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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 오랜만에 설렜습니다” 전략팀에서 일하는 강승훈 씨가 퍼블리시 권성민 창업가를 만난뒤, “부조응성(不照應性)”이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언론=사양산업’과 ‘블록체인=미래 테크놀로지’라는 두 테제의 부조응성을 말하고 싶은가 봅니다. 퍼블리시 권 대표는 최근 서울서 열린 세계기자대회서 대략 이런 취지의 이야기를 했답니다. 포털 중심으로 뉴스가 소비되니, 언론사는 (살아남기 위해) 트래픽에 매몰되고, 자극적인 기사가 우위를 차지하고, 언론은 신뢰도가 떨어졌고 결국 이용자는 좋은 기사를 잃었다. 다들 알고 있는 뻔한 이야기입니다. 다른 대목은 그는 말만 하는게 아니라, 테크놀로지에서 대안을 찾는 개척자라는 점입니다.

이른바 저널리즘이 직업인 쫌아는기자 1호는 머릿 속으로 막연하게 ‘신문기사 원고지 10장짜리의 원가’를 계산한 적이 있습니다. 종이값과 같은 인쇄 비용은 뺀 인건비만요. ‘제목이 확정된 하나의 완고’가 나올 때까지의 대략 인건비입니다. 얼마쯤일까요? 몇 분께 물어본 결과, 얼마를 생각하던, 그 열배쯤 됐습니다. 반대로 온라인 기사, 말하자면 카피앤 페이스트로 쓰는, 어디 전화 한 통하는 취재 과정 없이, 검증하는 데스크 없이, 그대로 나오는 기사, 대학생 인턴 한명 고용해도 다음날부터 쓸 수 있는 기사는 얼마일까요? 결론은 이렇습니다. 400년간 지탱해온 ‘텍스트 저널리즘’의 물적 토대(상단에는 기사, 하단에는 엄청 비싼 광고지면)는 구글 등장 이후, 무너졌습니다. 대안으로 온라인 광고요? 아무리 계산기를 두드려도, 타산이 안 맞습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한국에선 신문의 몰락과 함께 텍스트 저널리즘은 사라지고, 미국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일본 요미우리, 니혼게이자이신문과 같은 거대 저널리즘만 살아남습니다. 결국 한국은 자극적인 온라인 기사를 생산하면서 ‘스쿠프’나 ‘경제분석’, ‘심층 외교안보’와 같은 고급 퀄리티 저널리즘은 해외의 대형 언론사 저널리즘 논조를 따라하고 어떤 때는 베끼면서 만족해야할지 모릅니다. 왜 뉴욕타임스와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몰락하지 않냐구요? 그건 또 다른 긴 얘기니 나중에 하겠습니다.

권성민 창업가가 “텍스트 저널리즘의 소비 구조를 다시 한 번 싹 바꿀 수 있다”며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한다. 아직 세계에서 아무도 안 해봤지만, 한번 해보겠다”고 했을때, 반신반의하면서도 고마웠습니다. 기술력 있는 스타트업치고 언론 시장의 페인포인트(pain point)에 관심있는 곳은 드뭅니다. 한국도, 해외도 마찬가지입니다. 해서 종래는 신문사 기자 출신의 선배들이나, 문과적 소양에서 소명의식을 가진 창업가들이 언론의 혁신에 도전합니다. 대개 카드뉴스와 같은 다른 형태의 텍스트 미디어, 뉴스레터와 같은 전달방식의 변화에 머무를 수밖에 없습니다.

테크놀로지는 당최 언론 편에 서주질 않습니다. 신문사 전략팀에서 일하는 후배의 ‘설렜다’는 말에 아무 일도 못해온 선배로선 미안했습니다. 그래서 ‘테크놀로지로 언론사 혁신하겠다’는 권 대표의 인터뷰입니다. 질문은 언론사의 현업 전략팀원인 강승훈씨가 주로 진행했고 쫌아는기자 1호는 보조했습니다. 재미있는 글은 아닙니다. 하지만 텍스트와 블록체인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글의 결마다 묻어있습니다.

