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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독일 BMW의 최대 공장, 딩골핑 공장에서 찍은 영상입니다. BMW 7시리즈가 라인에서 조립을 마친 후 공장 내에서 운전자 없이 자율주행을 합니다. 자율주행 스타트업 서울로보틱스의 기술이 도입된 결과물입니다. 현재는 시범 운용 단계입니다. BMW는 적용 범위를 점차 늘려 딩골핑에서 생산되는 매일 1000대 가량 차량을 공장 내 자율주행 기술을 통해 운반할 계획입니다.
“공장 내 곳곳에 150대의 라이다(LiDAR·레이저로 사물의 위치를 가늠하는 장치)가 설치돼있고, 서울로보틱스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기술을 기반으로 차량을 원격 운행합니다. 공장에서 생산을 마치고 반출되기 직전까지 차를 옮겨야해요. 이 작업을 모두 사람이 운전했지만,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차량이 알아서 움직이게 되는 것이죠. 4000곳에 달하는 공장·항만·물류센터 등 인프라 시설에서 차량 운반을 위해 평균 300명을 고용하고, 공장 같은 경우 연평균 200억원을 써요. 시장 규모만 27조원에 달하는 시장이죠. 장기적으로는 공장뿐 아니라 수출을 위해 차를 실어나르는 항만이나 물류센터 등으로도 확대할 수 있습니다.”
이한빈 서울로보틱스 대표의 말입니다. 서울로보틱스는 사실 작은 피벗을 했습니다. 서울로보틱스는 차량에 탑재된 라이다를 통해 들어오는 영상을 분석하는 기술을 개발합니다. 흔히 반자율주행, 오토파일럿, ADAS라 불리는 자율주행 기술(중 라이다 영역)을 개발했고, 그 기술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벤츠, 볼보 등과의 협업 사실은 이미 스타트업계에 널리 알려졌고요. 하지만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나도 자율주행차 시장은 쉽게 열리지 않았고, 당장 매출이 나올 수 없었습니다. 시간과 싸움을 벌어야하는 스타트업에게 무한정 자율주행 시대를 기다릴 수는 없던 일. 이한빈 대표와 서울로보틱스는 새로운 시장을 찾아 나섰습니다. 그 결과물이 인프라 기반 자율주행입니다.
“BMW 공장만 이렇게 반복적인 차량 운반에 비용을 쓰는 것이 아닙니다. 테슬라 차량이 인도되기 직전, 항만에서도 무수히 많은 차량이 배와 야적장을 오가야 해요. 전세계적으로 차량 운반이 필요한 공장이 400군데, 항만과 물류센터가 4000곳 정도 있습니다. 당장 이 시장에 들어가는 인건비만 하더라도 27조원이죠. 원래 연구했던 차량용 자율주행 기술 시장이 현재 1조원이고, 이 시장이 2025년 5조원쯤 될 것으로 예측합니다. 훨씬 큰 시장이죠. 라이다가 아닌 방식으로 인프라 자율주행을 하려는 다른 기업도 있어요. 대표적으로 아마존이죠. 아마존 물류센터를 자율주행으로 오가는 카트들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방식은 바닥에 RFID 태그를 까는 방식입니다. 태그가 어긋나거나 눈, 비가 내리는 야외에 RFID를 깔 수 없죠. 라이다는 눈과 비등 악천후에서도 물체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라디아를 이용한 인프라 자율주행이 훨씬 유리합니다.”
“벤츠, 볼보 같은 회사들과 자율주행 기술을 연구하면서 주목받기도 했었죠. 문제는 매출이 안 나온다는 것이었습니다. 서울로보틱스 기술은 자율주행 3단계, 4단계 시대에 최적화된 기술입니다. 지금 상용화 기술은 2단계 수준인데 말이죠. 기술을 처음 만들고 협업했을 때, 대부분 자동차회사들은 2021~2022년 쯤이면 자율주행 3~4단계 차량 출시가 목표였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못했죠. 규제 문제도 있고, 라이다나 카메라 등 하드웨어들이 달리는 차량에서 내구성이나 성능이 충분히 증명되지 못한 탓도 있었습니다. 예컨대 차량 내부의 계속되는 진동 때문에 라이다는 고장이 잦을 수도 있어요. 결국 자율주행 3단계 이상 기술들의 상용화 시점이 2025~2026년으로 밀렸고 현재 개발한 기술로 할 수 있는 다른 시장을 빠르게 발굴해내야 했습니다.”
