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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몽이 제가 했던 사업 아이템 중에 제일 별로라는 말을 자주 했어요. 크몽을 하면서도 수없이 ‘씁, 아이템 잘못 잡았나’라는 말을 자주 했고요.”

스타트업의 사업 아이템은 어디서 시작될까요. 정말 큰 시장을 노린, 명확한 페인포인트를 찾아서, 정말 그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서비스를 만들어서일까요. 토스의 시작은 앱도, 서비스 이름 조차 없던 시절 이승건 대표가 혼자 페이스북에 올린 만원짜리 광고를 본 6000명에서 시작됐습니다. 그전까지 초기 토스팀은 100개가 넘는 아이템을 보드에 적고, 일부는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폐기까지 했다고요. 당시를 기억하는 이 대표는 “어느 정도 변변찮지만 괜찮은 광고 결과가 나와서 클릭률도 좋고 하니까 한번 해보자”에서 토스가 시작됐답니다. 어떤 창업자는 미래와 기술의 발전을 예측하고, 성공에 대한 확고한 믿음으로 창업에 뛰어들지만, 어떤 창업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끊임없이 ‘이게 될까’라는 불안, ‘망하면 어쩔 수 없지’라는 마음으로 시작했던 일이 밀물에 떠오르듯 부상하기도 하죠.

프리랜서 마켓 플랫폼 ‘크몽’은 경남 산청 지리산 자락의 전원주택에서 시작됐습니다. 97학번(단국대 컴퓨터공학과)으로 대학교 1학년 때 첫 창업을 했던 박현호 대표가 크몽을 만들기 전 창업했던 아이템은 게임 패키지 쇼핑몰, PC 방 관리 프로그램, 전자기기 쇼핑몰, 이종 격투기 구독 스트리밍 사이트, 온라인 아이템 거래 사이트 등 입니다. 마지막 아이템 거래 사이트를 창업하고 나서 그에게 남은 것은 빚뿐이었고, 경남 진주시가 고향인 그는 부모님이 은퇴 후 살던 지리산 전원주택으로 돌아왔습니다. 맛집 정보 커뮤니티 사이트를 운영하던 그는 5000원에 재능을 사고 파는 이스라엘의 파이버(Fiverr·현재는 상장사)의 아이템을 보고 “재밌겠는데?”라며 개발자의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뚝딱 웹사이트를 만들어 런칭했습니다.

박 대표는 크몽에 “제가 크몽을 끌고 왔다기보다, 크몽에 제가 끌려왔다”고 합니다. 캐리커처 그려주기, 연애 상담 같은 소소한 재능 거래 사이트에서 웹 배너 제작 의뢰가 거래되고, 트래픽이 조금씩 늘었다고요. 산청의 ‘지리산 개발자’는 진주 창업보육센터에서 지인들과 다시 창업하고, 결국 진주에서 서울로 끌려왔습니다. 현재 크몽은 30만 프리랜서(혹은 프리랜서 법인)이 500여개 영역의 기술을 거래하고, 200만명이 넘는 사용자가 쓰는 플랫폼이 됐습니다. 개인만 쓰는 것이 아니라 카카오·현대차·SK텔레콤·포스코 등 모두가 아는 대기업부터 딜리버리히어로 같은 스타트업도 크몽의 프리랜서들에게 아웃소싱을 맡기고 있습니다. 24년 수없는 창업을 ‘존버’ 했지만, 정작 그는 여러 사업 아이템 중 크몽의 사업 아이템이 ‘가장 별로였다’고 합니다.

“그 전에 기준은 ‘어떻게 하면 1년 안에 대박을 낼 수 있을까’였거든요. 그러다 대박이 안 나면 빨리 다른 아이템을 했고요. 크몽은 정말 천천히 사용자가 조금씩 늘었거든요. 프리랜서 마켓 시장이 별로 크지 않을 것 같았어요. 그런데 이제 N잡러, 리모트워크 같은 단어가 일상화됐습니다. 일 하는 방식이 바뀌었고 과거처럼 직업(job)을 구하는 시장이 아니라, 작업(work)를 사고파는 시대가 왔어요. 이젠 정말 크몽이 대박이 날 것 같아요.”

