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가상인간 스타트업 '클레온'의 대표와 부대표는 자신의 사무실이 별도로 없다. 업무는 사진에 보이는 본사 입구의 휴게실이나 공용 회의실에서 노트북으로 처리한다.

☞ ①/②편에서 계속

인공지능(AI) 딥러닝 기술을 이용한 가상인간 제작업체 ‘클레온’의 김성곤 부대표와의 대화는 가상인간을 실제로 만드는 제작 과정과 ‘클레온’의 경영과 문화 이야기로 이어졌다.

—클레온은 인공지능의 딥러닝 기능을 이용해 가상인간을 만든다고 했다. 가상인간과 인공지능의 관계는?

“서로 연관되어 있는데, 어디에 좀 더 초점을 맞추느냐의 문제이다. 가상인간이 사업에 실제로 쓰이는 인물에 보다 초점이 맞춰진 단어라면, 인공지능은 보다 포괄적으로 가상인간 사업을 가능하게 하는 수단이다.”

—가상인간과 메타버스의 관계는?

“메타버스는 공간에 초점을 맞춘 단어이다. 메타버스는 그 공간을 채워 줄 가상인간이 필요하고, 가상인간은 뛰어놀 공간으로 메타버스가 필요하다. 메타버스와 가상인간은 디지털 세계에서 수레의 두 바퀴이다. 메타버스는 코로나 사태로 물리적 공간을 넘어서는 가상의 공간이 필요해서 발전했다. 가상인간 붐도 마찬가지로 코로나 사태의 혜택을 많이 받았다고 봐야 한다.”

메타버스는 가상인간이 활동하는 장소이다. 메타버스가 발전하면 가상인간도 함께 발전하게 된다고 업계 전문가들은 말한다. 사진은 한 고객이 SK텔레콤의 메타버스 서비스 '이프랜드'를 체험하고 있는 모습./SK텔레콤

—코로나 사태가 끝나 예전처럼 대면 접촉이 다시 활발해지면 가상인간에 대한 관심이 떨어질까?

“미래의 시장을 확실하게 예측하기는 쉽지 않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에도 가상인간이 커뮤니케이션의 한 중요한 수단으로 사람을 보완하거나 대체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

가상인간도 개성이 중요

—가상인간이라는 단어를 앞에서 수없이 써 왔다. 제작자의 기준에서 볼 때 가상인간이란 뭔가?

“우리가 가상인간이라고 할 때에는 최소한 얼굴과 음성이 등장해야 한다. 가상인간은 2가지 종류가 있다. 하나는 실존하거나 했던 사람을 재현하는 것, 다른 하나는 실존하지 않는 인물을 창조하는 것이다. 기존 인물을 재현할 때에는 말투, 습관, 감정표현을 잘 되살리는 것이 중요하다. 새로운 인물을 창조할 때에는 특색 없이 만들면 인간이 아니라 로봇이 되기 때문에 실제 인간처럼 개성을 부여하는 작업이 성패를 가른다.”

—개성은 어떻게 부여하나?

“이목구비와 헤어스타일, 의상, 말투, 표정, 습관 같은 것을 섬세하게 설정해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나이, 직업, 고향, 친구가 누구인지 등으로 페르소나(인물)를 채울 수 있다.”

현실 인물과 다른 가상인간을 새로 창조할 때 가장 역점을 두어야 하는 점은 개성이다. 눈 코 입 등의 모양을 바꾸어 주면 다른 개성을 가진 페르소나(인물)를 만들 수 있다./클레온

—가상인간의 구체적인 제작 과정에 대해 설명해 달라.

“고객사에서 주문 요청을 받으면 고객사와 회의해 비즈니스 컨셉(사업 방향)을 잡는다. 그리고 제작할 가상인물의 유형과 생김새를 정한다. 그런 뒤에 얼굴과 음성을 기존에 만들어 놓은 것에서 선택할 지, 아니면 새로 제작할지 결정한다. 또 기존의 동영상 컨텐츠에 이 가상 인물을 덧씌우기 할지, 아니면 회사측이 새로 텍스트를 입력하면 그 내용을 말하는 형태로 할지도 선택해야 한다.

