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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창업이 가우디오랩입니다. 윌러스표준기술연구소라고, 통신·음향 관련 IP(지식재산권) 기술 라이센싱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입니다. 공학자+변리사+변호사가 함께 일하면서 관련 기술을 발명하거나 특허를 관리하는 회사죠. 지금도 삼성전자와 LG전자 다음으로 많은 통신 특허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제가 창업자이자, 최대주주였고요. 그런데 창업 2년차 쯤, 잘 굴러가던 회사를 제가 박차고 나왔죠.”

가우디오랩은 오현오 대표(49)의 두번째 창업입니다. 나름 잘 나갔던, 시장에 정착했던 회사를 두고 ‘VR 오디오 테크’를 하겠다며 창업 4년차에 창업자가 회사를 나옵니다. 25명의 쟁쟁한 박사급 연구원과 법조인을 남겨두고요. 심지어 윌러스표준기술연구소는 그의 지분 100% 회사였습니다. 그런데 그는 지분 절반 이상을 팀원들에게 나눠주고 새로운 도전을 위해 자신이 만든 둥지를 박차고 나왔습니다.

“2014년 페이스북이 오큘러스를 2조5000억원에 샀어요. 뭐? 직원 100명도 안 되고 이제 막 시작한 VR기기를 이 돈을 주고 산다고?!. VR에 미래가 있을 것 같았습니다. 가상현실을 현실처럼 느끼게 해주는 핵심이 또 오디오거든요. 헐리우드 콘텐츠 시장은 돌비라는 미국 회사가 오디오 포맷을 완전히 독점했으니, 새로 열리는 VR 시장에선 우리가 1등도 가능할 것 같았습니다. 투자자들에게 설명했습니다. 이 기술를 직접 개발하고, 특허도 만들어서 세계 시장에 나가보겠다고요.”

가우디오랩의 오현오 창업가. 옆의 캐리커쳐는 발달장애작가인 정민우 님이 그린 그림/가우디오랩, 정민우 제공

연세대 전자공학과 92학번으로 오디오 연구로 박사 학위를 따고, 그리고 LG전자 TV사업부문의 오디오 담당 엔지니어까지. 꾸준히 오디오만 파서 나름 이 시장에 알려진 엔지니어였던 오현오 대표가 ‘오디오 테크’ 시장을 개척하겠다고 하니 투자자들도 나름 솔깃했을 겁니다. 단, 조건이 있었습니다.

“기존 회사가 다른 특허도 있고 복잡하니, 그러면 아예 기술만 만드는 회사를 따로 해라. 그것이 안전하다. 투자자들이 제2의 창업을 요구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나가겠다고 했습니다. 일종의 스핀오프인 셈이고, 스타크래프트로 치면 본진의 커맨드센터를 하늘 위로 띄운 셈이죠.

팀원들 다들 난리였습니다. 이렇게 대표가 나가면 어떻하냐고요. 약속했습니다. ‘꼭 성공하겠다. 그리고 이제 나는 이 회사의 중요한 사람이 아니니까, 여러분에게 제 지분을 나눠주겠다’고요. 그리고 그 약속을 지켰죠. 이제 제 지분은 40% 정도 남았고, 이것도 팀원들에게 더 나눠줄 생각입니다.”

“새로운 시장이 열렸고, 새 시장에서 정말 1등이 가능할 것 같았거든요. 말처럼 쉽게 되지는 않았고, 아직도 갈 길이 아주 멀지만요. 이 결심을 했을 때, 세계 음향기술표준을 정하는 회의가 마침 스페인에서 있어고, 바르셀로나 가우디성당 앞에서 코파운더와 같이 새로운 VR 오디오테크 아이템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래서 가우디+오디오+연구소(랩). 이름이 가우디오랩이 됐습니다.”

새로 열린 바다를 보면서 두근거렸을 창업가의 가슴설렘이 전해졌습니다.

◇1등이 다 먹는 시장, 그런데 잔고는 6개월 어치 남았다

오디오 포맷, 그러니까 오디오테크 기술 전쟁이 무엇이길래 1등 싸움에 치열한가요.

