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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스타트업 ‘올라웍스’입니다. 몇몇은 거창하게 ‘한국판 페이팔 마피아’라고 합니다. 2006년 창업해 컴퓨터와 휴대폰에 올린 사진을 얼굴별로 자동 인식 분류하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2012년 인텔이 350억 원에 올라웍스를 인수했습니다. ‘한국판 페이팔 마피아’라고 하긴 소소하긴 합니다. 찐 페이팔 마피아, 그러니까 페이팔의 동료들은 일론 머스크, 피터 틸 수준이니까요.

하지만 ‘올라웍스 마피아’거나 ‘한국판 페이팔 마피아’인 것도 맞습니다. 올라웍스 공동창업자인 류중희 대표는 매각 이후 인텔에서 일하다 엑셀러레이터 ‘퓨처플레이’를 설립했습니다. 한국 대표 엑셀러레이터입니다. CTO였던 김태훈 대표는 ‘딥핑소스’라는 인공지능 이미지 처리 스타트업을 창업했고요. 한국 대표 P2P 스타트업인 렌딧의 김성준 창업가가 당시 올라웍스의 디자이너입니다. 그리고 정점은 어쩌면 당시 올라웍스의 인턴입니다. 한국 암호화폐의 얼굴로 통하는 김서준 해시드 대표가 당시 인턴이었습니다.

김준환(47) 스트라드비젼 창업가는 당시 올라웍스의 공동창업자이자 CTO입니다. “올라웍스의 기술요? 지금으로 치면 구글 포토 같은 기능이죠. 창업 당시엔 스마트폰이 없었고 피쳐폰의 마지막 세대였습니다. 처음엔 이 사진을 구별해주는 PC 프로그램을 만들었는데 쫄딱 망했고 이후 스마트폰에 탑재했죠. 당시엔 스타트업이란 단어가 없어서, 기술벤처라고 했죠.”

“올라웍스 매각후, 잠시 인텔에 있다가 2014년 창업했습니다. 이번엔 자율주행 인공지능(AI)이 카메라로 들어온 영상과 사진을 빠르게 판별하는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일입니다. 올라웍스 시절의 영상 사진 분석 소프트웨어 기술을 자동차 카메라로 옮겨왔죠. 영상 분석과 AI. 둘은 반드시 파급력 있고 돈 되는 기술이죠. 문제는 어디와 붙었을 때 임팩트가 크냐는 것입니다. 의료와 AI, 영상기술이 붙으면 루닛이 됐겠지만 자율주행을 택했습니다. 이 시장이 커질 것이라 보고, 니즈가 커지는 마켓에 올라타기로 했어요. 그렇게 두번째 도전인 스트라드비젼을 시작했습니다.”

스트라드비젼의 김준환 창업가. 옆의 캐리커쳐는 발달장애작가인 정민우 님이 그린 그림/스트라드비젼, 정민우 제공

◇증강현실(AR) 안경이 자율주행 기술 된 사연...남들 몰래 한 피벗

남들 모르게 피벗을 한 회사라고요?

“핵심 공동창업자가 포스텍 전봉진 박사님과 랩실 멤버들입니다. 그들이 이미 랩에서 초기 기술을 만들고 있었죠. 제가 인텔 근무가 끝나고 함께 창업으로 이어진 것이고요. 원래는 구글 글래스, 그러니까 AR(증강현실) 안경에 들어가는 영상 인식 기술이었습니다. SF영화보면 쓰고 있는 안경이 눈에 보이는 물체를 알아서 분석해주는 기술이요. 이 기술의 어려운 점. 안경이 작다보니 하드웨어의 크기와 성능 제한이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정확도를 높이면서 프로그램 사이즈를 작게 만들어야 하죠. 컴퓨터를 눈에 붙이고 다닐 수는 없으니까요.”

“그런데 어쩌죠? 구글 글래스가 잘 안 됐습니다. 지금은 메타버스 이야기가 화제지만 4~5년 전 나온 VR, AR 기기 다들 잘 안 팔렸죠. AR 시대가 올 줄 알았는데 안 왔습니다. 그래서 AR글래스 소프트웨어를 바로 접었습니다. ‘그래도 기술은 남았다’고 팀원들을 설득했죠. 2년 정도를 허비했고, 2016년 초에 피벗을 알아봤습니다. 그게 자동차 시장이었습니다. 일단 자율주행 시대가 온다, 그리고 시장이 아주 커질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고요. 둘째로 우리 기술이 차와 잘 맞았습니다. 차량용 반도체는 PC, 서버 반도체와 달리 구세대 기술을 기반으로 합니다. 그리고 도로 위를 달리면서 열과 바람 등 훨씬 가혹한 환경에 노출되기 때문에 연산능력보다 안전성과 내구성에 초점을 많이 맞추죠. 그러다보니 성능에 제약이 많습니다. 이런 반도체 위에 잘 돌아갈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필요했는데, 구글 글래스에 넣기 위한 경량화 소프트웨어를 만들다보니 차량용 반도체에서 소프트웨어가 잘 굴러갔습니다. 그렇게 피벗이 시작됐죠.”

올라웍스 때처럼 영상과 사진 기술, 한 우물 파기인가요.