이런 사항들이 결정되면 견적 작업이 들어가고 가격 협상이 완료되면 제작이 시작된다. 고객의 요구에 따라 얼굴과 음성을 만들어 내고 신체 형태는 필요할 경우 촬영도 한다. 방송국 앵커처럼 새로운 컨텐츠를 계속 입력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다양한 컨텐츠에 대응할 수 있는 재생 소프트웨어를 별도로 만들어야 한다. 만약 고객이 단 건의 제품을 납품 받으면 나중에 애프터서비스가 필요할 수 있다. 반면, 우리 회사 플랫폼 기반으로 서비스를 받으면 우리가 플랫폼을 관리하므로 고객사가 별도로 사후 유지관리에 신경 쓸 필요가 없다.”

기본 모델 만들기

—고객의 요구대로 가상인간을 만든다고 하더라도 가상인간 제작의 기본 모델이 있어야 할 텐데, 기본 모델은 어떻게 제작하나?

“특정 산업에 가장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유형의 사람을 모델로 섭외한 뒤 촬영해서 그 모양을 바탕으로 가상인간을 만든다. 정장, 캐주얼 차림, 표준 체형, 풍채가 있는 체형 등의 사람들을 각각 찍어서 그 모습대로 가상인간을 제작한다. 가상인간을 만들 때에는 영상 속 기본 모델의 이목구비와 몸의 움직임을 살리고, 고객의 특별한 요구가 있으면 별도의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해 주기도 한다.”

인간처럼 움직이는 가상인간을 만들려면 그 동작이 먼저 촬영되어야 한다. 사진은 한 영화 제작 스튜디오에서 인간의 동작을 촬영하는 모습./예수스벨라(위키피디아)

—가상인간을 만들 때 특히 유의할 점은?

“얼굴이나 음성이 자연스러워야 한다. 또 다른 사람에게 호감을 주어야 하며, 행동이 인간과 비슷해야 한다. 가상인간의 행동에 이 같은 인간의 감정을 포함시키려고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가상인간의 신체 비율이나 피부 모습이 실물 인간과 달라 아직 인간처럼 느껴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

“그런 지적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봐야 한다. 내연기관이 처음 나왔을 때 당시 우수한 마차보다 느렸을 것이다. 그리고 운용 과정에서 위험도 컸을 것이다. 그러나 내연기관이 나온 순간 이미 패러다임이 전환됐고, 결국 새 기술은 갈수록 발전한다. 지금 기술 수준이 낮다고 걱정할 일은 아니다. 대기업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이미 가상인간의 수요를 확인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개개인들이 가상인간을 보유하고 활용하는 대중화 추세는 빨라질 것이다.”

섬세한 감정 표현법 더 개발해야

—가상인간이 지금보다 더 대중화 되려면 어떤 제작 기술이 더 발달해야 하나?

“인간다운 감정과 자연스러움을 표현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현재의 가상인간은 말을 통해 정보를 전달하고, 표정으로 보여주고, 동작도 재현할 수 있다. 그러나 세밀한 감정의 표현은 아직 기술적으로 어려운 과제이다. 미묘한 목소리, 입이 아니라 입꼬리의 변화, 눈이 아니라 눈꼬리의 변화, 코 찡긋거리기 등 상황에 맞는 미세한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안면 근육의 세밀한 변화를 표현하는 것이 지금 큰 과제이다.”

가상인간을 제작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은 인간의 감정이 묻어나는 섬세한 표정을 구현하는 일이라고 업계 전문가들은 말한다. 웃자 뺨에 보조개가 생긴 남성./멩웽엉(2007년, 위키피디아)

—그렇게 섬세한 부분까지 표현하려면 백업할 수 있는 거대한 컴퓨터 장치가 필요할텐데.

“매우 방대한 규모의 컴퓨터 연산자원이 필요하다. 최근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 채굴 때문에 연산자원의 수요가 증가한 측면도 있지만, 본질적으로 고도의 딥러닝 작업을 위해 대규모 연산자원을 빌려서 쓰려면 높은 비용이 요구된다. 그래서 스타트업이 섬세한 기술까지 개발하거나 구현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시간이 지나면 결국 인간과 거의 구별이 되지 않는 가상인간이 나오지 않을까?

“2025년쯤 되면 사람이 직접 찍은 영상과 구별이 안되는 가상인간이 등장할 것이다. 가격도 많이 저렴해 질 것이다. 이미 우리 제품도 경쟁사보다 가격을 50분의 1 수준으로 낮추지 않았나?”

—가상인간이 널리 퍼지면 좋은 측면도 많이 있지만, 사생활 침해나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도 있다.

