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운칠기삼’은 컴퓨터 알고리즘 기반 사주 서비스를 해외시장에 출시한 창업 6년 차 회사다. 공동창업자 심경진(45)·김상현(46) 대표는 네이버·카카오를 거친 기획자·개발자 출신이다. 두 사람은 생년월일 등 정보를 입력하면 2000만개가 넘는 사주 조합을 알고리즘이 자동으로 분석해 풀이해주는 서비스 ‘포스텔러’를 만들었다. 심 대표는 “취미 삼아 명리학을 10년 공부했는데 지금 회사를 차리기 전 사업이 안 풀려 점집을 갔다가 ‘점(占)에도 기술을 도입해야겠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말했다. 포스텔러는 2020년 일본어, 작년 9월 영어 버전을 출시했는데 해외 이용자가 현재 140만명에 이른다.
점(占)도 첨단 기술에 기반한 혁신을 하고 있다. 오프라인 점집을 온라인에서 예약·상담 가능한 020(온·오프라인 연계) 앱이 여럿 출시됐고, 고민을 입력하면 컴퓨터가 이를 분석해 용한 역술인을 연결해주는 서비스도 나왔다. NASA(미 항공우주국) 별 관측 데이터로 보는 점도 인기다. 점과 테크(기술)를 접목한 ‘점(占)테크’ 서비스들인 것이다.
점테크 스타트업들이 최근 주목받는 이유는 큰 시장 때문이다. 소문에 의존하던 역술 시장은 한국의 경우 2조~4조원, 일본은 10조원, 인도는 수십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국뿐 아니라 미국·일본·인도 스타트업도 운세 시장에 도전장을 냈고, 수백억원의 투자와 IPO(기업공개)까지 잇따르고 있다.
토스·배달의민족·당근마켓 등에 초기 투자한 유명 VC(벤처캐피털사) 알토스벤처스는 19일 천명(天命)앤컴퍼니에 50억원 투자를 발표했다. 고려대 출신 유현재·전재현(28) 대표가 설립한 이 회사는 온라인에서 ‘용한 역술인 매칭’ 서비스를 운영한다. 예컨대 ‘고시 3년 차인데, 요새 불안해서 밤잠이 오지 않는다’고 모바일 앱에 입력하면 시험운을 잘 보는 신점·사주 역술인을 소개해주는 것이다. 인공지능(AI)이 사용자가 입력한 문장의 형태소를 분석하고, 해당 분야에서 용하다는 역술인 데이터를 불러와 추천해준다. 유현재 대표는 “전화 상담은 녹음된 음성을 AI(인공지능)가 텍스트 파일로 자동 변환해주는 서비스를 도입했고, 실시간 후기와 사용자 평가를 바탕으로 이른바 ‘신발’ 잘 받는 역술인을 추천해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투자사들의 돈도 점테크 스타트업으로 몰리고 있다. 미국의 스타트업 ‘코-스타(Co-Star)’는 생년월일·탄생시·장소등을 입력하면 NASA의 실시간 별데이터를 기반으로 매일 점성술을 보는 앱을 서비스한다. 18~25세 미국 여성 4분의 1이 이 앱을 내려받았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어 260억원을 투자받았다. 힌두교 기반 역술앱을 운영하는 앱스포바랏(AppsForBharat)도 미국의 대표 투자사인 세쿼이아캐피털 등으로부터 170억원을 유치했다. 일본에는 역술 중개 서비스를 운영하는 벤처기업 자팔라스가 대표적이다. 도쿄증시에 상장한 이 회사의 작년 매출은 40억엔(약 385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