“올라웍스 시절과 비슷한 아이템이 무대가 바뀐 것이죠. 코넬대 컴퓨터공학 박사 출신입니다. 박사 논문 주제가 의료 영상 기술 연구였어요. 계속 영상 기술을 판 셈이죠. 자율주행은 운전자 대신 컴퓨터가 대신 주행을 해주는 것. 그러니까 사람과 똑같이 물체와 여러 상황을 인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운전의 단계는 크게 세가지. ‘인식 - 플래닝 - 컨트롤’로 나눕니다. 예컨대 ‘보행자를 본다 - 브레이크를 밟아야겠다 - 브레이크를 밟았다’ 이렇게 구분 되는 것처럼요.

스트라드비젼의 제품은 세 프로세스 중 인식을 담당합니다. 사람에게 눈이 있고, 망막에 맺힌 정보를 뇌가 유의미한 정보로 해석을 합니다. 눈에 해당하는 것이 카메라, 라이다, 레이더고요. 스트라드비젼은 뇌 역할입니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자율주행용 반도체) 중 소프트웨어고요.”

“자율주행차가 달릴 때, 차선 인식부터 보행자, 신호등을 전부 정확하게 인식해야 합니다. 파인 길바닥과 떨어진 나무토막까지도 섬세하게 인식해야죠. 예측 밖의 데이터까지 카메라로 입력된 영상과 사진이 ‘이것은 무엇이다’라고 인식해서 알려주는 소프트웨어. 그걸 만듭니다. 테슬라는 오토파일럿이라 부르고, 각 자동차 회사마다 부르는 이름은 다르지만 모든 ADAS(첨단운전자보조기술, 흔히 반半 자율주행이라 부름)에 필수적인 소프트웨어. 이걸 만들어요.”

자율주행의 기술 장벽이란게, 대머리 보행자를 보행자로 인식 못한다는것?

“네. 실제 프로토타입에서는 그랬습니다. 초기 버전은 ‘사람’, ‘신호등’, ‘차선’ 정도를 구분하는 기능 뿐이었고요. 머리카락 없다고 AI가 사람으로 인식하지 못 했던 것처럼, 밤에 검은 옷을 입은 사람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지금 버전은 완전 다른 차원이죠. 예컨대 특정 터널은 ‘트럭 통행 불가’ 표지판이 있는데 그걸 알아보고 알려줍니다. 버스전용차로를 유심히 보면, 일반 자가용이 다닐 수 있는 시간이 표시된 경우도 있습니다. 최신 버전은 이런 싸인과 도료 표식까지 인식해서 알려줄 정도로 발전했습니다. 자율주행은 참 부담이 큽니다. 잘못 인식하면 사람의 생명과 재산이 오가니까요. 정확도 1%가 얼마나 치명적인가. 매일 생각합니다.”

한미일중, 그리고 유럽 주요 글로벌 자동차회사가 모두 고객이라고 들었습니다.

“기업들만 대상으로 파는 B2B 사업의 어려운 점. 제가 물건을 누구한테 팔았는지 고객사의 허락 없이 말을 못 한다는 것입니다. 밝힐 수 있는 고객사는 중국 창안자동차(중국 5대 자동차 제조사 중 하나), 그리고 전장사업에 뛰어든 LG전자와 최근 양산 계약을 체결했다는 것뿐이죠. 독일, 중국, 미국 등 모두 알 만한 주요 완성차 브랜드 차에 저희 기술이 탑재되어 있습니다. 직접적인 고객사들은 이런 완성차 기업들에게 부품을 납품하는 거대 부품사들이고요. 미국, 일본, 중국, 독일에 모두 오피스가 있습니다. 올해 본격적으로 미국 디트로이트 쪽 제조사와 부품사들을 공략할 겁니다. 참 자랑하고 싶은데… 사석에서는 지나가는 차를 보면 지인들에게 ‘저 차에 우리 제품 들어갔다’고 자랑합니다.”

스트라드비젼 소프트웨어가 도로 상황을 인식하고 있는 모습. 보행차, 차량, 표지판 등을 구분해 자율주행 AI가 판단을 내리도록 돕는다. /스트라드비젼 제공

◇25% 시장의 뾰족함

자율주행 절대강자는 테슬라 아닙니까

“네. 테슬라는 다른 모든 회사보다 자율주행 기술에서 2년 정도 앞서있죠. 칩도 자체 개발, 소프트웨어도 자체 개발이고요. 수백만대가 도로를 다니면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다시 데이터센터로 모여서, 다시 AI가 공부를 하는 데 거름이 되고요. 이 사이클을 따라갈 회사는 아직 없는, 독보적인 회사입니다. 저희처럼 물건을 만들어 완성차 업체에 파는 회사 중에선 인텔 자회사, 모빌아이가 원 톱입니다. 여긴 라이다 등 하드웨어, 소프트웨어도 개발해서 팔고 있고요. 인텔과의 시너지도 엄청나고요.”

강자들이 즐비한데 스트라드비젼의 ‘25%의 뾰족함’이 먹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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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원문에 실린 사진과 그래픽입니다.

미국에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는 스트라드비젼의 소프트웨어. /스트라드비젼 제공

◇좌절한 물리학자의 꿈, 도전 중인 체스 월드 마스터의 꿈

김준환 대표가 인터뷰 당시 쓰고 온 모자 /임경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