“우리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함께 노력해 극복해야 하는 측면이라고 본다. 제조업체들은 보안 기술을 잘 활용해 최대한 악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사용자들은 윤리 의식을 가져야 한다. 법적이고 제도적으로 필요한 사전적 규제와 사후적 처벌 장치를 갖추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앞서가는 영국·뉴질랜드

—가상인간 업계의 세계적 흐름은 어떤가?

“지금까지는 개발에 많은 비용이 들었다. 그래서 공급자 위주였다. 수요 측면에서는 개인 수요보다는 기업 수요가 주도하는 시장이다. 하지만 우리처럼 기술 대중화를 목표로 제작 비용을 낮추려는 기업들이 나타나면서 개인 소비자 시장이 점점 커질 것이다.”

—각국 별 특징과 대표적인 업체를 꼽는다면?

“영국과 미국 모두 뛰어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도 세계시장에서 선두 그룹에 속한다. 중국은 가상인간 서비스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지는 않지만, 사람을 감시하는 얼굴 인식 기술 자체는 매우 발달되어 있다. 일본은 서비스를 하고 있는 업체는 있지만 기술력은 높지 않다. 영국의 신세시아(Synthesia), 뉴질랜드의 소울머신즈(Soul Machines), 뉴질랜드의 유니큐(UneeQ), 인도의 리프레이즈 AI(Rephrase.ai)를 대표적인 기업으로 꼽을 수 있다.”

뉴질랜드의 가상인간 제조업체인 '소울머신즈'가 만든 가상인간 '바이올라'./소울머신즈 홈페이지

—외국 기업 가운데 모델로 삼는 기업이 있다면?

“영국의 신세시아가 우리와 가장 비슷한 서비스를 하고 있다. 올해말까지는 신세시아와 동일한 기술 수준을 확보하고, 내년말까지는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기술 수준과 인지도를 확보하는 것이 목표이다. 2026년까지는 세계 최고의 AI 회사가 되어서 구글과 경쟁하고 싶다. 구글이 검색 최적화를 이뤄 성공을 거둔 것처럼, 커뮤니케이션 최적화를 이뤄 인간의 인지능력 향상에 도움을 주는 것이 클레온의 최종 목표이다.”

영국의 가상인간 제작업체 신세시아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자랑하고 있다. 사진은 축구선수인 데이비드 베컴이 신세시아의 기술을 활용해 '말라리아를 퇴치하자'는 공익캠페인을 자신의 목소리와 자연스러운 입모양을 유지하면서 9개 언어로 말하고 있는 모습./신세시아

—한국 가상인간 업체들은 글로벌 경쟁력이 있다고 보나?

“한국 업체들의 인공지능(AI) 기술력은 이미 우수하다. 또 AI 기술이 발전하려면 통신 환경과 우수한 인력 같은 IT(정보기술)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야 하는데 IT 인프라도 우수하다. 대학과 연구소도 많다. 인건비가 다른 선진국에 비해 매우 싼 것도 강점이다. 이러한 장점 때문에 속도감 있게 서비스를 개발하고 제공할 수 있다.”

—세계 가상인간 시장 규모는?

“한 조사기관에 따르면 2020년 시장 규모는 10조원인데, 2030년에는 528조원까지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가상인간 업체의 글로벌 수출 가능성은?

“IT 사업은 기본적으로 수출 시장에 제한이 없기 때문에 기술력이 뛰어나고 제품만 좋으면 해외 수출은 어렵지 않다. 우리도 이미 미국과 일본에 법인을 설립해 두고 있고, 필리핀은 법인 설립이 진행중이다. 싱가포르와 중국, 아프리카의 브룬디에도 진출 작업을 하고 있다.”

대표와 부대표 사무실이 없다

김 부대표를 인터뷰하러 사무실에 들렀더니 김 부대표가 회사 내부를 구경시켜 줬다. 회사 입구에 휴게실이 있고, 안쪽 넓은 사무실에 직원 수십명이 데스크톱 컴퓨터를 앞에 놓고 열심히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대표실과 부대표실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부대표실이 어디냐고 물었더니, “대표와 저는 여기 휴게실이나 공용 회의실을 이용한다. 노트북 하나만 있으면 다 되니까”라고 했다. 외부 손님이 오면 공용 회의실에서 맞는다고 했다. 업무상 고정 좌석이 필요한 직원들에게 우선 자리를 주고, 외부 활동이 많거나 고정 좌석이 굳이 필요 없는 경영자나 임원은 공용 좌석을 쓰면 된다는 생각이 매우 신선하게 다가왔다. 이런 새로운 생각이 새로운 기업을 만들 것이다.

