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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이하 페리지)는 로켓 개발 스타트업입니다. 업계에서도 “한국에서 로켓 자체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은 두 곳 뿐”이라고 할 정도로 로켓 스타트업은 희귀합니다. 메탄 기반의 액체 우주로켓을 만드는 페리지, 그리고 하이브리드 로켓을 개발하는 이노스페이스. 로켓은 연료의 형태에 따라 고체로켓, 액체로켓, 그 둘의 장점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등으로 나뉩니다. 서로 다른 형태의 로켓을 개발하는 것이죠.
회사의 창업자 신동윤 대표는 1997년생으로 카이스트 1학년 때 팀을 꾸려 로켓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기술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는 로켓에 도전장을 낸 25세 창업가는 검은 롱패딩에 백팩을 메고 등장했습니다. 아무렇지 않게 커다란 에너지음료 캔을 따고 인터뷰를 시작했습니다. 방금 기말고사를 마친 공대 학부생 같았습니다.
“첫 시작은 2016년, 친구들과 팀을 꾸렸죠. 그때가 대학교 1학년이었네요. 딱히 ‘창업이 하고 싶어!’아니었고, ‘로켓을 쏘아서 무엇으로 돈을 벌어야겠어!’라는 구체적인 목표가 있지도 않았어요. 그냥 로켓을 만들고 싶은 사람들이 모여서 자연스럽게 만들었어요. 왜 로켓이냐고요? 인간이 우주에 올라갈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우주발사체니까요. 한참 로켓을 만들다 그제야 생각이 들었죠. ‘근데 로켓을 갖고 뭘 할 수 있지?’ 인공위성은 여기저기 쓰이는데도 많고 필요성은 늘어나는데, 그걸 올릴 기회가 없어서 많은 회사가 몇 년째 인공위성 쏠 날을 기다리고 있대요. 아, 그러면 대신 쏴주면 되겠다. 그래서 초소형 우주 발사체를 만들어서 고객들의 뭔가를 우주로 보내주면 돈은 벌 수 있겠다.
개발 중인 로켓 이름이 블루웨일입니다. 로켓은 다른 데서 조립해오고 우리는 대신 사업만 하냐고요? 아닙니다. 발사체에 들어가는 엔진, 추진제 탱크 직접 만들고요. 그리고 로켓을 쏘면 로켓이 처음 계획한 대로 나갈 리 없죠. 날아가다 여러 힘을 받고 뒤집어지려고 해요. 발사체를 계속 제어해 줄 수 있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필요합니다. 모두 저희가 직접 설계하고, 제작하고, 시험까지 직접 하죠.”
신 대표가 내세우는 로켓론(論)은 ‘쿠팡의 1t 배송트럭’ 같은 로켓입니다. 무엇이든 싣고 우주로 쉽게 배달해주는 로켓이요. 그의 로켓론에 곧 빨려 들어갔습니다.
◇“에이, 시시한 로켓”이 최고의 찬사
흔히 생각하는 로켓들. 나로호, 누리호, 스페이스X의 팰컨 같은 로켓과 다른가요.
일단 작다는 것. 그게 정말 중요합니다. 개발 중인 블루웨일은 길이가 8.8m에 중량은 1.8t 정도입니다. 다른 로켓들은 블루웨일보다 1000배 이상 큰 것도 있죠. (누리호의 길이는 47.2m, 중량은 200t이다. 무게만 따지고 본다면 111.11배다) 일단 큰 로켓의 가장 큰 문제는 쏘기 힘듭니다. 시끄럽고, 요란하고, 발사장도 필요하고요. 작은 로켓은 쉽고 가볍게 쏠 수 있습니다. 작년 겨울 제주도에서 시험 발사했어요. 한경면 용수리에서 발사했는데, 막상 발사하고 나니까 인근 주민분들이 지켜보다가 “에이, 생각보다 시시하다”라고 하더군요. 하늘로 몇 초 날아가고 사라졌으니까요. 영화에서 본 것과 다르다는 것이죠. 그 한마디가 저에겐 더없는 찬사였습니다.
