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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스타트업 대표와 장시간 통화를 했습니다. 황당한 규제 탓에 옴쭉달싹 못하고 있더군요. 정부 입장에선 사소한 규제 2개가 나름의 이유로 생겼는데, 이 2개가 겹치는 곳에 이 스타트업이 있었습니다. 물론 2개의 규제는 이 스타트업의 비즈니스모델을 막고자한게 아닙니다. 하지만 정부에 물어봤더니, “엄밀하게는 그 BM은 하면 안되죠”라는 겁니다. 창업한지 벌써 몇 년이 지났는데 난감한 상황입니다. 생존에 내몰렸습니다.
“말도 안된다”며 비판 기사를 쓰겠다니, ‘잠시만요’ 그럽니다. 정부 부처에 사정하고 있고, 정부도 이게 황당하다는걸 알고 고쳐야한다는데 공감한답니다. 괜히 비판 기사 나가면 밉보인다고요. 하지만 정부 부처의 담당과장과 스타트업 대표의 시간은 다릅니다. 담당과장이야, 꼼꼼하고 문제없이 언젠가는 규제를 고칠지도 모르지만, 스타트업의 창업가는 이미 런웨이(법인 통장의 잔고가 0원이 될때까지 남은 시간. 스타트업이 생존할 수 있는 기간)의 힘듦에 숨이 막힙니다.
다자요도 생각났고, 타다도 생각났습니다. 원격의료의 문제도요. 실리콘밸리는 우버나 에어비앤비와 같이 ‘그레이존’(규제의 회색지대, 뒤에 언급하겠지만 구태언 변호사는 언론이 그레이존이란 단어를 쓰지 말아야한다고 주장했고 일견 타당했다)에서도 창업기업이 탄생하고 수십조~수백조원짜리 기업으로 성장하는데 말이죠.
구태언 변호사를 인터뷰한 이유입니다. 구 변호사는 법무법인 린의 테크앤로부문장입니다. 고대 법학과 87학번인 구 변호사는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컴퓨터수사부 검사, 첨단범죄수사부 검사,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 등을 거쳤습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운영위원도 했고요. 테크놀로지 분야를 줄곧 다룬 변호사입니다. 스타트업의 벽인 규제를 가장 오랫동안, 그리고 언제나 스타트업의 입장에서 고민한 변호사입니다.
◇“의료법 17조를 봅시다. 이 조항이 원격 진료를 금지하고 있나요?”
-누가봐도 말이 안되는 규제는 왜, 어떻게 탄생할까요.
”행정부가 법률을 해석으로 확장하는 거예요. 해석으로. 부지기수예요. 법률은 제정 취지라는게 있고, 그 문구를 만들어요. 그런데 행정부가 문구를 확대 해석하는거예요. 아무 것도 안했는데 규제가 생기는거죠”
-예를 들어?
“우리는 의료법에 ‘원격 진료 금지’라고 명기됐다고 생각하시죠?”
-당연하죠. 사회적 문제였고요. 일본보다도 뒤쳐진 규제라고요.
“아니에요. 원래는 진단서의 직접 진찰 원칙이요. 진단서를 발행할 때 의사가 직접 하라는거죠. 진단서 발행 등이라는 조문에 17조인가 그래요, 무조건 진단서를 발행하려면 의사가 직접 진찰해야 된다라는 조문이 있어요. 그게 원격 진료 금지로 해석된거예요. 지금도 원격 진료를 금지하는 규정은 없어요.””당연히 의사가 아닌 사람이 진단서를 발행하면 무면허 발행이잖아요. 근데 과거에 많았어요. 옛날에 의사가 다른 곳에 출장갔을때나, 예컨대 의사가 수술 중인데 환자가 오면 그냥 얘기 듣고서 (간호사 등이) 진단서를 발행해버리는 사례죠. 50~70년대에 많았거든요.
-기억나요. 어렸을 때 동네의원가면, 어머님이 “지난번 감기약 주세요”하면, 바쁠땐 그냥 줬죠.
