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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벨리온은 지난주 620억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누적 투자금은 약 1000억원, 기업가치는 3500억원으로 평가받았고요.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테마섹 파빌리온캐피탈도 첫 해외 투자자로 들어왔고요. KDB 산업은행을 비롯해 미래에셋벤처투자, SV인베스트먼트, IMM인베스트먼트, KB인베스트먼트, KT인베스트먼트, 미래에셋캐피탈이 신규 투자자로 들어왔습니다. 가뜩이나 스타트업 투자 유치 장이 얼어붙었다고 하는 요즘 시기에 큰 금액을 투자받는데 성공했죠.
다른 기사는 모두 AI 반도체를 만드는 스타트업으로 짧게 리벨리온을 소개합니다. 좀더 자세히 이야기하자면 리벨리온은 팹리스 반도체 스타트업, 그러니까 반도체 설계를 전문적으로 합니다. 엔비디아(팹리스)가 설계만하고, 생산은 TSMC(파운드리)에 맡기는 것처럼요. 반도체 중에서도 특정 수요와 분야를 타깃으로 하는 맞춤형 반도체, ASIC을 설계하고요. 동시에 인공지능 연산에 최적화된 반도체 NPU를 설계하는 기업이기도 합니다.
지금 리벨리온이 만들고 있는 반도체는 금융업계의 초단타매매를 위한 반도체입니다. 정말 특정 수요와 분야를 노렸죠. 기존의 반도체보다 더 빠르고 정확한 연산으로 매매를 수행할 수 있는 칩이라고 하네요. 이 칩을 만들기 위한 연료 620억원을 받은 것입니다. 올해 1월 쫌아는기자들은 박성현 대표를 만나 인터뷰를 했었는데요. 약 반년 동안 무엇이 달라졌고, 이 어렵다는 장에 어떻게 투자를 유치했는지 등을 박 대표님에게 물어봤습니다.
“나는 리벨리온의 홍보봇(bot)”이라고 주장하는 박성현 대표는 두서 없이 따발총처럼 이야기를 쏟아내지만, 메시지가 선명하고 묘하게 빨려들어가는 화술을 갖고 있습니다. 인터뷰 내용도 오갔던 이야기 그대로 옮겼습니다.
장이 어렵다는데 투자를 받았습니다.
투자 유치 최종단계 쯤에는 정말 시장이 확 무너졌다는 것을 실감할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글로벌 투자자, 테마섹이 들어와줘서 버틸 수 있었고요. 테마섹 같은 글로벌 브랜드가 투자를 결정하고, 국내에서도 규모가 큰 투자자들이 투자를 결정하니까 흔들리지 않고 투자 유치가 가능했었것 같습니다. 그리고 후반부에는 VC와 투자자들의 기류에서도 ‘(잘)될 팀에 더 지원해주자’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러니까 과거에는 10개팀에 자금을 쏴주고 1개팀이 잘 되는 것을 기대했다면, 지금은 잘 될 것 같은 팀 3~4군데에 자금을 더 쏘고 여기서 성공 스타트업이 나오길 바라는 분위기였다고 해야할까요.
테마섹은 깐깐한 투자자라고 이야기를 들었는데
투자유치 과정에서 챌린징은 언제나 있습니다. 테마섹은 VC보다는 PE(프라이빗에쿼티), 사모펀드에 가까운 회사라 분위기가 다릅니다. 원래도 보수적인 회사고, 요즘 시장에서는 더 보수적이죠. VC들은 10개 중 1개만 성공해도 된다면, 테마섹은 3개 투자하면 2개는 성공해야 하는 분위기의 회사입이다. 그래서 질문도 회사의 캐시플로우에 대해 많이 물어봤습니다. 그러니까 비전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돈 이야기를 주로했죠. ‘언제까지, 얼마의 돈이 들어가는가. 3~4년 후에 리벨리온은 얼마 돈을 벌 수 있는가. 그러면 그 기간까지 돈을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물어봤습니다. VC들을 만나서는 창업자, 팀의 꿈, 제가 월스트리트 출신이고 MIT를 나왔다는 것을 주로 강조했죠. 하지만 테마섹은 전혀 달랐고, 그런 것에 관심이 별로 없더군요.
