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3회 발행하는 유료 뉴스레터 [스타트업]의 콘텐츠를 일부 무료 공개합니다.

유료 가입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58656

무료가입(일부 콘텐츠만 공개)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43087 입니다. 감사합니다.


단열박스 소재를 들고와 신선 크로스보더(직구+역직구)를 하겠다는 창업자의 유니크함과 실행력에 투자하다.

에스랩아시아(이하, 에스랩) 첫 투자 때, 나는 티비티 합류 전이었다. 당시 투자를 결정한 이람 대표님은 “카페이서 만난 이수아 대표는 진공단열재를 들고 와서 크로스보더를 하는데 이 소재로 단열박스를 만들어서 고등어나 과일을 나르는 신선 크로스보더를 하고싶다고 했다. 이수아 대표는 전세계 물건들이 전세계의 소비자들을 자유롭게 만날 수 있게 크로스보더 물류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큰 비전을 품고 스타트업 답게 매우 실질적으로 동남아의 몇몇 나라부터 수출입 통관, 배송을 직접 하며 현장의 페인포인트를 찾아 냈다. 전세계에 택배 상자 사이즈의 냉동냉장 물류를 하기 위해 수많은 각국의 라이선스를 획득하고 단열박스를 위한 특허를 내는 등 혁신의 상상력과 뛰어난 실행력을 가진 창업자이기에 투자를 결정하였다” 고 했다.

나는 티비티에 합류 후 그립컴퍼니(김한나 대표님) 세팅과 투자를 유치하며 스타트업이 얼마나 간절하게 투자유치를 하는 것인지, 그들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배우며 본격적으로 VC 투자에 대한 감각을 익히고 있었다. 이 때 다른 많은 포트폴리오 회사들의 사후 관리를 어떻게 할지를 고민하던 중 에스랩이 빠르게 자금조달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것을 인지하게 되었고 티비티의 첫번째 후속투자를 검토하게 되었다.

에스랩아시아의 첫 투자 당시에 합류하기 전이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회사의 이해도가 부족해 빠르게 당시 투심보고서를 보고 사업을 이해했고 투자 이후 회사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내부 자료를 통해 검토했다. 티비티는 에스랩의 첫번째 기관 투자자로 에스랩은 초기의 작은 회사였고 후속투자 검토를 위해 실사를 직접 수행했다. 나는 항상 회사의 경영진과 가장 가까운 층에서 재무정보를 제공하는 일을 했기 때문에 초기 회사의 실사는 직접 수행하고 있었다. 실사를 하는 과정은 사업뿐 아니라 회사 내부의 경영상태까지 이해하고 경영자로서 창업자를 볼 수 있는 과정이기도 하다.

기존 서류와 자료를 통해 만난 에스랩의 첫 만남은 아주 인상깊지는 않았다. 체계를 다시 잡아야 하는 많은 부분들이 보였고 매출은 투자 이후 오히려 감소했고 자금은 부족했다. 이때까지 나의 역할의 본질은 실사였고, 실사 자체만으로 본다면 내 엄격한 기준상 경영관리 부분의 부족으로 사업과 관리의 밸런스가 부족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후속투자를 망설이며 이람 대표님께 이 현황을 보고 드렸다.

첫 투자 당시부터 에스랩의 사업에 대해 관심이 많아 투자검토에 많은 도움을 줬고 만남 이후 이수아 대표의 멘토 역할을 한 그립의 김한나 대표에게 전화가 왔다. 이수아 대표를 만나서 현재 부족한 관리의 부분을 그립컴퍼니를 세팅하고 관리한 것과 같이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무엇보다 회사의 자금 상황상 반드시 자금 조달이 빠른 시일내에 이루어져야 했고 따라서 유일한 기관 투자자인 티비티의 후속투자 결정은 에스랩 입장에서 사활이 걸린 문제였다. 늦은 오후 이수아 대표를 만나서 꽤 오랜 시간 얘기를 했는데 본인이 놓치고 부족했던 관리상의 맹점에 대해 빠르게 받아들이는 데에서 가능성을 보고 마음이 움직였다. 실사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사실관계들을 가감없이 이수아 대표와 소통하며 정리해나갔고 보완해야하는 부분을 같이 점검했다. 이 때 정말 인상적이었던 것은 이수아 대표의 눈빛이었다. 긴 이야기를 하면서 에스랩의 비전과 자신의 계획에 대해 말하는데 너무나 반짝 거리는 행복한 눈빛으로 말하는데 그 때 저런 눈빛이 실제 있는 거구나 라는 놀라운 체험을 하면서 홀리듯 들었다.