“옛날에는 그냥 약 줬잖아요. 의약 분업 전에는 약국에서도 약 줬죠. 그래서 여기서 ‘직접’이라는 문구가 나와요. 당시 규제의 방향이 뭐였냐면 ‘바이(by) 닥터’(의사에 의한)입니다. 60년대 원격이란게 없었죠. 전화가 80년대에 보급됐죠. 이 법은 그것보다도 전이예요. 그러니까 바이 닥터를 ‘페이스 투 페이스’(대면)로 해석해, 규제를 확장한 대표적인 케이스예요.”
-황당한데요. 저도 원격진료 막는 규제 철폐하자고, 법률 고치자고 비판 기사까지 썼는데요. 사실은 법은 원격진료를 안 막고 있다? 그냥 정부의 법 조문 해석 탓이다?
”정부는 새로운 현상이 나타나면, 기존의 조문을 슬쩍 갖다붙이고, ‘이것도 금지야’라고 하는 경향이 있다는거죠. 의료법에 소위 ‘원격 금지’의 근거라는 이 조문은 원래 대면 의사에 의한 진단서 발행 규제였는데, 80년대 전화기가 생기니까, 규제가 확대됐죠. 이런식이죠. 환자가 전화 걸어서, “선생님 저 진단서 좀 하나 보내줘요”하면, 진단서를 끊어주는 행위가 가능해진거죠. 환자가 병원에 오지않고요. 규제 당국이 그때 “이건 너무한다. 의사를 직접 봐야한다.”고 생각했죠. 보건복지부가 보니까, 이 조문을 봤겠죠. ‘의사가 직접 하게 돼 있잖아’, ‘직접이라고 써있는데. 이건 ‘직접’한 게 아니다’라고 유추해석을 한거죠. 나중에 또 설명하겠지만, 형사 처벌이 붙어 있으면 유추 해석이란걸 하면 안 되거든요. 근데 했죠.”
“규제하려면, 새 규정을 만드는게 정공법이죠. 규제할지 말지를 고민하고. 옛날에는 안 그랬어요. 그냥 행정부가 ‘직접 얼굴 보지 않았다’는 해석으로 전화로 진료보는걸 막은 거예요. 그때까진 그랬죠. 그런데 인터넷이 되니, 화상까지 가능합니다. 예전에 전화로 하는, 통신을 이용한 원격 진료를 금지하는 해석 입장을 취하니까, 지금까지 법도 개정 안 하고 있는 거죠. 결국 60년대 규정으로 지금 2022년 현실을 규정하니, 과도하게 해석하고, 모든 걸 못하게 막아버리는 분위기가 된거죠.”
◇신기술을 과거의 법률에 담으려고 하다보니... “보건복지부가 마음대로 확대 해석했다”
-못 믿겠는데요. 조문을 한번 보여줘요. ‘직접’ 봐야겠네요.
”조문을 한번 같이 읽어보시자고요. 하나라도 제대로 파야죠.”
제17조(진단서 등) ① 의료업에 종사하고 직접 진찰하거나 검안(檢案)한 의사[이하 이 항에서는 검안서에 한하여 검시(檢屍)업무를 담당하는 국가기관에 종사하는 의사를 포함한다], 치과의사, 한의사가 아니면 진단서ㆍ검안서ㆍ증명서를 작성하여 환자(환자가 사망하거나 의식이 없는 경우에는 직계존속ㆍ비속, 배우자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말하며, 환자가 사망하거나 의식이 없는 경우로서 환자의 직계존속ㆍ비속, 배우자 및 배우자의 직계존속이 모두 없는 경우에는 형제자매를 말한다) 또는 「형사소송법」 제222조제1항에 따라 검시(檢屍)를 하는 지방검찰청검사(검안서에 한한다)에게 교부하지 못한다. 다만, 진료 중이던 환자가 최종 진료 시부터 48시간 이내에 사망한 경우에는 다시 진료하지 아니하더라도 진단서나 증명서를 내줄 수 있으며, 환자 또는 사망자를 직접 진찰하거나 검안한 의사ㆍ치과의사 또는 한의사가 부득이한 사유로 진단서ㆍ검안서 또는 증명서를 내줄 수 없으면 같은 의료기관에 종사하는 다른 의사ㆍ치과의사 또는 한의사가 환자의 진료기록부 등에 따라 내줄 수 있다. <개정 2009. 1. 30., 2016. 5. 29., 2019. 8. 27.>
“의료법 제17조에 1항 보시면 되요. 이른바 ‘원격 의료를 금지한다’는 조항입니다. 잘 보세요. 제목도 이상하게 원격 의료 금지가 아니죠. ‘의료법에 종사하고 직접 진찰하거나 검안한 의사 치과의사 등이 아니면 진단서를 교부하지 못한다’는 거죠. 60년 대 입장에선 당연히 이해되는 조문입니다. 바이 닥터 조문요. 의사에 의해서만 진찰하고 진단서가 나와야 된다. 심지어 대법원 판례가 있어요. 이 조문을 가지고, 전화 진료를 금지한게 아니다라고 해석한거죠. 그런데 보건복지부가 이 조문을 가지고, 끝까지 ‘아니다’라고 하니까. 결국 그 행정해석이 이겼고, 그 다음부터는 국회에서 원격 의료에 대한 다른 조문을 의료법에 넣기 시작했어요. 행정부의 고집이 사법 해석을 이긴 케이스입니다. 너무 답답해서 칼럼까지 쓴게 있어요. [솔선守法]대법 ‘원격진료’ 위법 판결 숨은 의미라고 검색하면 나옵니다.”