퍼블리시 권성민 대표. 그는 '15살처럼' , 그런 표정으로 웃는다. 미소 짓는다는 표현보다는, 겸연쩍지만 자신 있게. '자연스러운 사진을 보내주세요'라고 했더니, 다음날 엄숙한 표정의 사진을 보내왔다. 그를 아는 분들은 엄숙한 그의 표정 안에서 15살의 웃음을 찾지 않을까 싶다. /퍼블리시 제공

◇저널리즘의 편에 선 블록체인과 스팀잇 프로젝트

- 이용자가 글을 읽으면 보상하는 R2E(Read to Earn) 개념을 제시하죠. 독자가 네이버가 아닌, 언론사 홈페이지에 방문해 기사 읽거나, 댓글 남기는 활동을 하면, 암호화폐로 보상한다? 본론 들어가기 전에 감히 ‘한국 뉴스 생태계의 정점’인 네이버에 스타트업이 도전하는건, 무모하지 않을까요? 자신감의 근거는?

“솔직히 말하자면 한국 시장에서 네이버가 얼마나 대단한지 잘 몰라서 그런 것 같아요. 개인적인 성장배경 때문일까요. 7살 때 한국을 떠나, 리비아 갔어요. 초등학교 졸업하곤, 다시 남아공에서 중·고등학교 졸업했어요. 대학은 캐나다와 미국에서 다녔어요. 두 눈은 글로벌을 봅니다. 그래서 네이버의 장악력을 잘 몰라요. 퍼블리시는 정확히 말하자면, 글로벌을 지향합니다. 한국에서 확립한 비즈니스 모델로 세계로 갑니다.

미국서 비즈니스한 경험도 있습니다. 미국 뉴스위크 미디어 그룹을 인수했던 IBT Media에서 사업개발 및 영업총괄로 근무한 적이 있습니다. 종이잡지인 뉴스위크의 위기때입니다. 지인이 인수합병팀에 있었는데, 그 인연으로 20대때 종이잡지의 온라인 사업을 팀장급의 자격으로 들여다봤습니다. 언론사의 한계와 가능성을 모두 봤습니다. 잠깐이지만, 2010년대 초반에 2~3년정도 외환선물 브로커리지도 운영했습니다. 외환 흐름을 보면서 비트코인을 처음 접했습니다. 2010년대 중반, 귀국해선 스팀잇(steemit) 프로젝트’를 경험했습니다. "

-스팀잇(steemit) 프로젝트?

“2016년에 나온 소셜네트워크 사이트이구요. 스팀잇에 글을 쓰면 이용자들이 그 글에 대한 보팅(voting, 투표)하고, 그 결과로 토큰을 글쓴이에게 보상으로 주는 구조입니다. 엄청난 인기였고, 수익도 창출했죠.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는 구조죠. 그때, 기자들도, 매체들도 암호화폐를 통해서 수익을 낼 수 있겠다는 발상을 했죠.

다만 스팀잇 모델의 한계도 봤죠. 글의 퀄리티요. 스팀잇은 오픈형 플랫폼입니다. 데스킹을 통한 퀄리티 컨트롤이 되지 않았죠. 게다가 저작권 문제요. 누구나 카피가 가능했죠. 마지막으로 보상 모델의 한계도요. 예를 들어 보팅할때 불공정이 발생해요. 코인 많은 인물이 더강한 보팅이 가능한 구조인데요. 그러다보니 코인 많이 가진 사람들끼리 상대방의 글에 보팅해요. 일종의 카르텔 구조가 형성되면, 아주 이상한 글들이 투표 1위로 올라가 보상받죠. 구조적 한계입니다.

언론사는 스팀잇의 한계를 스스로 제거하는 능력이 있어요. 언론사는 데스킹과 게이트키핑합니다. 퀄리티 컨트롤이 바로 좋은 언론사의 힘이죠. 저작권문제도 언론사들은 스스로 풀죠. 퍼블리시를 창업한건, 세 번째 ‘보상 문제’를 테크놀로지로 풀기 위해서요. 스팀잇의 구조를 고스란히 언론 생태계에 접목 가능하도록, 퍼블리시가 블록체인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특허도 3건 있습니다.

