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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은 단감으로 유명한 김해시 진영읍 신용리였고, 집에 TV도 안 들어왔던 촌놈이 서울로 대학 온 것이죠. 00학번인데 학생 운동을 열심히 했습니다. IMF 직후 세상이 어수선했어요. 해고도 많았고, 민영화 이슈가 계속 나오고, 시장 경제가 더 많이 침투했었죠. ‘약자도 잘살 수 있는 세상이 와야 한다’는 정의감 같은 것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세월이 지나서 저도 무뎌졌고, 스타트업 다니다가 퇴사하고 도예를 전공한 사촌동생을 잠시 도운 적이 있었어요. 꽤 좋은 대학에서 나와 실력도 좋은 동생인데 주말마다 플리마켓을 나가서 노상에서 도자기를 팔았어요. 제가 모르는 세상이 거기 있었습니다. 서울대·홍대 다 알만한 학교에서 미술·도예 등을 전공한 친구들이 온종일 앉아서 겨우 몇만원 벌어 돌아가는 거예요. 이분들의 판로를 만들 방법은 없을까, 나는 IT를 조금은 아니까. 아이디어스의 시작이었습니다. 자본금 100만원이었습니다.”

2012년 창업한 백패커는 곧 창업 10주년을 맞습니다. 백패커라는 이름보다 아이디어스라는 서비스 이름이 더 친숙할 것입니다. 2014년 출시했던 아이디어스는 작가와 소규모 공방이 수공예품을 파는 플랫폼으로 시작해 지금은 식품과 의류까지 파는 커머스플랫폼으로 진화했습니다. 2020년에는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텀블벅을 인수했고, 창업자 김동환 대표는 두 회사의 대표를 겸직하고 있습니다. 어느덧 한 달 순 방문자 500만명, 입점작가 2만7000명, 누적거래액 7800억원 이상으로 성장했습니다.

자본금 100만원 스타트업이 할 수 있는 서비스 론칭전까지 앱을 대신 개발해주는 일. 남의 앱 50개 정도를 만들면서 밑천을 마련했답니다. 첫 투자자는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 권도균 프라이머 대표, 이기하 프라이머사제파트너스 대표였습니다. 각 1000만원씩, 개인투자했다고 합니다.

“세 분께 투자한 이유에 대해 물어보니까 ‘뭐든 할 것 같았다’고 하시더라고요. 근데 정말 그때는 다 했습니다. 재무, 회계, 간식 사는 일부터 청소까지요. 그냥 스타트업은 그런가 했어요.”

김동환 대표의 명함을 다시 봤습니다. CEO긴한데, 조금 다릅니다. Chief Executive Officer가 아니라 Chief Everything Officer입니다. 왜 모든 것(everything)이냐고 다시 물었습니다. 김 대표는 웃으면서 “그냥 그게 스타트업”이라고 답했습니다.

김동환 백패커 대표. /백패커
/디자인랩

◇제프 베조스의 주장과 반대로 가는 스타트업

-수공예 액세서리 시장이 작아서 성장에 제동이 걸릴 줄 알았습니다. 작년엔 식품이 전체 거래의 40%를 차지했다고요.

기존에 사셨던 분들이 아이디어스 들어와서 또 물건을 사서 성장이 가능했어요. 작년 1만원 썼던 고객이 올해 1만5000원을 아이디어스에서 구매하신 것이죠. 2년 전만 해도 액세서리가 제일 큰 카테고리였고요, 전체 거래액의 30%를 넘게 차지했죠. 그런데 코로나 이후 밖에 나갈 일이 없으니 액세서리 시장 자체가 흔들렸어요. 그런데 식품이 잘 팔렸어요. 지금은 식품이 40% 내외, 액세서리가 2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식품 카테고리를 연 지 4년 정도 됐는데, 작년 기준 식품 거래액이 1000억원 정도 됐죠.

-마켓컬리, 쿠팡도 있는데 왜 아이디어스에서 농산물과 식품을?

