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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했다는 말만큼 부담스러운게 없습니다. 스타트업의 성공요? 영업이익요. 3년 연속 영업이익, 그때쯤 얘기할께요.”
최혁재 스푼라디오 창업가에게 “힘들었던 1년을 이야기해달라”고 했더니, “아직입니다”라고 말합니다. 스타트업이 투자 유치에 실패했을 때, 통장 잔고는 몇 달치만 남았을 때, 창업가에게 선택지라는게 있기는 할까요? ‘성공 스토리’만으로, 창업의 길이 설명되지 않는다는걸 우린 잘 압니다. 하지만 최 대표가 6월 27일 올린 페이스북의 글을 읽고는, ‘우리는 여전히 달의 한면만 보고 있었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창업은 화려하지 않다는 명제는 익히 알고 있었으면서도 말입니다.
◇“시리즈D 투자 유치에 실패했습니다. 모든 자금 계획은..”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에 꼭 한번 읽어보셔야할, 스푼라디오 최혁재 대표의 페북 글입니다. “작년초 클럽하우스가 나오면서 오디오 시장이 급변하게 시작했습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국내외에 신규 서비스들이 나오면서 경쟁이 치열해졌고 이로 인하여 고객유치비용은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올라갔습니다. 국내에서는 카카오가 “음”이라는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대대적인 TV광고 캠페인과 함께 오디오 크레에이터 유치 전쟁에 참여했습니다. 스푼 역시 작년말 시장경쟁에서 다시 한번 우위를 점하기 위해 시리즈 D펀딩을 나갔지만 투자유치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회사 자금이 말라가기 시작했고 말로만 하는 위기가 아닌 절박하고 처절한 현실에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회사의 생존을 위해 모든 것을 다시 고민하고 힘든 모든 것들을 실행했습니다. 마케팅 비용을 대폭 삭감하고도 현금 흐름이 부족해 경영진의 연봉 삭감, 주요 임직원들의 연봉을 동결, 그리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떠나보내야하는 가장 고통스러운 결정도 했습니다. 내 손으로 뽑은 사람들을 내가 내보내야 한다는 마음에 개인적으로는 첫번째 서비스 실패보다 더 큰 고통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포기하고 싶은 생각을 수백번도 더 한 것 같습니다.”
“런웨이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연초 신보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긴급한 자금을 수혈 받을 수 있었고, 모든 구성원들과 함께 우리 서비스를 본질적으로 쳐다보며 하나하나씩 개선을 이어 갔습니다. 다른 어떠한 우선순위보다 매출과 수익이라는 가장 본질적은 문제를 푸는 것으로 시작을 했고 수익을 내는 고객, 즉 DJ분들의 수익에 집중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서비스로 수익을 내는 DJ들을 숫자를 늘린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도 수익을 낼 수 있다.’ 이 한가지 목표로 모든 우선순위를 변경했습니다.”
“상반기 치열한 활동으로 인해 고수익을 내는 DJ들이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고, 마케팅 채널들의 문제점 효율을 파악해 비용을 다시 효율적으로 재분배 할 수 있었습니다. 잠깐의 이익은 한두달 갈줄 알았고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냥 그렇게 꾸준히 묵묵히 개선을 이어 갔습니다. 올해 상반기 이런 시간들을 보내고 결산을 해보니 작은 금액이지만 창사 이래 처음으로 6개월 연속 흑자라는 성과를 달성했습니다. 더 냉정하게 숫자들을 보면 흑자가 장기적으로 지속되고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문제들을 풀어야 합니다. 다만 이러한 작은 성과들로 인해 신규투자자들에게 끌려다니며 펀딩을 하지 않고도 우리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는 점은 회사의 모든 의사결정에 올바른 변수로 적용되기 시작했습니다.”
◇런웨이, 스타트업이 생존할 수 있는 시간. 기업 잔고가 0원이 될 때까지의 시간
-스푼라디오가 왜 작년에 갑자기?
”작년에 펀딩이 안 되면서 급격히 안 좋아졌고요. 본래는 자금이 들어온다는 전제 하에 작년 하반기의 모든 시뮬레이션과 경영 계획을 세웠습니다. 시리즈D가 실패했습니다. 얼마나 힘드냐구요? 스타트업에겐 런웨이라는, 그러니까 투자 자금으로 버틸 수 있는 기간이 정해져 있잖아요. 스타트업들은 적자다 보니까. 스푼라디오도 자금이 몇 달 버틸 돈밖에 없었어요.