-그러니까, 60년대 법 취지는, 의료행위는 의사에 의해서만(바이 닥터) 해야한다는 거였다. 의사만 진단서를 ‘직접’ 떼어줘라. 그런데 ‘직접’라는 문구를 행정부가 보고, 80년대 전화기가 보급되니, 환자와 의사가 전화로 의료 행위하는게 발생하자, ‘이건 직접이 아니니까, 불법이야’라고 해석했다. 2000년, 2010년 화상 기술까지 들어오니, 화상으로 얼굴보고 이야기해도 이것도 직접이 아니니 불법이라고 했다는 이야기네요.
”결론은 이런 짓을 해놓은 것만 찾아서, 행정부가 해석을 바꿔주기만 해도 돈 안 들이고 규제 혁신을 이룰 수가 있어요. 여소야대니까 국회 통과 못하니까 규제 혁신 못한다 그럴게 아니라요. 범 행정부적으로요. 한방에요.”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자’라고 한 게 이해됩니다. 신기술이 나오면 그걸 고민한 법과 고민으로 시대에 맞게 규제하자는 의미가 되네요. 몇십년 전에 다른 취지의 법률을 무리하게 확대해석하지 말고요.
“오늘은 두 가지만 때릴게요. 그다음에 약사법요. 법에 약은 배달 금지라고 명기돼 있을까요”
-설마 ‘약 배달 금지’도 조항이 없나요? 코로나 팬데믹니까, 예외적으로 약을 배달해준다라고 알고 있었는데요?
”실상은 원래 조문은 약사는 약국 안에서만 약을 팔 수 있다는 거예요. 57년인가 도입됐는데요. 장돌뱅이 약사를 막기 위한 조문이예요. 옛날에 약사와 의사가 부족했을 시절에 장터에 가보면 약사인 척하면서 가짜 약을 팔았어요. 그 약 먹고 죽는 사고도 나왔고요. 해방 이후에 돌팔이 의사가 많았죠. 이건 다른 얘긴데요. 의료법에는 이런 규정도 있어요. ‘의사는 병원 안에서만 진료해야 된다’는 조항이 있어요. 장터를 돌아가니는 가짜 의사를 막겠다는 취지였죠. 의사가 병원 밖을 돌아다니면서 환자를 만나면서 진료 못해요. 지금도 못 돌아다녀요. 해방 이후의 상황을 규정한 법률이 지금 이 세상에서도 전혀 다르게 살아있죠. 요즘은 장터 자체가 잘 없는데. 옛날에는 장터에 가야 사람들이 모였으니까.”
◇“약사법 50조 봅시다. 이 조항이 약 배달 금지라는 뜻이 맞나요?”
-말그대로, ‘약판다’ 그럴 때, 그 ‘약파는’ 장돌뱅기 가짜 약사들 이야기로 돌아가죠. 옛날 드라마에나 등장하는 일인데.
