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2일 서울 송파구 본사에서 만난 제이에스티나 김유미(42) 대표는 1층 쇼룸에 진열된 핸드백, 주얼리 신상 라인을 줄줄이 읊었다. 자신이 직접 전국 매장을 돌며 관리했던 핸드백 라인에 특히 더 자신 있다고 했다. 김 대표는 코로나로 회사가 어려웠던 2020년 대표에 취임했는데 그해 134억원이던 영업손실을 1년 만에 흑자로 돌려세웠다. 그는 “‘흑자 냈다’고 자랑할 건 아니다”라면서도 “최악이었던 코로나 상황을 버티고 내실을 다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덜어내기’ 전략으로 승부”
피아노를 전공했던 김 대표는 2013년 제이에스티나 핸드백 부문 영업MD로 처음 회사에 발을 들였다. 책상머리가 싫어 일을 가르쳐주는 선임에게 무조건 “현장에 좀 데려가 달라”고 했다. “평생 음악만 한 탓인지, PC 작업 하나 제대로 못 하던 때에요. 차라리 ‘몸으로 때우는 게 쉽겠다’고 생각했던 거죠.” 그렇게 2년여간 전국 백화점 매장과 직영점을 돌아다닌 이후 상품기획 부문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영업MD는 어제 만든 물건을 오늘 팔기 때문에 과거와 현재를 산다면, 기획MD는 내일 만들 물건을 결정해 미래를 사는 것”이라고 했다. “(기획MD 일이) 너무 흥미진진했다”는 김 대표는 그 길로 음악과 완전히 인연을 끊고 회사 생활에 몰두하게 됐다고 한다.
김 대표는 중소기업중앙회장을 맡은 김기문 회장의 장녀다. ‘2세 경영에 대한 부담감이 크지 않으냐’고 묻자 김 대표는 “입장 바꿔 생각해보면 직원들은 당연히 싫고 불편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회사는 오직 성과로 말하는 곳이기 때문에 회장 딸이 아니라 회장 아버지가 와도 성과가 없으면 기다려주지 않는다”며 “능력으로 평가받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회사 매출이 줄고, 코로나까지 덮친 2020년 대표에 취임하자 주변에선 “하필 이럴 때 맡았느냐”고 걱정했다. 그는 과감한 ‘덜어내기’ 전략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고정비용이 큰 전국 35개 백화점 핸드백 매장을 철수했다. 해외 관광이 꽉 막혔던 작년 여름엔 29개 면세 매장도 과감히 뺐다. 영업 부문에선 ‘절대 안 된다’며 반발했지만 ‘나도 현장에서 뛰었다. 믿어달라’고 밀어붙였다. 대신 2030 고객을 겨냥해 고가의 주얼리 제품을 잇따라 내놨고, 공식 몰과 유명 쇼핑몰을 활용한 온라인 판매에 집중했다. 작년 매출은 13% 늘어난 672억원, 영업이익은 17억원 흑자전환했다. 김 대표는 “결국 비용 감소와 기업 구조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10년 뒤 K주얼리 대표 주자로 자리 잡을 것”
김 대표가 회사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 소통이다. 매주 몇 시간씩 이어지던 회의를 한 달에 한 번으로 줄였다. 대신 고객 만족(CS)과 고객 관계 관리(CRM) 회의를 신설해 임직원이 고객의 목소리를 자유롭게 회사에 전하도록 했다. 그는 “제아무리 예쁜 물건을 그럴싸하게 만들고 팔아도 마지막 고객의 목소리를 외면하면 성공할 수 없다”고 했다. 김 대표는 MD 시절 전국 매장을 돌았던 것처럼 지금도 시간이 날 때마다 매장과 물류센터를 돌며 현장 상황을 듣는다고 했다.
그는 10년 뒤 제이에스티나를 ‘K주얼리’ ‘K핸드백’의 대표 주자로 키우는 게 목표다. 그는 “한국 하면 떠오르는 주얼리, 가방 브랜드가 없다”며 “제이에스티나가 그 자리에 있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여러 회사가 선의의 경쟁을 펼치면서 함께 성장하면 K주얼리, K핸드백이라는 트렌드가 생기고, 그 가운데 대표 브랜드와 스테디셀러가 생긴다는 게 그의 철학이다. 그는 “10년 뒤 이 약속을 지켰는지 확인받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