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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占)도 첨단 기술에 기반한 혁신을 하고 있다. 오프라인 점집을 온라인에서 예약·상담 가능한 020(온·오프라인 연계) 앱이 여럿 출시됐고, 고민을 입력하면 컴퓨터가 이를 분석해 용한 역술인을 연결해주는 서비스도 나왔다. NASA(미 항공우주국) 별 관측 데이터로 보는 점도 인기다. 점과 테크(기술)를 접목한 ‘점(占)테크’ 서비스들인 것이다.”

최근 2호는 점(占)+테크에 관련한 기사를 썼습니다. 해당 기사에는 국내외 여러 점테크 스타트업이 소개됐는데요. 그 중에서 두 20대 대표님이 운영하고, 이름조차 천명앤컴퍼니인 회사 인터뷰가 기억에 남았습니다. 기사에서 다 전하지 못했던 내용을 레터로 보냅니다. 이번 레터는 기사의 아래 부분에서 이어집니다.

‘토스·배달의민족·당근마켓 등에 초기 투자한 유명 VC(벤처캐피털사) 알토스벤처스는 19일 천명(天命)앤컴퍼니에 50억원 투자를 발표했다. 고려대 출신 유현재·전재현(28) 대표가 설립한 이 회사는 온라인에서 ‘용한 역술인 매칭’ 서비스를 운영한다. ...’

“천명은 이무속인 및 사주 타로 선생님을 연결해 드리는 점술 서비스 중개 플랫폼입니다. 온라인 전화 상담, 오프라인 예약이 모두 가능하고요. 점의 서비스는 크게 사주, 신점, 타로가 있어요. 상담 이후 굿이나 부적 등 추가적인 서비스를 원하는 경우엔 내부 안심 결제를 통해서도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굿처럼 가격이 높고 분쟁이 발생하기 쉬운 서비스 경우엔 천명이 중간에 예치금을 들고 있다가, 서비스가 모두 완료됐을 경우 역술선생님께 돈을 넘겨드리는 서비스죠.”

기존 ARS 역술 사이트와 무엇이 다릅니까

“기술적인 디테일이 다릅니다. 첫번째, STT(음성을 텍스트로 바꿔주는 기술)을 사용해서 전화 상담의 경우 역술인과의 이야기를 텍스트로 남겨서 언제든 다시 점괘를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가 있어요. STT엔진은 외부엔진을 사용하지만, 앱 상에서 하나의 서비스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둘째, 맞춤형 역술인 추천이요. 현재 고민을 문장으로 인식하면 형태소를 분석해 그에 용한 역술인을 추천해주고 있어요. 예컨대 ‘시험이 잘 안 풀립니다’이렇게 입력하면 하단에 ‘고민을 더 자세히 입력해주세요’라는 안내 문구가 뜹니다. 하지만 “고시 공부 3년차입니다. 시험이 두달 남았는데 요새 불안해서 밤잠이 안 와요”라고 입력을 하면 문장의 요소를 인식해 ‘시험운’을 잘보는 역술인들이 추천됩니다.

그 다음부터는 서비스의 디테일이죠. 예컨대 신점 같은 경우에는 타로와 달리 무서워하는 고객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오프라인 첫 방문시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두잔 무료 제공 이벤트를 열고 있습니다. 점과 한단계 더 가까워 지도록 하기 위한 젊은 마케팅을 플랫폼 차원에서 하는 것이죠.”

소위 신발(신빨), 용한 역술인을 골라내는 것은 어려운 일일텐데요. 신발은 별점이나 가격처럼 객관적으로 측정이 불가능하잖아요.

“점술에서 ‘용하다’는 기준은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지표는 아니죠. 하지만 소비자의 입장에서 점술도 하나의 서비스이고, 결국엔 이용자 만족도가 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이용자 만족도가 높은 역술인이 용한 역술인이다’라는 결론을 내리고 접근합니다. 현재 700여명의 역술인이 천명에 입점하셨는데요. 입점을 요청하는 역술인이 계시면 3명의 블라인드테스트단, 소비자 검증단을 꾸려서 무작위로 보내요. 이 유저 3명이 모두 ‘OK’를 해야 입점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이 밖에 입점 후에도 꾸준히 고객 만족도를 체크하고 리뷰를 검토하기도 해요.

그래서 추천 기능 중에선 소위 ‘최근 신발 잘 받는 역술인 추천’ 기능도 있습니다. 흔히 역술인이 미래를 보는 능력이 탁월해지는 시점이 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최근 고객 이용 평점과 후기가 급속도로 좋아졌거나 압도적으로 좋은 역술인을 먼저 추천해주는 기능이죠. 혹시 물론 정말 용한 분이라면 3명이 검증단인 것을 아실 수도 있죠. 올해 6월에는 소비자 검증단 프로덕트 런칭을 통해서 5명의 유저 중 4명을 만족시켜야 무속인 분들이 천명과 함께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계획입니다.”

