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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엔 식당에 가면 음식을 나르는 로봇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서빙로봇이죠. 서빙로봇이 모습을 드러낸 건 3년 정도 됐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 서빙로봇 시장은 2019년 50대 규모로 시작됐고, 2021년 3000대로 급증했습니다. 올해는 1만대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글로벌 서빙로봇 시장에선 중국 업체와 한국 업체가 경쟁합니다. 현재 국내서 우아한형제들이 임대해주는 로봇 중 3종이 중국 업체인 키논과 푸두테크의 것입니다. 국내 업체론 LG전자가 서빙로봇을 만들고, KT가 한인 창업자가 미국 실리콘밸리에 세운 베어로보틱스의 로봇으로 렌탈 사업을 합니다. 특히 베어로보틱스의 서빙로봇 서비는 자율주행 기술과 돌발상황 대처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이 로봇을 만든 사람은 하정우 대표입니다. 실리콘밸리에서 그를 모르면 ‘간첩’ 입니다. 호탕한 성격에 사람 좋기로 유명한 건 둘째치고 구글을 나와 순두부집을 운영하고 다시 서빙로봇 스타트업을 창업한 그의 이야기가 한편의 드라마 같기 때문입니다. 사업도 잘 나갑니다. 실리콘밸리에 있는 한인 스타트업 중 차기 유니콘 1순위로 불립니다. 베어로보틱스는 일본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에서 투자를 받았고, 지난 달 15일엔 1000억원 규모의 시리즈 B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서비스로봇 업계 사상 최대 규모입니다. 사모펀드 운용사 IMM PE(IMM 프라이빗에쿼티)가 리드했고, 미국 유명 투자사인 클리브랜드 애비뉴를 비롯해 KT, 스마일게이트, DSC인베스트먼트 등이 투자에 참여했습니다. 이번 투자로 베어로보틱스는 누적 투자금액이 1450억원이 됐습니다. 테크 업계에선 베어로보틱스의 기업가치가 6000억원을 넘어섰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하정우 베어로보틱스 창업가/사진은 김성민 실리콘밸리 특파원

◇서빙로봇, 서비 2800만개의 식사 서빙, 누적 54만km의 식당 누벼

지난 4월 10일 미 실리콘밸리 레드우드시티에 있는 베어로보틱스 사무실에서 만난 하 대표는 “오늘도 2시간밖에 못잤다”고 했습니다. 그는 만날 때마다 “잠 잘 시간이 없다”고 말을 합니다. 그만큼 할일이 많다는 것이죠. 사무실 곳곳에는 치열함이 묻어납니다. 각종 모터와 부품 등이 여기저기 널려 있었습니다.

-어떻게 지내시나요?

”올 1월에 CES를 다녀오고, 시리즈B 마무리하고, 2월말엔 MWC갔다가 이제 3월 중순부턴 한국에 있습니다. 가서 협력 업체들도 둘러보고, 강연 등도 합니다. 4~5월이 돼서야 다시 실리콘밸리로 돌아올 것 같습니다.” 그는 1976년생, 한국 나이로 올해 47살입니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95학번이죠. 2009년 미 텍사스주립대 오스틴캠퍼스(UT 오스틴) 컴퓨터사이언스 박사를 했습니다. 첫 직장은 인텔이었습니다.

-하드웨어 엔지니어였나요?

”아니요. 프로그래밍 시스템즈가 주 전공이에요. 파이어폭스 같은 웹브라우저를 최적화하는 일을 했죠. 자바언어 메모리 관리를 했다고 보면 더 쉽겠네요. 인텔의 킬러 프로덕트가 반도체 잖아요. 인텔 반도체 위에 자바 언어가 가장 빨리 돌아가는 법을 찾는 일이었죠. 컴퓨터 시스템 퍼포먼스 개선도 많이 했습니다. 2011년엔 구글로 자리를 옮겼고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테크 리더로 있었죠. 구글의 모든 프로덕트에 자바언어가 적용되는데, 자바 메모리 최적화를 했고 구글 전체 데이터센터 소프트웨어를 최적화하는 작업도 했죠.”

그는 2016년 인생의 전환점을 맞습니다. 미 실리콘밸리에 있는 한식당인 ‘강남순두부’를 인수한 것이죠. 시작은 “아지트를 만들겠다”는 가벼운 생각이었습니다. 그는 “한인타운 포장마차가 매물로 나와서 알아보다가 잘 안 됐고, 순두부집이 나와 인수했다”고 말했습니다. 요식업에 꿈이 있던 건 아니었습니다. “저녁에 지인들을 많이 부르고 부업으로 장사하면 투자도 되고 재미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오산이었죠.”

-식당 장사는 잘 됐나요?

”여러 사정으로 식당 일손이 부족해지면서 직접 운영에 적극 나설 수 밖에 없었어요. 낮에는 구글에서 일하고 밤에는 퇴근해 순두부집에서 서빙했죠. 주말엔 주방에 들어가서 요리를 했습니다. 제일 재미없는 건 청소더라고요. 식당을 운영하면서 엔지니어로는 경험할 수 없는 것도 느꼈어요. 평생 모니터만 바라보며 살았는데 손님들과 눈을 마주치고, 이야기를 나누고, 그들을 즐겁게 해주는 게 큰 보람이었습니다. 식당 일이 돈으로 보상이 안 되는 고생이에요. 크리스마스 이브날 우리 맛없는 순두부집에 찾아온 커플이 있었는데요, 참 그때 책임감이 들더라고요. 내 음식이 이들의 크리스마스 이브 데이트를 망치면 안되겠구나라는 사명감이 들었습니다. 접시가 비워서 들어오니 참 보람되더라고요.”

베어로보틱스의 서빙 로봇. 이름은 서비. 실험실이 아니라 식당에서 일한다./베어로보틱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