확신도 있습니다. ‘암호화폐를 누구나 사용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라는 확신요. ‘모든 것이 토큰나이즈(토큰화)될 것이다’라는, 저에겐 너무 당연한 명제입니다. 앞으로도 논란은 많겠지만요. 퍼블리시는 텍스트 저널리즘의 토큰화에 세계에서 가장 먼저, 기술적 접근하는 스타트업입니다. 꿈은 ‘가장 먼저 문제를 푼’ 스타트업이 되는 겁니다.”

-모든 것의 토큰화? 안 될 수도 있잖아요? 근거가 있나요?

“‘모든 것이 토큰화 될 것’이라는 명제는 꿈이자 미래입니다. 근거요? 다들 질문하더라구요, ‘모든 분야가 토큰화한다는데 말이 되나. 왜 그런지 설명해달라”고요. 반대로 물어볼께요. 토큰화를 안 할 이유나 근거는 무엇이 있나요? 안할 이유가 없어요. 본래는 암호화폐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현업 입장에선 적절한 토큰을 개발하는 비용이 큰 진입장벽이었죠. 시간이 지나면 진입장벽은 현저하게 낮아집니다.

퍼블리시는 ‘모든 것’ 가운데서도 언론에 집중합니다. 모든 언론사가 궁극적으로 토큰화된다는 가정을 가지고, 퍼블리시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라는 문제를 풉니다. 기술 개발, 인프라 구축이죠. 사실 제일 큰 리스크는 규제였죠. 정부가 불법으로 규정하면 물거품이잖아요. 작년에 특금법(특정금융정보법) 통과했고, 최대 리스크는 사라졌습니다.”

◇뉴스콘텐츠의 토큰화, “하지 않으면 도태”

-언론사는 보수적인 기업입니다. 안 할 이유가 없다고, 무조건 하고보자는 조직이 아니에요.

“그럴까요? 토큰화할 때 드는 비용은 싸지고, 반대로 수익이 들어오는데요? 그것보다 언론사들이 그걸 잘 모른다는 이유로, 주변의 부정적인 시각 탓에 공부도 않고 일단 보류하는게 더 안타깝습니다. 시도하는 비용과, 진입 성공시 기회 수익을 비교해, 후자가 현저하게 크면 당연히 진입하는게 맞는 판단이죠. "

-리스크가 적다는 거죠?

“아니요, 리스크가 없다는거죠. 20여년 전에 홈페이지 처음 등장했을 때, 신문사 일부는, 그거 왜 필요한데? 우린 그거 필요없다! 라고 이야기를 많이 했었죠. 지금은요? 앞으로 토큰화는 모든 곳에서 다 도입하고 가지게 될 거에요. 지금 시점에서 보면 홈페이지를 안 가진 곳은 망할 것이라고 볼 수 있죠.”

-암호화폐를 발행하지 않으면 망한다? 도태될 것이다?

“TV가 나오자, ‘Video Killed The Radio Star’ 같은 노래가 나왔죠. 라디오가 망하진 않고, 그대로 있긴 하잖아요. 그런데 성공을 하려면, 다수에게 인정을 받으려면, 앞으로는 무조건 토큰이 있어야 된다는 입장인거죠. 왜냐하면 독자들이, 소비자들이 원하니까요. 예를 들어 다른 기업들은 다 토큰을 보상으로 지급하는데, 왜 언론은 안주는지 궁금해하겠죠. 아니면 보상을 지급하는 곳으로 이동하겠죠.”

(@권대표와 한국 언론사의 조직에 대해 한참 이야기했다. 그는 20년 넘게 신문사에서 일한 쫌아는기자 1호 못지않게, 언론에 대한 애정을 가졌고, 또 그만큼 많이 깊게 조직의 행태를 이해하고 있었다. 권 대표는 '화폐의 탈 국유화(Denationalization of Money, 1976)'라는 책을 권했다. 오직 지식적인 기반을 신뢰하는 신문사 조직이 암호화폐를 이해하려면, 무엇보다 스스로 이해해야한다고. 이 책은 1974년에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프레드릭 하이에크(Friedrich Hayek)가 쓴 책이다. 권 대표는 "암호화폐가 나오기 전에 출판된 저서로, 읽어보면 암호화폐의 미래에 더 다가설 수 있다"고 말했다.)