하지만 뛰어난 기술과 개발 속도로 시장에 등장한 스타트업도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는 업체가 많지 않다. 스타트업이 오래 존속하려면 탄탄한 재무구조와 긴 안목의 경영전략이 필요하다. 클레온은 이러한 재무구조와 경영전략을 갖고 있을까?

—2018년에 처음 회사를 설립했다고 했다. 클레온(klleon)이라는 이름은 어디서 따 왔나?

“앞의 kl은 쿨백-라이블러 발산(divergence)이라는 수학 용어에서 따왔다. 한 확률 분포와 다른 확률 분포간의 차이를 확인하는 도구인데, 두 확률 분포가 다르면 엔트로피(무질서도)가 높고 정보량도 많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뒤에 붙는 leon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주변 환경에 맞춰 피부색을 바꾸는 카멜레온(chameleon)에서 따왔다. 얼굴이나 음성을 쉽게 바꾸는 기술을 끝없이 확산시켜 나가자는 취지이다.”

가상인간 스타트업 '클레온'은 회사 이름을 만들 때 활기차게 변신하자는 의미로 카멜레온에서 일부를 따 왔다고 한다. 카멜레온은 주변 환경에 맞게 수시로 피부색을 바꾸는 도마뱀이다./위키피디아

—매출이나 투자 유치 등 회사의 규모나 성장 속도를 알 수 있는 수치가 있다면?

“2020년 초에 액셀러레이터(스타트업 육성업체)인 블루포인트 파트너에서 평가한 클레온의 기업가치는 10억원이었다. 이 평가금액이 2021년 4월에는 120억원으로 올라갔고, 그 해 12월에는 400억원이 됐다. 현재 기업 가치를 2000억원 정도로 보고 투자 유치를 하고 있다.

매출은 작년까지는 5억원 수준인데, 올해는 1분기에만 10억원을 웃돌고 있다. 올해 전체적으로는 60억~70억원 수준의 매출을 올릴 것 같다.”

—흑자는 언제쯤 날 것 같나?

“2024년 하반기나 2025년 상반기에는 흑자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한다.”

다양한 경력의 직원들

—직원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카이스트 석사, 박사 출신의 연구원들과 구글, 카카오, NHN, 틱톡, 베인앤컴퍼니, PWC 등에서 역량을 쌓은 사람들이 일하고 있다.”

-직원들이 주로 20대인데, 열심히 일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어떤 방법을 쓰고 있나?

“우리는 코어타임(core time)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오후 1시부터 5시까지만 사무실에서 근무하면 되고, 그 이외의 시간은 어디서 일하든 상관하지 않는다. 대신 업무의 목표를 설정해 도전적이고 자주적으로 일을 하도록 하고 있다. 커피타임 제도를 만들어 직원들끼리 모여 서로 의견을 교환하는데, 필요한 비용은 회사에서 지불하고 있다. 또 회사 내 멘토링 제도를 운영해 다른 부서간의 선임자와 직원들을 연결시켜 기술과 지식을 공유하게 해 준다.”

첨단기술 스타트업의 직원들은 대체로 20대가 많다. 사진은 가상인간 스타트업 '클레온'의 직원들.

—회사가 경영을 할 때 특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있다면?

“솔직함, 탁월함, 도전정신이다. 솔직함은 자신이 남에게 정직해야 한다는 의미 뿐 아니라 타인의 비판이 적절할 경우 솔직하게 받아들이라는 의미도 포함하고 있다. 탁월함과 도전정신은 발전을 의미한다. 첨단산업이다 보니 기술 인재들의 능력이 탁월하고 도전 정신이 강해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자율과 책임도 강조한다.”

—경영상 어려움은?

“스타트업은 높은 연봉을 주기 어렵기 때문에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어려운 일이다. 또 직원들의 평균 연령이 낮아서 책임 문화를 유지하기도 쉽지 않다. 게다가 하이테크 산업의 특성상 기술 경쟁이 매우 치열한 반면, 연구와 제품 개발과 관련된 수많은 고리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다. 예를 들어 첨단기술은 연구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 제품 개발 과정에서 확인된 문제점을 다시 연구자들에게 알려주면 수정된 기술이 빨리 나와야 하는데 이 싸이클을 속도감 있게 유지하는 것이 간단치 않다.”

