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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 된 콘텐츠를 팔아 100년 넘게 이어오는 회사를 다니는 3호 기자 입장에서, 공대 출신의 콘텐츠 유니콘 대표가 그간 해온 고민이 정말 궁금했는데요. 그가 왜 웹툰을 골랐는지, 텍스트 콘텐츠는 이제 정말 흘러간건지 물었습니다.

서울 강남구 리디 사옥에서 만난 배기식 대표는 “넷플릭스식 구독 모델과 자체 확보 콘텐츠를 앞세워 해외 MZ세대 이용자를 공략하겠다”고 말했다. /김연정 객원기자

독자 여러분의 기억에 리디는 어떤 서비스인가요? 리디북스? 전자책 단말기 리디페이퍼? 사실 저희 레터 주 독자층인 M세대에게는 이런 이름이 더 익숙할 지 모르겠습니다만, 최근 Z세대에게 리디 하면 뭘 떠오르냐고 물으면 웹소설, 웹툰이라고 답한다고 합니다. 글로벌에서 최근 웹툰이 뜨니까 금새 피봇한 거 아니냐고요? 그런걸까요. 14년째 콘텐츠와 씨름하고 있는 리디의 배기식(43) 대표를 만나 물어봤습니다. 리디는 지난 2월 싱가포르투자청으로부터 1200억원 투자를 받아 한국 콘텐츠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유니콘이 됐죠. 당시 싱가포르투자청이 투자한 이유도 리디가 보유한 26만개의 웹툰·웹소설 콘텐츠와 글로벌 16국에서 1위인 웹툰앱 만타의 가능성을 크게 봤기 때문이라고 배 대표는 설명했습니다.

◇“해외 나가면 다들 득본다고 하니까 했습니다”

-1200억원을 투자 받았습니다. 해외에서요.

“해외로 도약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저희가 글로벌 사업 한지 1년 좀 넘었네요. 좀 더 멋있게 말해보면, 글로벌 기업사회 구성원이 되어야한다고 생각했어요. 속된 표현으로는 해외 나가면 득본다고 하니까 했고요. 한국에서 우리가 매출이 얼마고, 브랜드가 있고 유니콘이고, 뭐고 이게 글로벌에선 아무도 몰라주는 거잖아요. 글로벌 기업 구성원이 돼야겠다 생각을 했죠. 가장 먼저 해야할게 뭐가 있나 찾아봤어요. 주주 중에 영향력 있는 해외 투자자를 모셔야겠더라고요. 금액이나 조건을 떠나서, 우리가 원한 것이 딱 있어요. 영향력 있고, 규모도 있으면서, 시간을 갖고 오랜시간 검증된 투자자 중에 우리를 이해해 줄 수 있는 장기투자자를 찾았죠. 여러곳을 꽤 많이 만났어요. 그러다가 싱가포르투자청과 만났는데, 이야기 해보면 해볼수록 이쪽 업을 바라보는 시각과 이해도가 높았어요. 같이 하고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처음에 싱가포르투자청에서는 조금만 투자를 하려고 했어요. 그러다가 점점 규모가 커져서 결국 리드 투자자까지 됐습니다. 신기한 것은 싱가포르투자청 포트폴리오를 봐도 콘텐츠 플랫폼이 없더라고요. 저희가 처음이었죠.”

-유니콘입니다.

“투자 받고 나서 잠깐 좋기는 했죠. 투자자들 신뢰를 받으니 힘도 났고요. 그렇지만 금방 이게 정말 진짜구나, 어깨가 무겁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투자자들은 다섯배, 열배 리턴을 바라니까요. 조금더 잘하는 것 보단 확 잘해야 해요. 투자자들이 어떤걸 좋게 봐줬냐면, 리디라는 국내 서비스가 탄탄하게 자리를 잡았고, 여기서 나오는 IP나 좋은 인력·조직·기술이 만타를 통해 전세계를 통해 뻗어나가는걸 느꼈다고 하더라고요. 특히 요새 K콘텐츠 바람이 불잖아요. 글로벌로 한국 영화와 음악이 터졌는데, 이젠 만화라는 다른 콘텐츠가 나가는 거죠. 저는 여기 의미를 하나 더 부여해보고 싶네요.”