컬리와 쿠팡과 달리 저희는 산지에서 직접 배송을 해요. 예컨대 토마토는 빨간 토마토가 맛있잖아요? 물류창고를 거치는 컬리와 쿠팡은 아직 녹색인 토마토를 따서 창고에서 후숙돼요. 저희는 산지 농민이 직접 익은 토마토를 따서 바로 보내드리는 시스템이죠. 이런 농산물 말고도 판교에서 줄 서서 사먹는 케이크 베이커리, 홍대의 유명한 마카롱집처럼 작은 디저트 가게를 운영하는 분들도 입점하셨고요. 아이디어 식품도 있죠. 예컨대 수제로 만든 자일리톨 사탕 같은 경우요. 애 키우는 어머니들에게 불티나게 팔립니다.

-그런 상품이라면 판매자가 플랫폼으로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써도 되는데요. 네이버 수수료가 더 저렴하고, 네이버 페이로 정산도 더 편리하면…이게 경쟁이 될까요.

저희 수수료율은 15~22% 입니다. 일반적인 오픈마켓이 10% 초반이고요, 좀 비싼 플랫폼 중에서는 20~30% 이상도 있지만, 결코 싼 편은 아니죠. 심지어 저희는 다른 플랫폼에서 파는 물건에 비해 가격도 비싸요. 배송도 느리고요.

-아마존 제프 베조스의 명언, ‘느린 배송을 원하는 소비자는 상상할 수 없다’는 말과 반대군요.

그건 플랫폼 기업의 입장입니다. 아이디어스들의 작가,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다를 수 있어요. 한정 수량을 제작하는 케이크와 쿠키, 마카롱을 만드는 사장님. 농사일이 무척 바쁜 농부에게는 다른 일입니다. 게다가 대형 오픈마켓에 들어가면 최저가로 가격 중심으로 검색되기 때문에 쏠림현상이 심하고 배송을 재촉하기도 합니다. 소비자가 주문한 지 며칠이 지났는데 왜 물건 안 보내느냐고요. 배송이 느리면 페널티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예컨대 저희 아이디어스에 있는 베이커리 작가님이 계세요. 이분은 월요일에만 빵을 만들어요. 일주일에 딱 월요일 하루 판매를 오픈하고, 그걸로 배송하고 끝이죠. 다른 오픈마켓에서는 쉽지 않을 수도 있어요. 저희는 달라요. 좀 적게 만들어도, 느리게 보내도, 남들보다 비싸도 상관없습니다. 그런 걸 파는 사람과 사고 싶은 사람들이 모이는 장터죠.

둘째로 그런 작가님들이 오는 이유 중 하나가 그분들의 판매를 지원해 드립니다. 온라인으로 판매 교육, 세무 교육, 법무와 지식재산권 교육을 제공하고요. 무엇보다 제품을 아이디어스로 보내주시면 사진을 찍고 포토샵 작업도 해드려요. 전부 무상으로요. 로고와 패키징은 적은 비용 정도 받고 해 드리고요. 수공예하시는 분들을 위한 자체 원자재 스토어도 있어요. 저희가 대량으로 구매해서 저렴하게 원자재와 부자재 사서 마음껏 만드시라고요. 정기 건강검진도 해드리고, 홍대와 서울 곳곳에 오프라인 매장도 있어서 사용 가능해요. 아, 작가님의 명함도 파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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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입구역 근처 아이디어스와 텀블벅 사무실에 붙어있는 백패커의 컬쳐핏.
/디자인랩

◇100만원 남은 다른 창업자의 계좌를 봤을 때

아이디어스는 텀블벅을 인수한 지 2년이 되어 간다. 지금 마포 사무실도 두 회사가 같이 쓰고 있다. 아래 노트북은 김동환 대표의 노트북.
김동환 대표의 개인적인 핸드메이드, 크라우드펀딩 소장품. 헤드폰 거치대와 수공예 가죽 가방, 좋아하는 노자의 명언을 새긴 캘리그라피, 작은 마우스 등이다. /임경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