”장돌뱅이 약사를 막는 조항이 약사법에 있고요. 문제는 이 조문이 배달 금지로 둔갑합니다. 조항을 같이 보죠.”제50조(의약품 판매) ① 약국개설자 및 의약품판매업자는 그 약국 또는 점포 이외의 장소에서 의약품을 판매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시장ㆍ군수ㆍ구청장의 승인을 받은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
-약사는 약국에서만 약을 판매해야한다는거네요. 배달 얘기는 없네요. 판매만 약국에서하고, 배달은 택배가 해주면, ‘약 배달 가능하다’라는 의미 아닌가요?
”행정부가 확대 해석하는게 문제라고 했잖아요. 행정부는 판매라는 문구에 ‘배달도 포함된다’고 해석한 겁니다. 그 당시엔 자장면 시키면 공짜로 배달왔죠. 옛날 공무원들로선 ‘판매와 배달은 같은 것’이란 그릇된 생각을 한거죠. 실제로 그런가요? 배달의 민족에서 음식 주문하는 게요? 온라인으로 배달료 따로 받기도 하고요. 명확히 판매와 배달은 별도 행위인 거죠. 쿠팡이나 옥션에서 물건 판다면, 배달료 따로 계산하죠. 판매 계약과 배달 계약은 다르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동네 수퍼마켓에서 물건을 사요. 돈을 지불해요. 판매는 끝났죠. 돈 지불하면 그거 내 거잖아요. 약국도 마찬가지요. 약도 돈 지불하면 내 약이에요. 식당이나 슈퍼마켓은 그 다음에 물건을 배달 업체한테 별도로 위탁하잖아요. 배달의 민족은 스스로 라이더를 운영하지만, 그게 아니면 택배업체든, 배달전문업체든 맡기잖아요. 배달 계약이 체결되고 배달 중개 계약이 체결된다고 봐야죠.”
-약은 배달하면 안된다는 금지는 근거가 모호하다?
”그쵸. 원격으로 약을 주문하면 판매라고 본 거죠. 전화로 하든, 온라인으로 하든, 조문대로 하자면, 약사가 약국 안에 있으면 돼요. 그 약국 내에서 파는 거니까. 판매는 문제 없습니다. 그다음에 환자가 직접 가져가든, 다른 배달 계약이 있든, 그건 이 조항과 무관합니다. 그런데 보건복지부가 슬쩍 배달 금지라는 해석을 예전부터 해온겁니다. 80년대 얘기입니다. 전화라는게 보급됐죠. 그때는 의약분업도 하기 전입니다. 환자가 전화걸어서, “약사 선생님, 판피린에프 두 병만 배달해 주세요”하는 행위가 이 조항으론 금지가 되지 않죠. 막으려면 국회 논의하고 법을 고쳐야했는데. 보건복지부가 이 조항을 들어 안 된다고 한거예요. 약국 배달도 판매다. 왜냐, 그때는 배달료를 안 받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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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른 보건복지부와 법제정 태만한 국회가 문제의 근본일 수도 있네요.
-약 배달 금지는 없었다?
◇게으른 행정부과 태만한 국회가 합작한, 규제에 죽는 스타트업
-잠깐, 의사법, 약사법은 형사처벌 아닌가요? 행정부가 형사처벌 조항을 마음대로 해석해도 되는건가요?
-규제 원칙에 네거티브로 가자, 왜 자꾸 포지티브로 하냐고 하는데, 같은 맥락같네요. (@네거티브 규
-스타트업의 고민은 그레이존(규제의 회색지대)입니다.
-저도 기사에 엄청 많이 썼는데요?
-인허가 규제의 철학은 국가가 하기 어려운 투자를 민간이 하도록 돕는거였죠. 여기에 적절한 서비스 수준을 지키게 하고요. 댓가로 이만큼 돈 쓰고 들어왔으니, 적절한 서비스 수준을 지키면 너희들만 돈 벌게 해줄께라는 유인이죠. 결국 원점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은 ‘소비자들을 위해 국가가 민간의 공급을 어떻게 조절하느냐’에 대한 거죠.
-명확한 인허가 규정은 법을 바꿔야만 규제가 완화되는거죠?
-스타트업 창업가들이 규제 걱정 많이 해요. 내 사업이 규제 걸릴까, 안 걸릴까. 사업 시작 전에 부처 가서 물어볼까? 근데 누구한테 물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