◇R2E와 맥락적 광고, 생태계의 재정립 방식은?

-한국 언론사들 가운데 향후 R2E(Read to Earn) 도입, 퍼센트로 보면 어느 정도 예상해요?

100%요. 인프라와 인식의 문제인데 인프라 문제가 해결되면 생각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확산될 꺼예요. 인식의 문제는 조금 더 시간이 걸리겠지만 금방 따라올 겁니다. 불과 몇 년 전에만 하더라도 언론사는 기사를 우리가 썼는데 왜 우리가 기사를 읽는 사람들에게 보상을 줘야 하는지 의문을 가졌죠. 이제 P2E(Play to Earn) 개념이 등장했고 인식의 전환은 급속하게 이루어지고 있죠. 게임회사가 제시한, 게임하면서 돈 벌자 개념은 직관적입니다. 마찬가지입니다. R2E(Read to Earn) 개념도 직관적입니다.

-정리하자면 이런 건가요. R2E를 통해, 독자가 보다 좋은 퀄리티 기사를 더 많이 읽도록 유도한다. 좋은 퀄리티 기사를 읽는 독자들은 만족도가 높다. 독자의 만족도는 곧 온라인 광고 효과로 이어진다. 이런 생태계인가요?

맞아요. 그런데 아시나요? 온라인 광고시 중간에 얼마씩 떼는 에이전시가 너무 많아요. 이래저래 절반쯤 가져갈껄요? 언론사, 광고주, 뉴스이용자, 포털사이트, 광고대행사, 미디어랩 등 복잡한 유통구조를 가지고 있잖아요. 퍼블리시는 이 대목에서 테크놀로지를 접목합니다. 언론사-광고주-뉴스이용자 딱 3명의 플레이어면 충분한 구조를 만듭니다. 하나 더, 맥락적 광고를 가능케 합니다.

인터넷에서 손흥민 기사를 보세요. 광고는 뭐가 뜨나요? 쿠팡? 과자 광고? 맥락적 광고는 손흥민의 기사를 읽는 이용자에겐 손흥민 관련된 광고가 나옵니다. 현재보다 광고의 효율이 최소 20~30% 더 높습니다. 언론사 입장에선 자사 뉴스를 읽는 사람들이 네이버가 아니라, 자사 사이트로 더 많이 들어오겠죠. 보상을 받으려고. 온라인 광고때 수수료가 거의 없어지죠. 게다가 높은 광고 효과를 통해 광고료를 높일 수 있죠.

-맞는 말인데, 그럼 구글이나 네이버도 맥락적 광고라는거 알텐데요? 왜 그들은 못했고 퍼블리시는 가능한가요?

맥락적 광고라는게 현재는 불가능해요. 왜냐면 ‘광고주의 광고 콘텐츠’를 보유한 광고 서버와 실제 기사를 저장하는 언론사 서버가 물리적으로 떨어져있거든요. 맥락적 광고를 하려면, 일단 언론사 서버에서 해당 기사의 내용을 이해해 관련 데이터를 광고 서버로 보내야 하고, 다시 광고서버에선 기사 데이터에 적합한 광고 데이터를 찾아 매칭해야합니다. 그리곤.................[이하 비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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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대학 전공은 수학이죠? 컴퓨터공학이나, 인공지능 개발자는 아니잖아요? 그니까, 암호화폐 전문가는 아니잖아요.

-테크놀로지 스타트업으로서의 퍼블리시를 이야기한다면.

-대중이 오해하면 진실도 거짓으로 판명날 것 같은데요. 집단지성의 역설요.

-수작업인 위키피디아의 한계를 통계수학적 논리를 통해 보완한 기술?

-루나·테라 사태는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의 미래 불안정성을 보여줍니다. 퍼블리시도 암호화폐 ‘뉴스 코인’을 발행하잖아요.

-아는 지인 분이 권 대표를 천재과라고 하더군요. 천재실까요?

-결과로써 과정을 증명한다? 707 특수임무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