-리디가 글로벌에서 성공할까요? 투자자는 그렇게 믿는거죠?

”여태까지 글로벌로 성공한 건 다 ‘한국 콘텐츠’였죠. 콘텐츠 플랫폼이 나가서 잘 된게 거의 없어요. 콘텐츠는 한번 대박나도 속편이 대박날지 보장할 수 없습니다. 반면 콘텐츠 플랫폼은 고객을 모아서 장기적 수익을 낼 수 있었죠. 미국이 이런걸 다 하고 있죠. 오징어게임도 보세요. 미국 넷플릭스가 돈을 더 벌고 있잖아요. 이게 콘텐츠 업계 화두이자 본질입니다. 이런게 잘 되려면 디지털을 잘해야해요. 미국이나 중국 회사가 잘 할 확률이 높은데, K콘텐츠 바람이 불 때 K플랫폼이 나가서 다른나라 만화도 흡수할 수 있는 큰 플랫폼이 한번 돼 보자. 이게 제 생각입니다. 그래서 만타를 시작했고요. 이 포부에 싱가포르 투자청도 크게 공감한거죠. 헤드급 임원을 만나보니 ‘앞으로 콘텐츠가 유망하고 이 분야에서 한국이 잘하는데 플랫폼으로 글로벌 가는게 신기하다’고 하더군요.”

지난해 11월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코믹콘에 참가한 리디의 부스. 리디의 대표 웹소설·웹툰인 ‘상수리나무 아래(Under the Oak Tree)’를 형상화했다. /리디 제공

◇“유니콘 좋긴 한데... 투자자는 다섯배, 열배 리턴을 바라니까요.”

-만타가 2020년 런칭했죠. 현재 어디쯤 와 있나요?

”꾸준히 올라가고 있어요. 꾸준함이 리디 특징이자 장점이죠. 정확하게 카운팅해보지는 않았지만, 500만 다운로드수를 기록했습니다. 유료 전환율이나 리텐션도 잘 나오고요. 이용자 70%는 미국과 캐나다 사람들이고, 동남아·인도 이용자들도 꽤 있습니다. 연령대는 10대 후반에서 30대까지고요. 생각보다 글로벌에서 웹툰은 생소한 장르입니다. 한국에서야 2000만~3000만명이 보지, 글로벌에서는 만화를 디지털로 본다는 개념이 별로 없습니다. 특히 스크롤을 내려서 보는 웹툰은 더 생소하죠. 미국에서 보니 만타로 웹툰을 처음 접한 사람이 많더라고요.”

-웹툰하면 벌써 네이버가 미국에서 7~8년째 하고 있지 않나요?

”콘텐츠 서비스는 TV 채널과 비슷해요. K있다고 S망하는거 아니잖아요. 몇 개 플랫폼이 공존할 수 있죠. 그리고 해외 나가보니 저희나 네이버·카카오나 비슷한 출발선이더라고요. 네이버는 2014년 7월부터 미국에서 웹툰 사업을 했죠. 이후 카카오가 해외투자와 인수를 하면서 따라갔고요. 이걸 네이버 카카오가 과감하게 베팅을 해서 먼저 국내 시장을 키운거죠. 그전에는 애들이나 보는 , 마이너한 문화였는데 이게 산업이 됐잖아요. 이 두 곳과 리디는 사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조금 달라요. 네이버는 작가와 일하고, 카카오는 CP사(콘텐츠 제작사)와 일한다면, 리디는 자체 IP(웹소설)를 우리가 제작하죠. 이 IP를 가지고 독점 서비스를 많이 할 수 있어요. 콘텐츠로 오리지널 라인업을 크게 가져갈 겁니다.”

-만타 결제모델은 네이버, 카카오와는 다른데요?