스타트업은 혁신 아이디어가 넘치는 곳이지만, 젊은 직원들이 주류여서 책임 문화를 확립하는 것이 과제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사진은 TV 드라마 '스타트업'의 홍보포스터.

—업계간 경쟁이 치열할텐데, 법정근로시한인 주당 48시간 근무는 지켜지나?

“앞에서 이야기했지만 우리는 일주일에 20시간만 사무실에서 근무하면 된다. 반면 업무 강도는 낮지 않다. 각 직원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자율적으로 해내야 한다. 우수한 인력의 경우 사무실 근무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를 해 낼 수 있다고 본다.”

한국 IT산업이 발전하려면

시계를 보니 벌써 6시에 가까워지고 있다. 김 부대표는 3시간에 가까운 인터뷰 동안 경영과 기술 두방면에 모두 익숙한 사람답게 클레온의 기술과 경영 구조를 쉽게 풀어가며 설명했다. 인터뷰를 마무리할 시간이다.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젊은이의 꿈에 대한 질문으로 마무리하기로 했다.

—김 부대표의 원래 꿈은 무엇이었나?

“전문경영인이 되거나 개인 회사를 만드는 것이었다. 지금하는 일이 그러한 꿈과 맞닿아 있다고 본다. 내가 대기업에 취직했으면 지금처럼 나의 의견을 회사에 많이 표현하지 못했을 것이다.”

—현재의 일에 만족하나?

“분명히 쉽지 않은 길이다. 업무의 폭이 넓고 일도 어렵다. 다만 첨단 산업에서 작지 않은 책임을 가지고 일한다는 자부심은 있다. 잘 하면 세상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생각해 만족하고 있다. 하이테크 산업은 안정된 영역이 아니라서 새로운 것을 계속 만들어야 한다. 모래성을 쌓고, 그 모래성을 단단하게 굳히는 작업이 쉽지는 않다.”

구글은 검색 분야에서 획기적인 기술을 선보이며 세계 일류 기업이 됐다. 가상인간 업체들은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구글과 같은 기업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사진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 있는 구글 본사./위키피디아(2016년 7월 27일)

—앞으로의 계획은?

“일단 클레온이 모래성과 같은 스타트업계에서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고 업계 선두로 입지를 다지는데 온 신경을 쓰고 싶다.”

—새 정부가 들어섰다. 한국 가상인간 업계 혹은 IT 업계가 발전하려면 정부가 어떤 조치를 해주면 도움이 될까?

“사람들은 정부의 규제 완화를 많이 이야기한다. 규제 완화도 중요하지만 우수한 인력 공급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첨단산업은 결국 우수인재 확보에서 성패가 결정되는데 우수 인력이 많이 부족하다.

고급 인력을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학교 교육과정을 수학 과학 등 기초과학 공부에 힘을 쏟도록 만들어야 한다. IT 분야 과목을 어린 나이부터 배울 수 있도록 학과에 포함시켜 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본다.”

김소월의 시 ‘초혼”

인터뷰를 마치고 나와 지하철 서울역으로 들어가는데 시인 김소월의 시 ‘초혼(招魂)’이 떠올랐다. 소월이 지난 1925년 시집 ‘진달래꽃’에 실은 ‘초혼’은 죽은 사람의 이름을 불러, 이미 몸을 떠난 혼을 되돌아오게 하려는 간절한 소망을 담고 있다. 첫머리는 이렇게 시작한다.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 중에 헤어진 이름이며!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만약 김 부대표와 클레온 동료들이 인공지능 기술을 더욱 발전시켜서 실물과 꼭같은 가상인간을 만들어 내는 시대가 오면, 그리고 사람들이 그리운 사람의 가상인간을 언제든지 눈 앞에 홀로그램(입체영상)으로 불러내 속내 이야기를 터놓는 시대가 오면, 소월의 시는 이렇게 바뀔 것이다.

“바위처럼 단단한 이름이여!

항상 품안에 있는 이름이여!

부르면 주인 나오는 이름이여!

부를수록 기쁨 솟는 이름이여!”

인공지능(AI) 가상인간 스타트업 '클레온'의 김성곤 부대표가 지난 4월 19일 조선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인공지능의 딥러닝 기술을 활용한 가상인간의 제작 과정과 스타트업 문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김기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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