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가 되기 전 사업을 할 때 일이다. 당시 운영하던 법인이 두 곳이었는데, 하나는 물류가 중요한 사업이었다. 직접 오퍼레이션을 해본 것까지는 아니지만 경기도 하남시 등에 위치한 창고들에 드나들며 과정을 살펴봤다. 막연하게나마 디지털 전환에 취약한 오프라인 물류 비즈니스의페인 포인트들을 접한 기억이다.
이 경험 때문이었을까. 2019년 KDB 스타트업 프로그램 멘토단으로 콜로세움 코퍼레이션(이하 콜로세움)의 비즈니스 모델을 들었을 때 가능성이 보였다. 이미 꽤 여러 물류 스타트업이 큰 규모로 투자를 유치하고 성장하던 시점이었지만 콜로세움만이 할 수 있는 분야가 있다고 생각했다. 멘토링 과정이 끝나고 콜로세움은 최우수상을 수상했고, 우리는 그해 12월 투자했다.
◇중소형 셀러를 중심으로 한 온라인 커머스의 급 성장, 이들을 위한 물류의 필요성
콜로세움은 중소형 셀러들과 창고를 연결하고, 온라인 물류의 전 과정을 편리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 ‘콜로(Colo)’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콜로세움의 가능성에 확신을 가지게 된 데에는 당시 급성장한 온라인 커머스 트렌드가 컸다. 최근 몇 년 사이 인플루언서나 개인 셀러들이 온라인 커머스에 뛰어들면서 시장이 급격하게 커졌다.
하지만 기존의 오프라인 창고 물류업은 이런 중소형 온라인 판매자들의 비즈니스를 감당하기에 적합하지 않았다. 오프라인 물류업은 화물을 모두 창고에 갖다놓고 1톤 단위 팔레트(Pallet)로 화물을 출하하는 방식이다. 매출이 나는 과정 또한 오프라인에 맞춰져 있다. 대체로 창고를 짓거나 사고, 창고를 운영하면서 물류비용을 받는 방식이다. 사람을 직접 채용하고 운영해 매출을 내니 숫자는 잘 나오지만, 인프라 비용이 많이 드는 구조다.
그런데 중소형 셀러들은 어떤가. 쿠팡이나 네이버 등 여러 서비스에서 각각 주문을 받아 각각의 고객에게 물건을 하나씩 배송해야 한다. 물류의 단위가 ‘팔레트 단위’에서 ‘박스 단위’로 변화한 것이다.
게다가 자체 창고를 가지고 있지 않은 셀러가 대부분이다 보니, 창고주에게 물류 위탁을 맡겨야 하는데 기존의 물류 시스템이 이런 ‘낱개 배송’을 위한 재고 확인, 피킹과 패킹, 출고 등의 과정을 감당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러 제품에 대한 주문이나 반품 이슈도 많다. 즉 달라지는 온라인 커머스 시장을 위한 물류 서비스가 마땅치 않다는 이야기다. 오프라인 물류 기업들도 온라인으로 전환하고 싶어 하는 수요가 있었지만, 이렇게 단위 자체가 다른 일이라 엄두를 못 내고 창고를 놀리는 곳들도 많았다.
콜로세움은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쉽게 설명하면 셀러들이 손 쉽게 주문 관리를 할 수있는 OMS(Order Management System)를 창고 관리 시스템(Warehouse Management System)과 연결한 것이다. 셀러가 콜로세움의 솔루션을 사용하기만 하면 평소 재고 관리는 물론 주문 처리부터 포장, 출고, 배송 등의 전 과정과 매출 관리, 반품 등의 사후 관리까지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
투자 심의 당시 내부에서 “이미 물류 잘 하는 곳 많지 않냐”는 질문도 많았지만 “이 팀은 다르다”라고 말할 수 있었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점차 증가하는 중소형 셀러들의 수요를 충족할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중심이었던 물류업 자체의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을 만들어낼 팀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퇴사 이후 각자 다른 일을 하다 다시 만난 입사 동기들로 이루어진 팀
이 팀이 해낼 수 있을 것이라 믿은 데에는 수용성이 좋고, 빠르게 배우는 박진수 대표의 역할과 창업 멤버의 구성이 컸다. 박 대표와 창업 멤버들은 KT 입사 동기들로, 각각 퇴사하고 다른 일을 하다가 모여 함께 창업하게 된 케이스다.
박대표는 KT에서 마케팅 전략, 상품과 요금 기획 등 업무를 하다가 대학생 대외 활동 프로그램을 담당했다. 이를 계기로 젊은 세대를 대상으로 마케팅하는데 흥미를 느껴 대학내일로 이직해 대학내일의 성장기를 이끌었다. 멘토링 과정에서 1을 이야기하면 4, 5를 준비하는 모습, 아주 하이레벨의 추상적인 설명을 전달해도 그 함의를 파악하고 디테일을 만드는 박 대표의 모습을 보면서 이런 수용성과 성장의 속도라면 사업도 훌륭하게 전개하실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창업 멤버 중 유인형 CPO는 서비스 기획과 수입무역/유통을, 윤태식 COO는 이커머스 제휴를 경험했다. 김승호 CTO도 이동통신 서비스 및 네트워크 전반의 다양한 솔루션 개발 경험을 보유했다. 물류 산업을 혁신하려는 창업 멤버의 구성이 모바일 기반의 신규 서비스 기획과 이커머스 셀러로서의 풍부한 경험을, 그리고 빠른 소비/유통 트렌드에 가장 빠르게 움직여 왔던 마케터, 그리고 전 국민 대상의 서비스 기업 인프라 개발자라니 밸런스가 너무 잘 맞지 않은가.
모두 연차가 적지 않으면서, 아주 올드한 팀이 아닌 점도 좋아 보였다. 연차가 적지 않으니 적당한 연차의 좋은 사람들을 채용하기에도 유리하고, 스타트업 문법에 적응하기에도 적합하다. 이 덕분일까. 아직까지 아주 큰 규모의 투자 유치를 한 것도 아님에도 개발자 구하기 어렵다는이 시대에 50여명 규모의 절반 가량이 개발자로 구성된 훌륭한 팀을 이끌고 있다.
비즈니스 측면에서도 기대했던 성장 곡선이 보이고있다. MVP를 만들어 솔루션을 고도화하고, 인바운드 고객에게만 서비스하다가 지난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인 마케팅에 돌입했는데 그 시점부터 그래프가 쭉 우상향하고있다. 오배송률, 패킹 오류 또한 감소하고 있다. 이 지표들은 기존의 물류업체들이 신경쓰지 않는 부분이기도 하고, 직접 물류를 진행하는 대형 기업들도 어려워 하는 부분이다. 이렇게 콜로세움은 양적, 질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지난 해 프리 시리즈A 라운드 투자 유치를 완료했던 콜로세움은 조만간 시리즈 A 라운드 유치에 돌입할 예정이다. 비록 물류 분야에서 후발 주자로 시작했지만, 더 큰 가능성과 기회들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