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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소는 여의도의 절반 정도되는 엄청난 규모예요. 2015년, 16년에 대우조선해양의 연구원이었을 때입니다. 멀리서 연기가 모락모락나요. LPG 선박 만들다가 탱크에서 화재가 난거죠. 멀어서 현실감이 없어요. 연기를 보다가 자리에 돌아와 일해요. 그리곤 소식을 들어요. 많은 분들이 돌아가셨죠. 뭔가 허탈하더라구요. 자동화 설비를 개발하는 연구원이었는데, 용접 로봇도 만들었죠. 하지만 100% 자동화는 안돼요. 누군가 LPG선 탱크 안에서 용접해야하고 사고때마다 질식사하죠. 당시에만 세차례 정도 사고 났어요. 연속으로 똑 같은 사고가. 퇴근하는 어느 날, 정문에서 어떤 아주머니랑 아이들을 마주쳤어요. 아주머니가 정문을 지나치는순간 딱 다리 풀리더니 오열해요. 괴리를 느꼈죠. 그리곤 2016년 7월 퇴사했고 무스마 창업했습니다. 보잘것없지만 한번 해보자라고요.”
무스마는 생소한 스타트업이다. 딥테크 기업은 일반인에겐 인지도가 없지만, 사실 딥테크 스타트업 사이에선 스타들이 있다. 보이저엑스 남세동, 업스테이지 김성훈, 리벨리온 박성현과 같은 창업가다. 무스마의 신성일 대표는 “테크 스타트업 안에서도 자율주행이나 인공지능과 같은 한국 대표 스타트업이 있잖아요. 무스마는 심지어 건설, 조선소 같은데서 문제를 푸는 곳이니, 다들 큰 관심없으세요. 그래서 오늘 인터뷰 분발할꺼예요.”라고 말했다. 신 대표를 만난건, 2021년 12월이었다. 3개월 전이다. 인터뷰 나간다고 연락했더니, “아, 무스마가 잊혀진건 아니었군요. 감사합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그의 열정은 만나본 사람이라면 쉬이 잊을 수 없는 것이었다.
똑같은 인명 사고의 반복은 구조적인 문제라는 말인데요.
“선박 건조 중에 불이 나는 거예요. 자꾸요. LPG선은 가스를 담는, 동그란 큰 탱크를 선박 위에 올려요. 탱크 겉면은 철로 만들지만 내벽은 보온재예요. 온도를 잡아주는 역할하죠. 가스를 가득 채워도 위험하지 않아요. 문제는 만들때죠. 거대한 동그란 탱크를 만들려면 사람이 들어가 용접하는데, 불꽃이 조금만 튀어도 보온재가 한지처럼 확 불타요. 보온재는 유독가스가 심해요.”
“창업하곤 조선소 현장을 안전하게할 무언가를 만들어보자고 도전했습니다. 아이템을 이것저것 많이 시도했어요. 본래 자동화 시스템 연구원이었으니, 크레인이나 용접로봇 같은 장비에다 센서를 붙여 테스트 많이 했어요. 크레인의 위치 추적이나 움직임을 측정하는 연구도 했어요. 화재 감지하는 시스템도 시도했고요. 그러다 성공한 첫 제품이 크레인 충돌 방지 시스템입니다. 당시에 삼성중공업에서 크레인이 무너지면서 주변 휴게소를 덥치는바람에 10여 명이 사망하는 큰 사고가 났었거든요. 1년 가까이 매달렸죠. 조선소에서도 많이 도와줬어요. 조선소 입장에서도 니즈(Needs)가 확실히 있던거요. 제품 완성하고 일부 테스트 장비를 납품했어요. 잘될일만 남았는줄 알았죠. 갑자기 조선소의 입장이 바뀌었어요. 창업하고 1년지난, 2018년이란 시점, 그때 조선소가 불황에 빠졌거든요. 안전 장비 투자가 확 얼어버렸죠. 팔데가 사라진 거예요. 무스마를 제대로 굴릴만큼의 금액이 안나왔어요. 고민하던 그때, 대학 선배를 만났죠.”
@옆자리에 대표의 인터뷰를 메모하던 서정우 전략이사가 화들짝했다. 두 사람은 영국 써리(Surrey)대 동문이다. 서 이사가 신성일(1984년생) 대표보다 3년 선배다.
대학 선배가 갑자기 등장?
