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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때 투자하기로 했다]는 현업 투자자가 스타트업의 투자하기로 결심한 스토리를 들려주는 코너입니다. ‘화학물질이 없는 생리대’에 도전하는 이너시아 투자 스토리입니다.
창업가가 빠지기 쉬운 함정은 자신이 푸는 문제와 사랑에 빠지는 것이다. 이렇게나 멋진 문제를 내가 풀고 있다고? 이 문제를 푸는데 평생을 바칠거야. 많은 창업자는 이렇게 외친다. 스스로 찾은 문제를 다른 사람들이 의심의 눈초리로 보더라도 묵묵히 끝까지 풀어내는 것이 창업가 정신이라고 믿는다. 그럴까? 진정한 창업가 정신은 직관적으로 떠올린 문제에 집중할 때가 아닌, 정말 훌륭한 문제를 체계적인 방법으로 찾아낼때 시작한다. 우린 누가 만들었는지도 모르는 문제들을 풀며 학창시절을 보냈다. 문제 가치보다는 문제를 빨리, 잘 푸는데만 집중하기 쉽상이다. 하지만 성공한 스타트업은 더 많은 고객들이 더 큰 고통을 느끼는 지점을 찾아내면서 빠르게 성장한다. 훌륭한 문제 찾기가 중요하지만 쉽지도 않다. 머리를 싸매고 책상머리에 앉아선 찾아지지 않는다.
예비 창업가들을 만날 때 나는 정말 내 직업이 좋다. 세상에 없던 뭔가를 만들려는 그들의 열정에 마주할때 심장이 두근거린다. 그 느낌이 너무나도 강렬해서, 초기 창업가들이 모이는 행사에는 웬만하면 참여하려고 한다. 그 중에서도 제일 열심히 참여하고 있는 행사는 KAIST에서 주관하는 E*5라는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이다. 1년에 두 번 있는 E*5는 퓨처플레이가 투자한 더카본스튜디오, 코스모스랩 등 훌륭한 스타트업이 탄생한 산실이기도 하다.
이너시아는 올해 상반기 KAIST E*5에서 만난 팀이다. 만났을 당시 이름은 라드스테이션(RadStation)이었고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박사과정 멤버들이 주축이었다. 동물용 방사선 암 치료기를 만들고 있었다. 반려동물이 암에 걸리면 사람용으로 만들어진 방사선 치료기를 쓰게 되는데 가격도 높고 동물의 몸 크기나 구조에 맞게 설계되어 있지 않아 치료 효과도 비교적 낮아진다. 원자력 및 양자공학을 전공하면서 익힌 기술을 바탕으로, 라드스테이션은 열심히 이 문제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런데요, 반려동물 주인들이 연명치료를 하려고 할까요? 비용이 엄청날 텐데…”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가 200명 이상 인터뷰를 했고 대부분이 연명치료를 하겠다고 답변했어요!” 내 우려 섞인 질문에 라드스테이션팀은 당차게 답했다. 아, 문제가 맞는지 고객과 만나 검증하는 좋은 팀이구나, 하는 안도감도 들었지만, 과연 이 결과를 믿고 계속 이 문제를 푸는 게 좋을지 고민도 생겼다.
“스타트업 업계에 이런 말이 있어요. 모든 고객은 거짓말을 한다. 다들 착한 사람이 되고 싶은 거죠. 그래서… 저는 이런 문제가 진짜 존재하는지 알려면 설문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것 같아요.” “그러면 뭘 하면 좋을까요?” “참 어려울 것 같긴 한데요… 예를 들면 암 진단을 할 수 있는 큰 동물병원에 가서, 암 판정을 받은 반려동물 주인들 중 몇 명이나 실제로 연명 치료를 선택하는지 직접 보시면 되지 않을까요?”
말은 참 쉽다만, 불쑥 병원으로 찾아서 막 사랑하는 반려동물이 암에 걸렸다는 선고를 들은 주인들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 관찰하는 건 어렵고 고통스런 일이다. 조언을 한 다음 이틀 쯤 지났을까? 갑자기 라드스테이션 팀에게서 전화가 왔다.
◇고객은 때론 선한 거짓말을 한다, 그걸 꿰뚫는건 창업팀의 피땀눈물
“멘토님! 저희 피봇하겠습니다!” 아끼던 문제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창업가치고는 너무나도 밝았다. 팀원 전체가 동물병원으로 달려갔고 반려동물 주인들의 결정을 보았다. 그리고 그들 대부분은 연명치료를 선택하지 않았다. 내 의심대로, 어떤 반려동물 주인도 매정한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
“자 이젠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세명의 팀원이 소처럼 눈망울을 굴렸다. KAIST E*5 프로그램은 중반을 지나 마지막으로 향하고 있었다. 중간 발표에서 라드스테이션은 위 과정을 담담히 피칭했고 “그래서 피봇한다”고 마무리 지은 참이었다.
“우리가 처음에 어떻게 문제를 찾았을까요? 세분이 이야기를 나누면서 직관적으로 아이디어를 냈고 그 중 제일 말이 되는 걸 고르셨을 거에요. 이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문제를 고객 중심으로 최대한 많이 찾고 그 문제들을 우리에게 중요한 조건들을 가지고 스코어링하면 되지 않을까요? 시작부터 이렇게 체계적으로 문제를 찾으면 우리가 훌륭한 문제를 푸는가 하는 고민은 사라지지 않겠어요?” “그러면 문제를 몇개 정도 찾아보면 될까요?” “최소한 100개는 찾아보세요. 때로는 양이 질을 좌우하거든요.”
역시 말은 참 쉽다. 100개의 문제를 찾기 위해서는 그 만큼 많은 고객을 만나야 하고, 고객의 고통을 느끼고 분석해야 한다. 라드스테이션에게 주어진 시간은 딱 일주일이었다. 그 짧은 시간에 100개 문제를 찾으라 하면 대부분은 포기하고 만다. 여러가지 핑계를 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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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원문에 실린 사진과 그래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