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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의 길목에 서면 돼지도 날 수 있다(台风来的时候,猪都会飞) by 레이쥔 샤오미 창업자
스티브 잡스를 동경한 청년인 레이쥔은 마흔에 샤오미을 창업했다. ‘사람은 꿈을 꾸기에 위대하다’는 레이쥔의 창업 철학은 숱한 사람들이 왜 다소 미숙하고 모자란 스타트업을 동경하고 응원하는지 이유를 설명하는 말인지도 모른다. 그들은 꿈을 꾸기 때문이다.
레이쥔 창업자를 오해해선 안된다. 요행이 스타트업의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 아무나 태풍의 길목을 찾는 것이 아니며, 우연히 그 길목에 섰다고 누구나 성공하지도 않는다. 태풍의 기척은 끊임없이 바람의 변화에 눈과 귀를 열어둔 소수만 느낀다. 하늘을 날겠다는 대범한 한 수와 탄탄한 실력도 필요하다. “태풍을 타는건 엄청난 기회지만, 돼지가 바람에 난다고 해서 날개가 자라는건 아니며, 그 바람이 지나고나면 수많은 돼지들이 떨어져 죽는다”(알리바바 마윈)는 냉혹한 사실이다.
창업자 : 한국신용데이터 김동호 창업자
87년생인 김동호 창업자는 카이스트 부설 한국영재학교 1기 출신이다. “1기라서 참 좋고, 재밌는 친구들이 많았다”는 김 대표. 대학은 연대 산업공학과를 나왔다. 20대 청년이었던 2011년 오픈서베이, 2016년 한국신용데이터를 창업했다. 20대에 연쇄 창업자의 반열에 오는 것이다. 두번 모두 성공에 가깝다. 아이폰의 혁신을 본 20대 청년은 시대의 태풍을 봤고 고심했다. 모바일 설문조사, 그게 오픈서베이 창업이다. 그리곤 바람의 냄새가 바뀌었다. 데이터다. 누구나 필요한데도, 그리고 엄청난 데이터가 집결할 지점인데도 아직 아무도 시작하지 않은 창업 아이템, 그는 자영업자를 봤다.
한국신용데이터라는 사명은 전혀 스타트업 같지 않다. 갓 생긴 역동적인 스타트업 혁신 이미지는 제로다. 오히려 30년 이상된 공기업의 냄새가 물씬나는 사명이다. 요즘 ‘본투글로벌(창업때부터 해외시장을노리는 스타트업)’이라지만, 한국신용데이터에선 그런 뉘앙스조차 없다. 하지만 일부러 택한 이름이다. 창업의 첫 단추부터 전략적 판단을 했다.
“애초에 노린 대목입니다. 자영업 사장님들한테 데이터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준비하니, 고객을 위한 사명을 고민했습니다. 우리는 소상공인 사장님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영업과 거래 정보라는 데이터를 제공받아, 재가공해 의미있는 데이터로 되돌리는 비즈니스입니다. 그런데 사장님들 입장에서 이렇게 중요한 데이터를 아무에게나 선뜻 줄리 없죠. 회사 이름과 서비스 이름부터 인식이 성립된다고 봤어요. 스타트업스런 이름, 영어가 많이 들어간 이름으로 다가갔을 때, 사장님들 입장에선 “이 친구들이 진중하게 우리 데이터를 처리해줄까” 의문을 품지않을까요. 적어도 이름에서부터 신뢰를 얻으려는 노력을 해보자는 어프로치죠.
2016년 4월 법인 설립 준비할 때 동업하는 이성호 씨와 함께 키워드를 뽑았습니다. 한국, 신용, 기술, 정보, 데이터 등 주요 키워드를 뽑고, 수십 개의 컴비네이션를 맞췄죠. 이미 회사명이 있으면 안되니 상표권 검색, 대법원 등기 상호 검색해가면서요. 사명 후보가 출원도 안 돼있고 말소된 등기도 없는, 첫번째인 이름요. 본래 신용으로 할지 크레딧으로 할지, 고민했어요. 한국크래딧데이터, 이것도 사장님들이 이해못할 단어는 없고 크래딧데이터라면 좀더 세련된 느낌도 있긴 하겠지만, 여전히 사장님들이 ‘크래딧’하면 그거 뭐야할지도 모르지 않겠나도 했어요. 솔직히 이게 등록이 안돼 있었으면 한국크래딧데이터가 됐을지도 모르지만요.”