“인프라 기반 자율주행은 차량용 자율주행보다 비용도 훨씬 적게 듭니다. 모든 차에 반드시 라이다 1대가 들어가야 하지만, 공장에 150대의 라이다를 설치하면 그 공장에서 수천대, 수만대, 수십만대를 만든다 하더라도 라이다 수를 늘일 필요가 없잖아요? 고정비로서 굉장히 효율적인 것이죠. 라이다 비용도 2017년 쯤엔 대당 1억도 했어요. 지금은 250만원 수준까지 떨어졌습니다.”
“BMW와 2019년부터 인프라기반 자율주행 공동 연구를 해왔어요. 다른 회사와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라이다 소프트웨어의 오차 범위가 4㎝ 내외라는 점. 100대가 넘는 라이다가 보내주는 정보를 동시 분석가능하고, 시중의 70여 종 라이다 제품과 호환된다는 점 등이죠. 경쟁 업체의 경우 동시 분석은 10대, 호환 제품도 1~2종 수준에 그칩니다.”
“다들 자율주행을 아주 거창한 기술로 생각하지만, 자율주행은 이미 1980년대부터 서서히 도입되고 있었어요. 공장에서 돌아다니는 로봇들. 그것들도 자율주행 기술입니다. 3D 비전 기반의 자율주행 기술이 최근에 많이 연구되고 사용화되고 있는 것 뿐이죠. 모든 차량이 사람 없이 자율로 가는 자율주행 기술은 어쩌면 시간이 더 걸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자율주행 기술은 꼭 차에만 쓰이는 것은 아니죠. 물류센터의 로봇, 농기구나 트랙터에도 얼마든지 자율주행 기술이 쓰일 수 있습니다. 다른 산업의 필요에 의해 자율주행의 쓰임새가 더 넓어질 것이고, 기술로 다른 시장부터 태핑하는 것이 맞는 방향일 수도 있죠.”
“미 펜실베이니아주립대 기계공학과 졸업했고요, 군대 다녀와서 실리콘밸리에서 열렸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대회에 참가했어요. 팀을 꾸려 나갔는데 라이다 부문 1위·전체 10위를 했죠. 그때만 하더라도 라이다를 연구하는 스타트업이나 팀이 많지 않았어요. 몇몇 글로벌 기업에서 연봉 6억원에 오라고 하더군요. 창업하겠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미국에서 하래요. 하지만 한국에서 꼭 창업하고 싶었죠. 한국에서 창업하면 투자 받는 사이즈가 달라진다, 투자하지 않겠다고 하는 투자자들도 있었어요. 더욱 오기가 생겼죠. 그래서 한국에 왔어요.”
“보스턴에서 중·고등학교를 나왔고, 사실 미국에서 보낸 시간이 더 많습니다. 왜 꼭 한국이냐…일단 제 이름의 뜻이 ‘한국을 빛낸다’는 뜻이고요. 하하. 포장하면 그렇고요. 뭐랄까. 퍼스트 무버가 되고 싶었어요. 아직 한국 기술기업 중에 나스닥에 상장한 기업이 없거든요. 한국계 미국인이 미국에 세운 회사가 미 증시에 상장한 것 말고요. 한국인이 회사를 한국에 세워서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기술회사. 그 기록을 남기고 싶어요. 그래서 회사 이름에 ‘서울’을 넣었죠. 그래도 사명은 서울이지만 절대 포기 못하는 것 하나가 있네요. 보스턴 레드삭스. 항상 레드삭스 모자를 쓰고 다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