그러나 티비티 투자 이후 매출이 감소한 것은 다른 문제였다. 이 질문에 대해 이수아 대표는 선택과 집중을 했다고 했다고 설득했다. 한정적인 자원을 더 경쟁력 있는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고민 끝에 매출의 볼륨은 크게 키울 수 있지만 수익성이 좋지 않은 유통부분을 축소하고 에스랩만의 콜드체인을 만들기 위해 물류에만 집중하기로 했다고 했다. 그것은 에스랩의 미래를 위해 맞는 선택이었고 결국 그떄의 선택이 지금의 에스랩을 있게 한 ‘그리니박스’를 탄생시키게 되었다.

콜드체인이라는 엄청나게 큰 시장에서 아주 작은 회사인 에스랩은 이미 시장에 진출할 사업적, 기술적 자원을 갖고 있었다. 그리니박스는 빨리 시장에 나와서 혁신을 보여줄 수 있는 여지가 충분했고 티비티 설립 이후 첫 후속투자를 했다. 또 티비티의 투자에 진행에 그치지 않고 이람 대표님은 투자자들을 물색해서 소개했고, 나는 티비티 사무실 일부를 쓸 수 있게 내부적으로 논의하여 에스랩이 추가투자유치를 무사히 마무리 할 수 있도록 투자자들의 실사 대응을 직접 나서서 진행했다. 이로서 우여곡절을 거쳐 시리즈A 30억의 투자유치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이수아 에스랩 대표. /TBT

◇시리즈A 끝나자마자 코로나가 터졌다.

시리즈A를 마무리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코로나19가 세상을 뒤덮기 시작했다. 동남아 벤더들을 확보하여 동남아로 콜드 체인 물류로 사업을 집중하던 단계에서 큰 악재였다. 하늘길이 막히면서 수출도 어려워졌고 물류대란이 일어나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도저히 해외로 갈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이수아 대표는 의논을 하고 싶다고 했다. 코로나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국내로 눈을 돌려 할 수 있는 사업을 구상하겠다고 했고, 그리니박스를 다양화하여 식자재뿐 아니라 백신과 같은 의약품까지 실어 나를 수 있는 그리니 브랜드를 만들겠다고 했다. 첫 투자를 결정할 때 에스랩의 주사업은 유통업이었고 전략적으로 피보팅 한 것이 콜드체인 특화 물류회사였는데 여기에서 다시 한 번 세상에 모든 물건을 담아 나를 수 있는 콜드체인 박스를 만들어 내는 회사로 진화했다. 당시 이수아 대표는 첫 만남에서 말했던 비전을 현실로 실현한 제품을 만들어 낸 상태였고 국내 유일의 국제안전수송협회(ISTA) 연구실 인증까지 받아 둔 상황이었다. 이미 그리니박스는 스트로폼보다 높은 단열성을 갖고 있으면서 재사용까지 가능하여 스트로폼을 완벽하게 대체할 수 있는 혁신적인 제품임을 알고있었기 떄문에 이번에도 적극적으로 지지했다.

이수아 대표는 의약품 운송 규제와 코로나로 인한 백신 확산 등 의약품 운송 시장이 열리는 것에서 기회를 보고 에스랩이 갖고 있는 그리니박스의 기술을 고도화하여 초저온인 영하 70도부터 상온까지 모든 온도 범위의 백신을 담아 나를 수 있는 그리니메디 시리즈를 단기간 안에 출시했다. 이미 에스랩은 이전부터 메디 박스용 고도화 연구를 함께 진행해 왔으며 FDA 의약품 수송기준에 따른 의약품용 패키징 인증기관 등급인 ISTA 7E를 자사의 그리니 연구소에서 취득해 가지고 있었다. 참고로 ISTA 7E등급을 취득한 연구소는 전세계 16곳 밖에 없고 국내 민간으로 유일하게 획득하고 있다.