-엄청 잘 나가던 스푼라디오가 펀딩 무산 한번으로?
”모든 스타트업이 다 그래요. 보통 투자를 A, B, C 이렇게 받잖아요. 단계별로요. 그 자금으로 짧게는 12개월 길게는 24개월 동안 공격적으로 엄청 투자해요. 사람 채용이라든가 마케팅 비용이라든가, 그럼 이제 성과가 나올 거잖아요. 성과를 바탕으로 다음 펀딩을 또 받아서 다시 공격적으로 나가거든요. 예컨대 성과가 시장이 원하는 것만큼 안 나오거나, 성과가 부족하거나 이러면 다음 펀딩이 안 되잖아요. 그럼 타격받죠. 실제로 지금, 그렇게 안 좋아진 스타트업 엄청 많아지고 있죠. 해외 뿐만 아니라 한국도 그렇고요. 서울에서 부산까지 200km를 밟으면서 계속 달려가는데 갑자기 가솔린 공급이 끊기는거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시리즈D라는 가솔린을 받아야할 타이밍에 시리즈D가 무산된 이유는요?
”외부 경쟁 상황이 엄청 치열해졌고요. 클럽하우스 나오고 그 다음에 카카오 ‘음’ 나오고, 해외에는 유사서비스들이 더 많았어요. 투자자 입장에서는 ‘그럼 누가 하나 남나’ 좀 기다려보자란 입장인거죠. 아무래도 새로 시작한 회사들은 기업가치가 싸니까요. 투자자 입장에선 가격 메리트가 있잖아요. 여러가지 문제들인데, 하지만 가장 본질적인 대목은 저희가 시장에서 만족할 만큼 성과를 못 낸거죠.”
-창업가로서, 대표로서, 그때 무슨 생각이 먼저 나요? 아니, 어떻게 뭘 해야하나요?
”생존이요. 어떻게 하면 회사를 계속 영위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 경영진 연봉 삭감하고, 임직원들 연봉 동결하고 마케팅 비용 줄이고, 먼저 할 수 있는 건 했거든요. 그런데도 현금 흐름이 예상만큼 안 좋아졌어요. 결국 구조조정. 제일 힘들었죠. 절반 가까이. 제가 직접요. 힘들어요. 정신과 상담받고 그랬어요. 너무 힘들어서. 예를 들어, 제가 구조조정을 하러 어느 회사에 딱 들어가는게 아니잖아요. 제가 합류해달라고 삼고초려하신 분들인데… (구조조정 대상에는)거의 10년 가까이 일했던 초기 멤버들도 있었거든요. 생존이죠, 생존. (회사에 남을) 대상자는 다시 회사가 턴어라운드하는데 필요한 분들 순으로 놔뒀거든요. 임원들이...”(최 대표는 잠깐 말을 하지 않았다)
“회사를 위해서 필요하다면 나가겠다. 대표님이 결정을 해달라 이야기를 해줬어요. 너무 힘들지만 그 의견을 받아 들였어요”
-스타트업 구조조정할 때는 보통 임원보다는, 신참이라든가, 그런 순서 아닌가요?
”경영진들도 책임이 어느 정도 있고요. 이런 얘기들을 (다른 경영진들과) 힘들게 논의하면서요. 제일 힘들었어요. (나가는 분 중에는) 부대표랑, 창업멤버 중에 마케팅 이사님도 계셨고요. 그분들도 나가셨어요. 그분들도 나와서 지금은 마음 추스리고 다시 창업해 잘 하고 있기는 한데, 그때 당시에는 너무 힘들었죠. 이게 사람 할 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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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의 구조조정 “삼고초려해서 제가 모셔온 분....”
-그래도 턴어라운드 했잖아요. 바닥도 쳤고요.
-월 기준으로 흑자 전환했잖아요?
-스타트업에게 6개월 연속 흑자라는건, 의미있습니다.
-스푼라디오 훌륭하잖아요?
-역시 다시 펀딩에 도전하나요?
-창업가로서, 아니 개인으로서, 바로 오늘, 지금, 가장 마음에 두는 건?
-성공한 창업가치곤, 너무?
◇“힙하다 모두 죽는다고요. 스타트업 어깨 뽕 빼자고요”
-이제 스푼라디오는 3년 영업이익할 수 있는 조직인가요?
-하나만 예로 든다면.
-회사 바꾸자고 하면서, 결국 창업자가 바뀐거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