로켓이라고 생각하면 SF영화처럼 나사, 거대한 발사장, 훈련된 우주비행사… 까다롭고 아주 극소수의 연구원들만 접근해서 활용할 수 있는 거창한 기술이라고 우리가 판타지를 갖고 있어요. 진정한 기술의 발전은요, 발사체가 아주 보편화된 것입니다. 그만큼 시시해야 해요. 컴퓨터가 국가의 1급 첩보 장비였는데, 지금은 다 저희 손안에 들어왔으니까요. 이런 시시한 초소형 로켓이 저희만 만들까요? 아닙니다. 전 세계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초소형 로켓을 개발하고, 이미 쏴서 지구 궤도로 인공위성을 보낸 회사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뉴질랜드 스타트업 ‘로켓랩’의 초소형 로켓 일렉트론이 있어요. 일렉트론은 길이가 17m에 무게는 10t 정도 됩니다. 벌써 20번 정도 발사에 성공한 로켓이죠. 하지만 페리지가 만드는 블루웨일이 더 작죠. 스페이스X의 발사체 팰콘이 한 번에 20t 정도 인공위성이나 화물을 우주에 올릴 수 있어요. 하지만 20t씩 누구나 우주에 보내는 것은 아니죠. 1t짜리 인공위성만 우주에 보낼 고객도 있을 겁니다. 그러면 페리지에 발사를 맡기는 것이죠.
인공위성이 작아졌다고요?
스타링크의 위성 하나가 300kg 정도밖에 안 합니다. 그러니까 한번 쏠 때 40~50개씩 인공위성을 올리는 것이고요. 더 작은 위성도 있습니다. 그래서 일렉트론은 150kg대 위성을 쏘려는 고객들을 타깃으로, 아주 저렴하고 싸게 위성을 궤도에 올려줘요. 과거에 이리듐이라고 위성전화망이 있었어요. 그 위성 하나의 무게가 800kg이었습니다. 지금 통신망을 구성하는 위성들도 200kg 이하고요, 아주 특수한 위성들은 10kg짜리 제품들도 나옵니다. 특수 위성의 우주 배송 단품 수요가 생길 겁니다. 스타링크 같은 위성들도 모두 소모품이라 시간이 지나면 떨어져 대기권에서 불타 없어집니다. 그러면 하나씩 교체해야 하거든요. 그런 위성을 하나씩 쏘는 수요도 생길 겁니다. 초소형 로켓은 그 시장을 노리고요.
택배도 대형화물차가 물류센터에서 짐을 푼 다음엔, 그 짐을 다시 1t 트럭에 나눠 실은 다음 배달하죠? 페리지가 우주의 1t 트럭이라 생각하면 됩니다. 쉽고 빠르고 싸게, 고객들이 원하는 물건을 우주로 배달해주는 로켓이요.
‘막 쏘는 위성과 로켓’을 만들겠다는 목표인가요.
인공위성이 도는 원리는 ‘옆으로 빨리 달리기’입니다. 그러니까 떨어질 때쯤 되면 옆으로 빨리 달려서, 계속 돌아서 한 바퀴를 도는 것. 그러니까 많은 분이 로켓이 높이 올라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는데, 높이가 아니라 얼마나 빨리 가속할 수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그래서 위성이 옆으로 가는 속도를 만들어주는 것이죠. 로켓이 만들어내는 에너지가 100이라 치면, 그중에서 76~78%는 옆으로 가는 속도, 지구 궤도 속도를 만드는 데 쓰입니다. 정리하면 발사체는 ‘높이 쏘는 문제’가 아니라 ‘충분한 힘을 전달해 줄 수 있느냐’입니다.
그러면 로켓이 왜 클까요. 낮은 고도에서 도는 위성과 높은 고도에서 도는 위성이 따로 있어요. 저궤도와 정지궤도라고 부르는데요. 대부분 정지궤도, 지구로부터 먼 궤도로 가는 위성들이 크고 무겁습니다. 한번 쏘면 오래 쓸 위성이니 신뢰성이 높아야 합니다. 그러면 하드웨어를 이것저것 넣어야죠. 그러면 가격이 오릅니다. 가격이 오르면 또 고객사에서 ‘절대 고장 나면 안 된다’는 요구가 오겠죠. 그러면 또 여기에 칩을 넣고, 저기에도 넣고. 그렇게 스펙이 계속 좋아져서 비싸고 무거워졌습니다. 무거운 위성을 우주로 보내려면 로켓이 충분한 힘과 속도를 전달해줘야 해요. 그러니까 로켓도 크고 무거워졌죠.
하지만 소형 위성은 다릅니다. 미련 없이 만듭니다. 실제로 소형 위성들의 평균 수명은 5년입니다. 지구 가까운 궤도, 저궤도에서 돌고 고장 나면 떨어져서 대기권에서 불타 소멸하고요. 쏘다 실패하면요? 또 쏩니다. 하나 떨어진다고 회사가 망할 정도의 가격은 아니거든요. 개발도 대형위성은 10년 걸려서 만듭니다. 소형 위성은 스마트폰처럼 튀어나옵니다. 빨리 우주로 보내서 성능 확인하고, 신제품 내고요. 대형위성들은 지구 밖에 주차궤도라고 죽은 위성들의 무덤 같은 궤도로 가서 지금도 지구를 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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