“아마 공대생들 대부분 비슷하지 않을까요. 공대생이 사회 경험 많은 경영대 형을 바라보는 환상 같은거요. 공대생인 내가 잘만 만들면 경영대 형이 팔아줄 것 같은. 창업하고 1년쯤 사부작사부작하는데, 바로 그 경영대 형이 같이 해보자면서 무스마가 있는 부산으로 내려왔습니다. 그땐 진짜 월급도 제대로 못 줄땐데요. 번듯한 자동차 회사 그만두고 연봉도 다 포기하고 왔습니다. 무스마에 조인하곤 보도자료를 내더라고요. 그게 전환점을 만든 겁니다. 무스마 당시 제품이 중장비 크레인 충돌 방지인데, 크레인은 조선소에만 있는게 아니잖아요. 아파트 건설할 때도 거대한 크레인이 필요하잖아요. 아파트 건설하다가 크레인이 부딪치고 넘어지는 사고가 나서 이슈가 된 시점이예요. 보도자료 나가고 한 달 동안 건설회사와 미팅 스케줄이 꽉 찼어요. 서울에서 목포, 포항 등지로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3,4주를 지냈고, 무스마에게 건설회사는 주요 고객으로 자리잡았습니다.”
◇공대 창업가에게 경영대 형이 왔다
@옆자리의 서영우 이사에게 물었다. 창업 1년차, 시드만 받고 프리A도 못간 스타트업에 무얼 믿고 조인했는지. 서 이사는 “르노삼성 다니다가 폭크스바겐으로 이직했고, 그 전엔 현대기아차 광고도 해본 경험이 있어요. 자동차업계 오래하다보니 매너리즘도 있는 상황이었어요. 영국에 있을때부터 신 대표의 창업 욕망은 알고 있었고, 그가 문제를 어떻게 푸는지도 쭉 봤고요. 부산에 소주 한 잔하러 내려갔는데 우연치 않게 다음 날, 회사로 부르더라고요. 신 대표가 현재의 무스마와 앞으로 할 일을 명확하게 브리핑해 주시더라고요. 느꼈던 게 내가 조인하면 분명히 시너지낼 수 있겠다. 당시 무스마는 조선소를 탭핑했는데 이건 수주산업이다보니 롱런하기가 어렵겠다고 봤죠. 왜냐하면 돈 들어오는 게 너무 띄엄띄엄일테니, 매달 월급도 줘야하는데요. 임대형으로 바꿔보고 싶었어요. 정수기 쓰듯이 안전 시스템도 렌탈해서 월마다 돈을 받는 구조로요. 한 군데가 계약 무너져도 고정비로 수입이 들어오게요.”라고 말했다.
그래도 어차피 같은 충돌방지 시스템이잖아요.
“조선소는 크레인같은 중장비를 직접 소유해요. 시설 투자를 할 때 안전 시스템에도 한 번에 몇 억씩 투자해요. 본인 장비니까요. 건설사는 정반대예요. 건설사는 크레인과 같은 중장비를 보유하지 않아요. 다 빌려요. 중기 업체들한테. 예를 들어 아파트 몇 채 지으니까 크레인이 몇 대 필요해, 그러니 10대 갖고 들어오세요라는 식입니다. 문제는 안전 시스템을 달기가 뭐 한 거예요. 건설현장의 안전 문제가 중요하고 크레인 충돌 방지 시스템을 도입하고 싶어도, 남의 장비에 대신 달아줄 순 없잖아요. 무스마는 ‘이동식 임대형 충돌 방지 시스템’으로 문제를 풀었어요. 건설 현장에 어떤 크레인이 들어오든, 이동식 충돌 방지 시스템을 달아주는거예요. 대신 매월 장비 임대료를 받아요. 물론 공사가 끝나면 크레인에서 장치를 떼면 그만이죠. 건설사 입장에선 한 번에 큰 돈 안 나가도 되고, 안전관리비로 (회계상) 털기도 편해요.”(@건설사는 법규에 따라 안전 관리비로 공사비의 2~ 3% 써야한다. 규정만큼 지출하지 않을 경우 정부에 반납해야한다.)
“안전관리비는 고용노동부 같은 곳에서 심사해요. 막 쓰지 못하게 하는거죠. 아이러니하게도, 건설사 입장에선, 돈은 어차피 못 쓰면 반납해야 되기 때문에, 이렇게 표현하기는 하는데 그렇긴 한데, 심사통과할만한, 하지만 그다지 도움되지 않는 물건을 막 사서 쟁여놓기도 해요. 안전모같은거요. 무스마의 안전 장치는 매월 일정액이 나가는 안전관리비인거죠. 여기에 모멘텀이 좋은게, 크레인 충돌 방지가 법으로 의무화됐어요. 무조건 달아야 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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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인 충돌방지 시스템의 원리도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