”네, 넷플릭스처럼 월 구독형입니다. 월 3.99달러면 모든 작품을 다 볼 수 있죠. 물론 한국식 과금 모델인 ‘기다리면 무료’로도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월정액을 할 수 있는건, 판권 문제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리디가 소유하고 있는 오리지널 IP가 많기 때문이죠. 작가들, CP사들과 계약하는 대신에 리디 작가는 리디 직원이거나, 아예 스튜디오화를 해서 스토리, 작화를 회사 안에서 따로따로 만들어 합치는 거죠. 작가 개인기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체계적이고 탄탄한 콘텐츠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또한 미국사람들은 구독에 익숙해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구독이 삶의 일부가 됐습니다. 오히려 하나씩 돈 내면서 보는게 불편하고, 불규칙적으로 지출이 많아지는걸 싫어합니다. 그리고 기존 사업들이 현재 과금방식(건건히 결제하는 방식)을 못 바꿀겁니다. 초창기부터 작가들과, 회사들과 계약하다보니 이게 너무 복잡해져버린거죠. 반면 만타는 한번에 3.99달러면 다 보니까 좋죠. 매주 새 작품도 최소 3개 이상 올라오니까요. 이 추세라면 2~3년 이후에는 수익이 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네이버는 작가와 일하고, 카카오는 CP와 일하지만, 리디는 그냥 우리 IP를 우리가 제작해요”

-리디와 만타, 너무 천천히 가요. 안 달리는 이유는요?

”제일 중요한 것은 재방문, 재구매율입니다. 리텐션이라고 하죠. 회사 안에서 강조하는 가치는 단골고객입니다. 이걸 극대화해야죠. 한마디로 한번 온 고객을 내일도 오게하고, 오랫동안 오도록 해야한다 이겁니다. 플랫폼을 잘 하면 시간이 갈수록 눈덩이처럼 고객이 불어나는, 스노우볼 효과가 있습니다. 이게 정말 중요하죠. 그렇다고 연재수를 억지로 늘리지는 않아요. 고객한테 조금 더 팔려고 억지 무리수를 두지 않는거죠. 독자들은 정말 예민해요. 억지를 부리면 다 아십니다. 그래서 콘텐츠 질로 승부를 보려고 해요. 저희가 전자책 사업도 하잖아요. 이게 다 넓게 보면 책입니다. 책은 콘텐츠 퀄리티가 있어야 하잖아요. 시간과 돈을 쏟을 가치가 있어야 하니까요. 웹툰도 다르지 않습니다. 인터넷과 블로그를 뒤져서 나오는 단순한 자료보다는, 프로페셔널한 콘텐츠가 돼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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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정액 3.99달러, 그 무서운 힘 배경엔 리텐센
◇“이번 투자때 원하는 주주들은 모두 엑싯하도록 도와드렸습니다”
◇“좋은 콘텐츠니까 더 비싼 값에 팔자고 생각하시죠? 소비자도 그렇게 생각할까요?”

-왜 전자책에서 웹툰과 웹소설로 사업의 중심을 바꾸셨나요.

-쫌아는기자들 제작팀장은 40대인데, 리디를 아직도 전자책 회사로 알아요. 이게 한국사회에서 나이들었다는 지표라면서요? 하하.

-배 대표님도 40대시죠? 삼성전자서 사회생활 시작?-삼성을 퇴사하고 창업한 시점이 2008년? 당시 스타트업이란 단어도 없던 시절이죠.

-시작하니 대박났더라는 아니시죠. 실패하셨죠?

-2008년에 웹툰이라, 너무 앞서갔네요.

-IPO는 언제쯤 하나요? 중장기 계획의 공유?

-텍스트 콘텐츠의 유료화, 그니까 텍스트를 돈 받고 파는 비즈니스모델은 미래가 있을까요.

인터뷰 내내 웹툰 이야기를 했지만, 리디는 전자책 단말기 사업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지난 4월 새로 나온 리디페이퍼4. /리디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