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이 100억원에 1년에 이자만 4억원 가까이 되는데 금리 인상 때문에 이자로 최소 5000만원은 더 내야 할 처지입니다.” 지난 26일 경기도 한 주물 공장에서 만난 이모 사장은 “고철 가격이 몇 달 새 50% 이상 급등하면서 적자가 날 상황인데 이자까지 늘어나 버티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힘겨운 국내 중소기업계가 최근 가파른 금리 인상에 위기를 맞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5월 이후 1년 3개월간 0.5%로 유지되던 기준금리를 지난 8월과 지난주 0.25%포인트씩 올렸다. 과열된 부동산 시장을 진정시켜 물가를 잡겠다는 의도지만 불과 3개월 만에 기준금리가 0.5%포인트 오르자, 대출로 겨우 버텨온 중소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본지가 이번 기준금리 인상 직전인 이달 3일부터 12일까지 중소기업중앙회와 함께 중소기업 500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정부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빠르다’는 응답이 56%(’다소 빠름’ 41.6%, ‘너무 빠름’ 14.4%)였다. 이번 금리 인상 악재가 반영되기 전인데도, 절반이 넘는 중소기업이 이자가 불어나는 속도를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기준금리 인상은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 더 치명적이다. 중기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1%포인트 올랐을 때 중기는 영업이익이 9% 가까이 감소하지만 대기업·중견기업은 5%가량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가 똑같이 올라도 그로 인한 부담은 중소기업들이 훨씬 큰 것은 우리 경제의 고질적인 대기업·중소기업 양극화의 한 단면이다. 이번 설문에서도 중소기업들의 42.2%는 우리나라 경제성장에 가장 필요한 요소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양극화 해소’를 꼽았다. 올 들어 원자재 가격 폭등, 전기료와 금리 인상이라는 악재가 잇따르고 있지만 대기업 납품 단가를 당장 인상할 수 없는 중소기업들의 어려움이 투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조사 대상 중소기업의 3분의 1이 넘는 36.6%는 ‘회사가 10년 안에 폐업할 것’이라고 답했을 정도다.

추문갑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올 들어 수출이 호조를 보이며 실적이 크게 개선된 대기업과 달리 내수 의존도가 높은 중소기업 대부분은 여전히 코로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까지 우려를 더하는 가운데 가파른 금리 인상은 중소기업들을 한계 상황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