드디어 국내에도 화이자를 시작으로 백신이 공급되기 시작했다. 에스랩의 그리니메디는 화이자 백신과 같은 초저온을 유지하면서 할 수 있는 유일한 운송용기이자 시장 비교테스트 결과 타사대비 압도적인 성능으로 정부를 비롯하여 제약, 의약도매, 의약품 전문 운송회사들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그동안 그리니메디와 에코의 R&D및 양산화 과정에서 많은 자금이 투입되어 막상 그리니메디 상용화를 위한 생산 자금이 없었다. 생산을 위해 다시 빠른 투자를 받아야 했고, 기존 투자자와 신규 투자자 로부터 투자를 받아 그리니메디를 제작하여 공급할 수 있는 자금을 확보했다. 그렇게 그리니메디는 세상에 나왔고 화이자 백신 100%를, 모더나와 아스트라제니카는 60%의 운송을 책임지며 국내 코로나백신 콜드체인 운송용기 시장점유율 1위를 달성했다.

◇재사용 콜드체인 패키지, 소프트웨어로 물류 트래킹까지 발전

그리니메디를 통해 에스랩은 기술력과 상품성을 입증했다. 에스랩은 백신 뿐 아니라 의약품, 신선식품까지 모든 콜드체인 패키지가 필요한 물건들을 에스랩의 ‘그리니’에 담아내기 위해 그리니메디 이전에부터 푸드 전용 그리니에코를 출시했다. 그리니에코는 3년동안 재사용이 가능하여 그리니에코 1개가 회전하면서 스티로폼 약 156개를 대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단열재를 감싼 플라스틱은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지며 수명이 다한 그리니에코의 플라스틱은 다시 새로운 그리니에코로 재탄생 할 수 있는 친환경 운송용기이다. 에스랩은 스티로폼을 대체할 뿐 아니라 자원순환이 가능한 그리니라는 혁신의 하드웨어를 보유하게 되었다.

이제 소프트웨어를 만들 차례였다. 2년 전 이수아 대표는 물류 트래킹 환경이 낙후되어 있어 혁신이 필요하다고 솔루션을 기획하고 싶다고 했다. 나는 IT회사에 꽤 오래 다닌 짬으로 경력을 바탕으로 마침 해외에서 돌아와 쉬고 있는 유능한 기획자 친구가 있었고 에스랩의 솔루션 기획을 도와 달라고 부탁했다. 그렇게 4개월간 초집중하여 그리니박스에 IoT를 붙여 물류 트랙킹이 가능한 디지털트렌포메이션 솔루션을 기획해 놓았다. 하드웨어가 완성되고 그때 기획한 솔루션의 본격적인 개발을 위해 이수아 대표는 개발팀을 빠르게 조직하였다. 에스랩을 제조회사에서 이제 물류 테크회사로 또 다시 도약할 준비를 했다. 이수아 대표는 2021년 솔루션 개발과 하드웨어 제품군 다양화 및 공장 건설을 위해 신규 투자 유치를 시작했다. 나는 시장의 친환경 ESG과제 직면과 올해부터 시행되는 생물학적제재 보관, 수송관리 강화 법규로 시장에서 에스랩의 위상은 달라질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리고 티비티는 에스랩에 2번째 후속투자이자 처음으로 한 회사에 3번의 투자를 하기로 결정하였다. 또다시 동일 라운드에 가장 먼저 투자하였고 이후 투자자들은 에스랩에 확신을 갖고 투자를 결정하여 150억의 투자유치에 성공하였다.

혹자는 에스랩이 운이 좋았다고 하기도 한다. 물론 운도 좋았다. 그러나 최악의 악재 속에 시장을 보고 갖고 있는 자원을 극대화하여 새로운 미래를 그리고 실행하며 생존할 수 있는 것은 운이 아니다. 투자자로서 창업자의 끊임없는 사업의 변화에 의구심이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이수아 대표의 시장을 보는 안목과 빠른 결단력은 치열한 스타트업 씬에서 에스랩이 살아남을 수 있는 이유였고, 본인의 의사결정을 어떻게든 실현시키는 실행력은 투자자로서 이제는 막연하기까지 한 기대감을 갖게 한다.

티비티는 에스랩의 첫 기관 투자자이자, 재무적 투자자로 롤러코스터를 함께 탄 것 같이 회사의 희노애락을 같이 했다. 생각해보면 첫 투자를 제외하고 티비티의 에스랩에 대한 후속투자들은 에스랩의 위기의 순간이었고 또 위기를 넘어 매번 뛰어오르는 순간들이었던 것 같다. 어느 덧, 첫 투자 이후 3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고 에스랩은 이제 세상의 모든 것을 담아 세상 어디든 실어 나르는 세상의 필수재로 서서히 우리 생활에 들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