“혹시 집에 비싼 오디오 기계를 두신 분, 극장에서 관찰력이 좋은 분은 ‘돌비(Dolby)’라는 마크가 구석에 찍혀있거나 어딘가에 숨어있다는 걸 보셨을 겁니다. 1970년대 세워진 미국 회사인데요. 기업가치가 20조원이 넘어요.

무엇으로 돈을 버느냐. 음향기술에 대한 특허로 돈을 법니다. 소리라는 것은 결국 녹음을 해서 압축(인코딩)을 하고, 이것을 우리가 듣는 극장의 여러 스피커로 전달해서 압축을 푸는(디코딩)의 작업을 거치거든요. 이걸 어떤 방식으로 압축하고 푸느냐. 이 기술 포맷을 지난 30년이 넘도록 독점을 해서 매년 로열티로만 2조원 이상을 버는 회사죠. 모든 헐리우드 콘텐츠가 돌비의 포맷을 기반으로 제작해서 배포되니까요. 선두 주자가 시장을 지배하는 곳이죠.”

“음악들을 때 쓰는 MP3도 결국 이런 오디오포맷이자 기술특허입니다. 다들 음악이나 영상을 PC로 볼때 ‘지원하지 않는 코덱입니다’라는 오류창을 보였을 수도 있습니다. 그때 말하는 코덱이 바로 이 포맷을 말합니다. 그러니까 우리 눈에 하드웨어로 보이지 않는 오디오 테크인 셈이죠. 저희는 VR의 이런 포맷을 하겠다고 창업했던 회사였고요.”

VR을 위한 오디오 압축 기술이 따로 필요한 이유는요? 결국 실패하고 망할 뻔 했다던데.

“돌비라는 한 회사가 모든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의 오디오 포맷을 독점하니 기술 혁신이 거의 일어나지 않았거든요. 디즈니가 돌비 사운드 포맷으로 영화를 만들면, 결국 삼성과 LG TV 모두 돌비 포맷을 지원할 수 밖에 없고, 로열티가 또 돌비에게 지급됩니다. 그런데 VR이라는 새로운 하드웨어가 나왔거든요. 판을 다시 짤 수 있게 됐죠.”

“VR을 끼고 들을 수 있는 입체 음향을 만드는 것이죠. 3차원 공간에서 움직일 때 마치 그곳에 있는 것처럼요. 예를 들어 제가 VR을 끼고 가상세계에서 가수 아이유의 콘서트를 보고 있다고 가정할게요. 이 상태에서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면요? 소리가 오른쪽에서 들려야합니다.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면? 소리가 왼쪽 귀에서 들려야 입체공간에 있는 것처럼 들립니다. 그러니까 3차원 공간에서 매칭이 되는 소리기술. 이걸 만들려고 했던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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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오 대표가 설명했던 입체감 있는 사운드 기술은 현재일반 영상 콘텐츠에도 적용되고 있다. 네이버 콘텐츠에 브레이브걸스가 출연한 영상. 이어폰이나 헤드폰으로 자세히 들어보면 멤버들의 위치에 따라 소리의 거리감이 미묘하게 다르다. 가우디우랩 기술과 협업한 것이다.

[[Immersive Audio] 미친 텐션 브레이브걸스의 1초 노래 맞히기 (쁘걸은 케이팝에 진심) | 쁘캉스 EP.1]

동물원의 1993년 라이브. 대학생 밴드로 출발했고, 김광석이 1기 멤버 출신이다. '변해가네', '혜화동',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와 같은 히트곡을 낸 90년대 최고 인기 밴드였다.

[[1993] 동물원 – 혜화동 (응답하라 1988 삽입곡)]

실제 오현오 대표가 소지 중인 최애 헤드폰 소니 MDR-1R.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가우디오랩 창업 작당모의를 했던 시절의 오현오 대표(오른쪽)과 이태규 CTO(왼쪽).
The Eagles - Hotel California(MTV unplugged 1994). 전설로 꼽히는 라이브 무대다.

[The Eagles - Hotel California (Acoustic 19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