천명의 전재현 대표(왼쪽)과 유현재 대표(오른쪽). /천명앤컴퍼니

역술 시장은 얼마나 치열한 시장일까요

“상위 30%의 용한 역술인이 전체 거래액과 매출의 70%를 가져가는 시장입니다. 앱 전체를 통틀어 가장 많은 이용자가 찾는 역술인은 신점을 보시는데요, 현재 대기 고객이 700명입니다. 몇 달을 기다려야 예약할 수 있어요.”

성장세는 어떻습니까.

“매 분기마다 전분기 대비 거래액이 평균 2배 정도씩 성장하고 있어요. 무엇보다 좋은 지표는 재구매율이 높다는 것입니다. 천명 이용자들은 작년 연평균 3회를 사용했고, 1등은 1년 동안 240회나 사용했습니다. 모두 돈을 지불하고 사용한 횟수입니다.”

그래도 여전히 사주팔자 ARS 000-000-0000을 이용하는 사람이 더 많지 않을까요. 앱은 사용하기 어려운 분들도 많고요.

“기술과 별개로 서비스 퀄리티에 대한 디테일한 관리에서 기존 플랫폼과 차이가 있어요. 우선 기존 웹사이트나 ARS 기반 플랫폼은 많은 역술인을 데려와 중개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있습니다. 실제 재현님이 모 사이트에 무속인으로 지원을 했는데, 합격을 했어요. 그리고 실제로 이용자 점을 봐준 적도 한 적이 있어요. 점에 대해서 하나도 모르는데도요. 그만큼 퀄리티 컨트롤이 되지 않고 있고요. 어떤 역술인이 어디에 용한지, 누가 인기 역술인인지도 정보가 없기 때문에 운에 의존하거나 남의 추천을 들어야만 합니다. 입소문에 의존해서만 움직였던 과거의 역술비즈니스의 방식과 다를 바가 없어요. 천명은 입소문에만 의존했던 역술 비즈니스의 한계를 넘기 위한 플랫폼이고요.”

플랫폼의 영원한 한계, 그렇게 유명해진 점집이 수수료를 내고 천명을 계속 쓸 이유가 있을까요

“천명 자체를 브랜드로 만들 계획입니다. 왜, 점은 무얼 믿고 써야할지 브랜드가 없잖아요. 그래서 점집들과 가맹계약을 맺고, 천명 간판을 달고, 인테리어와 서비스 지원을 저희가 해드리는 방식으로 전국 50개 천명 점집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물론 각 점집은 ‘안암의 아기무당 누구’와 같은 이름을 걸고 하지만, 간판에 한쪽에 천명이 붙어있는 것이죠. 식당 갈 때, 미슐랭 스타가 있으면 믿고 들어가서 식사하는 것처럼요. 천명이 붙어 있는 점집이네? 오, 신빨 좀 있는 집이구나! 소비자들에게 이 흐름을 만드는 브랜드 파워를 만드는 것이 다음 목표입니다.”

공동대표이십니다. 두분은 어쩌다 만나게 됐고, 정말 점과 역술. 관계가 없나요?

“모두 고려대 출신이고요, 현재님은 중어중문과. 재현님은 경영학과입니다. 평범한 대학생으로 3학년때 프로그래밍학회에서 만나 친해졌고요, 그 다음에 둘다 외국계 대기업에 취업했죠. 역술 중개를 사업을 택한 이유는 하나였습니다. ‘누구도 안 해서’ 였죠. 이미 쟁쟁한 스타트업들이 어지간한 시장에 다 들어간 상황이고, 우리가 정말 1등할 수 있는 시장과 인더스트리를 찾자는 목표를 세웠죠. 기준은 하나였습니다. 증권사 리포트가 ‘단 한 개’도 없는 시장을 하나씩 찾았습니다. 예컨대 장례 시장 같은 것들이 있었죠. 그 중 하나가 역술 시장이었습니다. 갑자기 어머니 생각이 났어요. 서울대 보내시겠다고 굿을 하려다가 굿사기를 크게 당했거든요. 서울대를 못 가서 굿사기를 당한 것이 아니라, 역술인이 굿을 안 해주고 아예 도망을 갔어요. 이런 페인포인트가 시장에 확실히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입소문에 의존하고, 마치 뒷골목 비즈니스처럼 여겨졌던 역술 시장을 플랫폼을 통해 새롭게 비즈니스화한다면? 승산이 있을 것이라 봤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