대표님 돈에 밝으십니까. 어떻게 해쳐나갔나요
창업 초기 멤버 중에 회계사 출신(신성규 이사)이 있어요. 미국에서 만난 사이였고, 회사 회계가 점점 복잡해지니까 제가 직접 설득해서 데려왔어요. 그래서 이번 투자 유치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돈에 밝은 사람이 회사에 있으니까요. 무엇보다 CPA 출신이라는 점을 투자자에게 어필했고, 꼼꼼한 자금 계획을 이야기했더니 굉장히 좋아하는 투자자들이 계셨습니다. ‘아, 이 친구들이 돈을 쓰는 것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구나, 시리즈 A인데 벌써 탄탄하게 돈 관리를 하려고 하는구나’라는 인상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투자금을 잘 아껴써라, 뭐 그런건가요.
아, 그건 또 아닙니다. 투자자들 중에서는 ‘돈 너무 안 쓸 경우에도 회계감사를 하겠다’는 VC도 계셨습니다. 투자 받아놓고 무작정 아껴쓰고, 회사는 경쟁력이 하나도 안 늘어나면 의미가 없다고요. 그래서 안 쓰는게 아니라, 잘 쓰도록 하겠다고 했습니다. 오르막에서 남들 다 지쳐서 떨어져나갈 때, 우리는 더 속도를 내겠다. 도와달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투자 유치가 어려울수록 돈 이야기를 더 많이 해야하는 것 같습니다. 막연한 꿈이야기 보다도요.
개발 중인 칩은 양산에 들어갔나요.
시제품은 개발했지만, 양산은 2024년초 삼성전자의 5나노 공정으로 생산하기로 했습니다. 벌써부터 이렇게 큰 투자금이 필요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이럴수록 미국에 나가서 더 좋은 인력들을 스카우트할 계획입니다. 마켓이 안 좋아지면서 5나노 공정으로 칩을 찍겠다던 스타트업들이 계획을 바꿔서 더 낮은 단계로 칩을 찍겠다고 하는 곳도 여럿이고, 좋은 인력들을 자르기도 했거든요.
양산까지 어떤 과정이 남았길래 큰 자금이 필요한 겁니까.
양산의 수율과 칩의 안정성 문제들이죠. 80~90%의 신뢰도를 보장하는 과제가 남았습니다. 그걸 올리는 것이 회사의 핵심 역량입니다. 지금 개발 팀원들은 정말 훌륭한 인재들이 모였습니다. 하지만 양산의 신뢰도는 돈과 시간이 해결해주는 문제기도 합니다. 좋은 반도체 디자인 하우스를 써야하고, 프로덕션 그러니까 양산에 필요한 팀원들이 따로 있습니다. 인하우스로 그 팀원들을 꾸려서 패키징, 디자인하는 전문가들을 모셔와야죠. 한국이 또 프로덕션, 생산 관점의 좋은 인재들을 보유한 국가입니다. 현재 팀원이 약 50명인데 연말까지 80명, 내년에는 150명 팀원으로 몸집을 불릴 계획입니다. 그리고 양산 직전에 내야하는 돈도 상당합니다. 그 돈도 이번 투자에 포함되어 있죠.
지금 시제품은 금융기관의 초단타매매를 타깃으로 한 제품이죠.
네. 사실 저는 트레이더(모건 스탠리)였으니까 퍼블릭 마켓을 주로 보던 사람이었습니다. 퍼블릭 마켓은 시장이 안 좋아질 때 징후들이 보이거든요. 그런데 프라이빗 마켓은 장이 안 좋아질 때 갑자기 훅 떨어지더군요. 완전 달랐습니다. 그래서 피칭 스타일을 바꿨습니다. 비저너리, 꿈을 제시하고 막연한 기대를 설득하기보다 재무와 전략을 주로 이야기했어요. 그리고 저희가 반도체 섹터라서 투자에 유리하기도 했습니다.
