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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데이터베이스 복제 소프트웨어 중에 CDC라는, 체인지 데이터 캡처라는 제품을 하나 만들었습니다. 공공이나, 금융, 제조, 통신, 유통 산업 분야에서 대규모 데이터베이스 시스템을 운영하는 기업이나 기관들에게 납품하고 있습니다. 세계 최고 제품이 일명 OGG(오라클 골든 게이트)인데, 이걸 대체하는 제품을 개발, 창업했습니다.”

암호 해독 같은 인터뷰의 시작입니다. 실크로드소프트 윤정일 대표는 창업 분야가 데이터베이스(DB)이기 때문입니다. 세상 모든 기업은 데이터베이스를 쓰고, 적어도 기업 경영자라면 20여년 간 ‘데이터베이스’ ‘오라클’이란 단어를 들을 때마다 몸서리쳤을 겁니다. 모호한 단어에 들어가는 엄청난 비용 탓에요. 쫌아는기자들은 윤 대표에게 “20년 취재하면서 데이터베이스는 당신이 그나마 제일 쉽게 설명해준다. 그래도 어렵다”고 답했습니다. 그리고 “이럴때 쓰는말이 투굿투빌리브(Too good to Believe)인 것 같다”고도요. 그의 말대로라면 조만간 소프트웨어 시장에선 2류 취급받는 한국에서 혁신의 신호탄이 터질테니까요. 어려운 데이터베이스와 클라우드를 한번쯤 공부해야할 분들께 일독 권합니다. 1982년생인 윤 대표는 제주도에서 태어나, 부산과학고와 울산대(학사)와 포스텍(석사)를 졸업한뒤, 티맥스소프트에서 10년간 근무했습니다.

윤정일 실크로드소프트 창업가는 "본래 사진 안 찍는 주의인데요. 와인 마시는 장면이 나가도 되나요"라고 물었습니다./실크로드소프트 제공

◇데이터베이스를 흔드는 오라클의 방식, 왜 오라클은 비쌀까

당최 DB가 뭘하는지 모르고선 클라우드도 맹탕이라는데, 여전히 DB의 세계는 모르겠습니다.

“일반론으론, 사람이 사자랑 싸워 이길 수 없잖아요. 사람이 세상을 지배하는건 인텔리전스 덕분이죠. 인간은 경험과 지식을 다음 세대에 전달하고 다시 이해하고 더하고 전달하는 과정에서 인텔리전스를 키웠습니다. 전달과 더하는 수단은 시대에 따라 바뀌지만, 인간이 데이터를 양산하고 그 데이터를 이동시키는 것이 곧 세상을 지배하는 방식이란 점은 변함없습니다. 우린 컴퓨터 시대에 사니까, 컴퓨터로 지식 축적합니다. 데이터베이스는 데이터를 양산하고 운영 관리하는 녀석입니다. 따라서 이 데이터가 데이터만으로 존재해선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바로 데이터를 이동하는게 핵심입니다. 컴퓨터 시스템의 구조 탓에 이동이 쉽지 않습니다. 예컨대 한 기업이 전세계에게 시공간을 초월해 서비스 제공할때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합니다. 서비스 운영을 맡으니, ‘운영계 DB’입니다. 실시간으로, 막대한 데이터를 운영 시스템에서 양산합니다. 이런 원천 데이터를 다른 데이터베이스로 이동한 다음에 분석해 데이터의 의미를 이해합니다. 이동할때 운영계 데이터베이스에서 데이터를 복제합니다.”