“한국을 사명에 넣은건, 결국은 한국에서 대표적인 사업자가 되겠다는 차원에서 그랬어요. 언젠가 해외에 나갈 수도 있고, 그땐 (사명에 들어간)한국이 어색할지도 모르지만. 사장님에게 신뢰받는 포지션, 한국에서 제일 잘하는 기업요. 한국신용데이터를 창업했더니, 링크드인으로 “이직하셨나요”라는 질문을 두번받았어요. 오픈서베이하다가 한국신용데이터로 가셨나봐요라는. 누가봐도 한국신용데이터는 신설회사는 아니고,연식이 좀 된 것으로 보여지니까, 오픈서베이 창업자가 갑자기 어디 공기업 대표로 옮겼나 하고요.”
한국신용데이터는 캐시노트라는 자영업자 전용 서비스를 하는 곳이다. 서비스 론칭은 2017년 4월. 시작하자마자 이용 고객이 급증했고 현재는 80만 사업장의 첫번째 화면이다. 예컨대 주요 신용카드사의 가맹 자영업자 숫자(한달에 1회 이상 결제가 일어나는 사업장)인 186만개(신한카드, 2019년 기준)의 3분의 1 수준이다. 곧 100만개 돌파도 눈앞이다. 하지만 자영업자의 고객 확보는 쉽지 않은 일이다. 일반 소비자가 자장면 주문하려고 배민이나 쿠팡이츠를 한번 다운로드하는 것과는 다르다. 한번 쓰고 마음에 안들면 지우면 그만이다. 하지만 자영업자에게 영업 데이터를 맡기는 판단은 본인의 생계와도 연결된 문제다. 한국신용데이터는 론칭 3~4개월에 자영업자 고객 1만곳을 확보했다. 이 바닥을 아는 이의 눈에는 기적이 벌어진 것이다.
“베타서비스를 내고는 시장 반응보려고 선릉역 주변의 먹자골목을 돌아다녔는데 결론은 이렇게는 안되겠다 였어요. 사장님들이 한가하게 우리 세일즈 피칭을 들을 시간이 없더라구요. 사장님들은 아침 출근하지마자 점심 준비하고, 점심 때는 정신없고, 오후에 잠깐 쉬었다가 다시저녁 영업을 준비해요. 아니면 직원에게 맡기고 퇴근하고요. 우리 영업직원이 가게에 간다고 사장님을 반드시 만난다는 보장도 없고, 만나도 우리와 의미있는 대화를 나눌 여유가 없더라구요. 그 여유 시간은 오후 3시 이후에 30분 정도 나는데, 문제는 선릉역의 모든 식당 사장님이 모두 똑같다는거예요. 결국 우리 영업사원이 설명할 수 있는 곳은 2곳밖에 안돼요.
이걸 어떻게 하지? 영업사원이 아무리 설득력이 높다해도 10만 명의 사장님을 만나야, 1만명을 쓰게 할텐데요. 3개월 1만곳 하려면 하루에 1500명을 만나야해요. 이런 식으로 영업하면 안되겠다는 생각했죠. 돈이 정말 많았으면 그렇게 해봤을껀데, 영업사원을 100명 뽑을 수도 없고, 우리가 발로 뛴다고 해도 많이 못 만나니까, 이런 상황이면 직접 안 만나고, 사장님 피칭할 수 있는 방법을 찾자, 그리고 사장님들이 주위 사장님에게 추천하게 만들자는 마케팅을 했어요.”
“론칭했을 때 페북 광고를 시작했고, 첫날 6000원을 썼어요. 광고 세팅하고 이미지 올리고요. 간이 작아서 하루에 만원, 이만원씩 썼어요. 첫달 마케팅 100만원도 안됐죠. 근데 첫달 1000개 가맹점이 들어와서 당시에 어안이 벙벙했어요. 왜 이리 빨리 늘지? 가맹점 1만번까지는 느는게 너무 재밌으니까, 모든 목록을 다 봤어요. 아, 여기 갔던 식당이다 싶으면, 직접 가서 점심 먹으면서 슬쩍 ‘실은 우리가 그거 만든 회사다’라고 말하는게 너무 재밌었죠. 어떤 날은 갑자기 2~3시간 사이에 치과 병원이 수백 곳이 들어와요. 랜덤으로 ‘가입해서 감사합니다’라고 전화하곤, 가입 경로를 물어봤어요. 치대 동창회 단톡방에 캐시노트가 올라왔다고 해요. 단톡 확산이 가속 부스터가 됐어요. 사장님들도 다들 단톡방이 있어요, 가게하는 친구들끼리요.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어도 누가 올렸는지 몰라서 고맙다는 말도 못했어요. 그렇게 편의점, 한의원 등도 한꺼번에 들어왔죠. 사장님들이 만족하는 뾰족한 서비스를 만드는 것 만으로도 단톡 바이럴이 가능하겠다 싶었어요. 여기에 캐시노트는 당시 카톡의 미니앱같은 형태로 시작했어요. 당시엔 그런 서비스가 별로 없었어요. 단톡 확산과 딱맞아 떨어진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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