 기회가 있었나요. 아니죠. 그 성장의 가치는 투자 기관과 창업자들, 소수의 사람들이 다 가져갔어요. 하지만 블록체인은 처음부터 커뮤니티를 열어 누구에게나 참여를 보장해요. 비트코인 주식회사 들어보셨나요? 아뇨, 없었습니다.

처음부터 비트코인에 연산 능력을 제공했던 사람들은 비트코인을 받았고, 언제든 팔고 떠날 수 있었어요. 비트코인 10개로 피자 사먹었던 사람, 그 피자를 대가로 비트코인을 받아서 갑부가 된 피자집 사장 이야기가 있는 이유도 바로 그겁니다. 개방형 협동 조합 모델인 셈이죠. 주식회사도 상장된 이후부터 투자할 수 있지만, 상장 자체가 이미 다 성장한 다음에 돼요. 그전까지는 이 플랫폼에 참여자들, 심지어 직원들조차 제대로 된 보상을 받을 수 없었으니까요.

스톡옵션로 수억원을 번 직원들이 있지않나요?

스톡옵션 10명에게만 발행해도 재무팀이 수십개 서류에 도장을 찍고 검토합니다. 유튜브에 영상을 만드는 크리에이터만 1억명이 넘고, 페이스북 가입자는 20억명예요. 참여자의 기여 정도를 어떻게 투명하게 측정할 것인지도 이슈죠. 디지털자산, 그러니까 가상화폐가 아니면 이런 보상은 몹시 어렵습니다. 그래서 스톡옵션이 아주 제한적으로 발행되죠.

앞으로 기업의 주식은 더 많은 경제 주체에게 나뉠 겁니다. 실제 우버는 드라이버에게 1년 수익금의 15%를 주식으로 지급하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었고, 에어비앤비도 비슷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었어요. 하지만 주식은 그 과정이 너무 복잡하고 어려워 결국 가상화폐로 대체될 겁니다. 실제 미국 SEC(증권거래위원회) 위원장도 올 초 대담에서 “장기적으로 주식은 디지털 자산 형태로 대체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고요.

플랫폼 경제보다 프로토콜 경제가 낫다고 해도, 안 불편하면 누구도 갈아타지 않죠.

프로토콜을 기반으로 데이터를 사고파는 시대가 올테니까요. 지금 소셜미디어, 모빌리티, 숙박 플랫폼에 내 데이터를 제공하는 이유는 맞춤 추천 기능 덕분이죠. 나의 숙박 기록을 남기면 호텔 추천이 잘 되고, 택시 정보가 쌓이면 택시도 잘 불려요. 하지만 이런 편리함에 기반을 둔 로직들이 중앙화된 플랫폼을 성장시켰다면, 이제 서서히 균열이 발생하고 있어요. 먼저 불신요. 플랫폼 기업들이 이렇게 모은 데이터를 갖고 불법적인 수익을 얻고 있어요. 이미 많은 다큐멘터리가 나왔기 때문에 특정 기업을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 미국과 유럽 같은 국가에서도 이 기업들을 두려워하고 있어요. 국가도 못 가진 데이터를 기업이 갖고 권력화하고 있기 때문에 규제가 하나둘 생기고 있어요.

결국 모든 사람이 내 데이터를 가치를 알게 되는 순간이 올 겁니다. 내 택시 이용 습관 데이터를 내가 소유하고, 데이터를 거래할 수 있는 시대가 10년 안에 와요. 기업은 ‘나의 택시 이용 습관’ 데이터를 돈을 주고 사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데이터를 내가 갖고 있으려면 암호화하는 기술, 블록체인이 필요하고요. 누가 내 택시 이용 데이터를 조회했는지, 불법적으로 내 데이터를 저장하지 않았는지를 증빙할 수단이 되는 것이죠.

의료 데이터를 예로 들면 국민 1명이 1년에 평균 8번 병원에 가요. 그런데 자신조차 내가 어느 병원을 언제 갔는지도 잘 기억나지 않아요. 이런 데이터를 기반으로 활용도 불가능하고요. 제약회사들은 내가 갔던 병원 데이터를 돈을 주고라도 사고 싶어할 겁니다. 그걸 팔아 수익을 올리고, 내 데이터를 불법적으로 사용하는 것도 막을 방법. 그게 블록체인 기술이에요. 데이터 주권을 찾으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열려요. 개인에게도 이득이 되고요. 해시드는 그걸 가능하게 할 기술을 만들 회사들에 투자하는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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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원문에 실린 사진과 그래픽입니다.


◇1200억원 펀드로 투자, 블록체인 기술 산업에 불 꺼트리지 않는 역할

2017년, 해시드가 개최한 미팅에 초청돼 한국을 방문한 이더리움의 개발자 비탈릭 부테린(오른쪽 셋째)와 김서준 대표(맨 오른쪽). /해시드 제공
김서준 대표가 설명한 엑시인피니티 차트.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조정이 왔던 지난 두달 사이, 엑시인피니티는 꾸준히 오르고 있다. /코인마켓캡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