“단순화하면 데이터를 보관하고 운영하는 모든 일을 데이터 베이스가 합니다. 데이터베이스와 데이터베이스 사이에서 데이터를 이동시키는게 데이터베이스 복제 소프트웨어입니다. 현대 기술에서 가장 진화된 형태가 CDC인 겁니다. 핵심은 데이터 이동 시간을 최소화하는 기술입니다. 데이터가 방대해질수록 이동하는 시간도 길어질 수밖에 없는데, 이동 시간이 너무 길면 인류의 경쟁력인 지식 축적이 힘들어집니다. CDC라는 개념은 나온지 20년 정도 지났는데, 2009년 사건이 발생합니다. 아시다시피 세계 데이터베이스 시장의 독점적인 기업이 오라클인데, 이 시점에 CDC업체 골든게이트를 인수합니다. 오라클 골든 게이트의 탄생입니다. 오라클이 실시간 데이터 동기화라는 능력을 손에 넣자, 한 세상의 지배자가 다른 세상을 통제하기 시작합니다.”(쫌아는기자의 첨언. 오라클은 1977년 래리 엘리습이 설립. 매출은 2020년 기준 390억 달러이고 영업이익은 138억900만 달러. 소프트웨어의 세계 최강자는 마이크로소프트(소프트웨어 매출 1위)지만 일반인들의 이야기고, 전문가들 눈에는 오라클(매출 2위)이야말로 암흑의 지배자같은 존재. 전세계 주요 기업들은 거의 예외없이 오라클의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서 데이터를 운영함.)

세계 데이터베이스 시장의 독식자가 오라클이죠.

“본래 ‘운영계 데이터베이스’는 오라클이 줄곧 장악했죠. 말하면서 기업이 무슨 서비스를 제공할 때 데이터를 운영하는 역할을 하는건, 오라클이 거의 100%예요. 근데 데이터베이스 시장 점유율 보면 오라클 반밖에 못 먹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SAP도, IBM도 있죠. 나머지 회사들은 오라클의 데이터베이스에서 데이터를 가지고와, 분석 가공하는 역할입니다. 사실 오라클 제품으로 ‘운영’하고, 또 이 데이터를 오라클 제품으로 복제해서 관리하면 될 것 같죠? 그렇지 않습니다. 오라클의 데이터베이스는 엄청 비쌉니다. 그래서 비싼 오라클 제품으로 운영하고, 이 데이터를 값싼 다른 기업의 데이터베이스로 복제해 분석 관리합니다. 실시간 양산 데이터량이 적을때는 문제 없었죠. 하루에 순수하게 증가한 데이터만, 그러니까 하루치 데이터만 캡쳐해서 매일 가져오면 됐으니까요. 복제 데이터베이스가 가능하죠.”

◇국내 1위 데이터량의 미래에셋 위엄, 하루 8테라바이트

오라클의 진화는 유죄였다는 말인가요.

“2009년이란 시점에 오라클은 진화합니다. 그리드 컴퓨팅입니다. 이전엔 한 건물에 컴퓨터를 모아놓고 데이터베이스를 쌓았다면, 이때부터는 물리적으로 떨어진 서버(대형 컴퓨터)를 마치 하나의 시스템처럼 가상으로 묶을 수 있습니다. 가상으로 서버를 연결하자, 하루 증분 데이터량이 폭증합니다. 그러자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경쟁사들이 난리가 났습니다. 오라클의 데이터베이스에서 데이터를 복제해 본인의 데이터베이스로 끌어와야하는데 시간 지체가 너무 커지니까요. 앞쪽에 있는 운영 데이터베이스는 실시간으로 데이터가 쌓이니까, 잠시 멈추고 빠르게 하루치 데이터를 복제하는데, 이게 길어지면 서비스 자체가 엉망이 됩니다. 시간이 지체되는 복제 시스템은 쓸모없어지는거죠. 최악입니다. 결국 운영계 데이터베이스 뿐만 아니라, 분석 가공하는 복제 데이터베이스도 비싼 오라클 제품을 써야한다는 말입니다.”

“종종 은행 이용할때 한 밤 중에 서비스 점검 시간이라고 뜨죠. 실제론 운영 시스템을 점검하는게 아니라, 거래를 프리징한 뒤 복제하는 시간입니다. 한밤중 8시간 안에 동기화 못하면 업무가 차질 빚는겁니다. 당장 다음날 아침에 전날 거래에 대한 분석이 결정권자들이 출근하기 전까지 다 돌아서 리포트가 올라와야 되는데 안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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