반도체 헤게모니가 미국에서 아시아로 넘어 온다는 것. 바이든 대통령도 한국에 오자마자 삼성전자를 갔으니까요. 이제 승부수를 띄워야 하고, 섹터 투자자분들. 그러니까 특정 섹터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분들은 ‘한국 반도체는 일단 해야 한다, 그것도 한국 반도체 1등 기업에’라는 컨센서스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걸 이야기했습니다. 사실 저도 AI칩 대한민국 1등을 매번 이야기하는 것도 가끔 민망할 때가 있습니다 .다른 팀들도 다 알고 있고, 좋은 팀들이거든요. 민망하지만 기세를 이야기합니다. 어려울수록 더 세게 이야기하고, 논리적으로 설득해야합니다. 왜 1등이고, 어떻게 1등 격차를 유지할 것인지를요. 스타트업은 기세! 하지만 이 기세에 논리가 있다는 점을 어필했죠.
그런데 초단타매매 시장이 작지 않습니까.
테슬라도 처음엔 모델S,그러니까 일종의 전기 스포츠럭셔리카를 만들었습니다. 스포츠카 시장은 사실 별로 크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걸로 화제가 됐고, 이제는 대중전기차를 생산하죠. 월스트리트를 타깃으로 하는 우리 제품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시장은 4~5조원입니다. 작다면 작고, 저도 작다고 인정합니다. 투자자들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이 시장이 매력적인 시장이라는 것, 무엇보다 월스트리트가 우리 제품을 쓴다는 것이 앞으로 엄청난 레퍼런스가 됩니다. ‘한국 스타트업? 그런데 얘들 반도체가 월스트리트에서 먹히네?’ 이 브랜드가 생기는 겁니다. 다음은 서버에 들어가는 AI반도체 시장입니다. 훨씬 큰 시장이죠. KT와 카카오를 설득한 로직도 이 로직입니다. 지금은 금융기관을 타깃으로 하지만, 다음은 국내 서버 반도체 시장을 노리겠다고요. 그 다음은 글로벌 서버 시장이라고요. 그리고 함께 국내 시장을 개척하도록 도와달라고 했죠.
큰 돈이 들어오면 창업자는 어떤가요.
들어오는 돈만큼 제가 성장하는 것 같습니다. 법인 통장에 100억 있을 때와 600억원이 있을 때, 꿈의 크기와 스케일이 달라지는 것 같더라고요. 장비를 사도 스케일이 달라지고, 데려오고 싶은 인재의 레벨도 달라집니다. 예전엔 훌륭한 엔지니어를 모시고 싶어도, ‘연봉 못 맞춰드릴 것 같은데…’라고 접었었는데 지금은 고민합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했는데, 스타트업은 투자급이 앰비션, 야망을 만들어주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600억원을 어떻게 써야 잘 썼다는 말을 들을까. 그걸 고민합니다. 행복 반, 고민 반.
외신에도 기사가 나갔으니, 연락이 오지 않던가요.
네. 미국 MIT 출신 제 친구들도 11년만에 연락이 온 친구들이 더러 있습니다. 누적 1000억원은 미국에서도 먹히는 사이즈고요. MIT 지도교수님도 연락이 왔습니다. 100~200억원 투자 받을 때는 연락도 없으셨던 분인데, 페이스북 DM으로 연락이 오시더군요. 인정 받은 것 같아 기분이 정말 좋았습니다. 자신감이 더 생겼습니다. 이제 진짜 진검 승부를 해야하는 타이밍이죠.
회식은 했습니까. 큰 돈 투자 받은 스타트업의 회식, 궁금하네요.
오늘 합니다. 돼지갈비집을 통째로 빌렸습니다.
소고기라도 먹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하하. 아직 시리즈A입니다. 소고기는 시리즈 B 이후에 할게요.
2호의 후기) 박성현 대표는 “엔비디아도 스타트업이었다. 리벨리온이 엔비디아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를 주장했던 비저너리 창업자였습니다. 과거 인터뷰도 그의 꿈을 주로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인터뷰도 스타일이 바뀐 것을 느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