크몽의 박현호 대표. 그가 들고 있는 인형은 초기부터 크몽을 대표했던 원숭이 캐릭터 '크몽이'다. /크몽

◇본질은 연결, 매칭이 아니라 커머스, 전문성을 상품으로 만드는 프로세스

-크몽에 끌려왔다니요

“다 정리하고 지리산 집에서 그냥 프리랜서 개발자로 살 생각이었어요. 어차피 원래 개발자였고, 그냥 ‘사람들이 좋아하는 걸 혼자 만들자’라는 생각으로요. 혼자 개발해서는 먹고 살 수 있을 테니까요. 그 전에 잘 됐던 사업도 있었지만 잘 될 만하니 닷컴버블이 터졌고, 잘 될만하면 무리하게 확장했다가 망했고. 한 번도 성공적으로 엑싯을 한 적이 없습니다. 그렇게 다른 스타트업 아이템에 착안해서 크몽을 만들었는데 제가 재밌다고 생각했던 아이템과 다른 아이템들이 거래되더군요. ‘캐리커처ㅏ 5000원에 그려드립니다’가 거래되다가 ‘회사 로고 그려드립니다’가 거래되고, 번역 의뢰 거래까지 점점 영역이 넓어지더군요. 서서히 트래픽이 늘었는데 2014년쯤 크몽과 비슷한 사이트를 찾아보니 60군데가 넘었습니다. ‘어, 이게 되나?’ 반신반의하는 심정으로 진주에서 작게 창업했고요. 그러다 개발자 구하고 투자자 구하기가 너무 힘들어서 서울로 올라왔죠. 그때부터가 본격적인 크몽의 시작입니다.”

-그 정도였다면 그 뒤로는 탄탄대로였겠군요

“2016년엔 다음달 프리랜서에게 줄 월급조차 없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가족과 친구한테 2000만원을 빌려서 겨우 버텼어요. 과거 크몽엔 지금 아이디어스와 비슷한 ‘핸드메이드’ 카테고리가 있었습니다. 저는 크몽에서 프리랜서들이 만든 물리적인 상품이 잘 되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게임 잘하는 법 레슨’, ‘운세 상담’ 같은 좀 더 개인적이고 신기한 서비스들도 재밌었어요. “이런 참신한 것도 거래한다고?”라고 주목도 조금 받았고, 저도 사람들이 “이런 것까지 파네?”라면서 재밌었습니다. 이런 것들에 집중해서 투자하고 개발했고요. 초기 크몽의 아이덴티티는 ‘이런 재밌는 것도 거래되는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매출은 정반대였어요. 프리랜서 개발자의 ‘앱 개발’, 마케터의 ‘마케팅 대행’, 영상 제작자의 ‘영상 편집’ 같은 비즈니스 거래가 더 활발했는데 말이죠. 제가 재밌다고, 될 것이라 생각했던 것과 달리 고객들이 원했던 것은 정반대였던 것이죠. 그날 이후 전략을 대폭 수정했습니다. 많이 거래되는 제품을 집중적으로 개발했습니다. 우리가 하고 싶은 것 말고 사람들이 찾는 것, 매출이 나오는 것에 집중하자고요. IT개발, 마케팅, 디자인 같은 영역들이 더 탄력을 받고 지금의 크몽과 같은 모습이 됐어요. 그 뒤로는 매년 지표가 2배씩 성장했어요.”

-60개나 다른 플랫폼이 있었다면서요. 그런데 왜 사람들은 크몽에 와서 전문성을 팔았을까요

“우선 개발에는 자신이 있었어요. 서울 올라오기로 결심했을 때도 ‘대박 나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남들보다는 잘 만들 수 있겠다”라는 자신 정도로 왔거든요. 무엇보다 크몽은 커뮤니티로 시작했지만, 거래하는 방식은 커머스입니다. ‘이런 일을 해줄 사람을 찾고 연결해줍니다’보다는 ‘이런 작업을 이렇게 팔고 사세요’에 가깝죠. 예컨대 크몽에서 거래되는 각 카테고리에는 그 카테고리의 작업을 수치화해서 팔기 좋아지도록 만드는 수많은 기능들이 있어요. 예컨대 번역을 예로 들어보면 번역가들은 ‘나는 어떤 언어가 가능하고, 한 페이지에 얼마를 받겠다’를 기본 가격을 설정합니다. A4 한장에 1만원 이런식으로요. 그 다음엔 일상 회화 번역은 1만원, 비즈니스 번역은 장당 2만원, 영한 번역이 아니라 한영 번역을 추가 비용 얼마. 이런 식으로 모든 거래의 과정을 프로세스화 했습니다.

만약 크몽이 커뮤니티였다면, 장당 얼마에 해야 할지 협상하고 결과물을 받고 재수정을 따로 협상해야겠죠. 크몽은 ‘재수정 요구시에는 얼마’ 결제 프로세스까지 모두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일종의 쇼핑몰에서 상품을 살 때 옵션을 고르듯, 조립식PC를 살 때 많은 옵션을 자동화해서 온라인으로 주문하듯요. 현재 500개 정도의 카테고리가 있는데 모두 이런 식으로 상품화 할 수 있는 프로세스, 구매  가능한 프로세스가 연동되어 있고 매니저와 개발자들이 모두 이 프로세스를 관리합니다.”

[전문은 유료 가입하고 보세요. 2021년 3년 이후 발행한 모든 레터를 보실 수 있습니다. 아래는 유료 레터에 포함된, 부제목과 그래픽, 사진, 질문과 응답의 일부 발췌입니다.]

-Work의 상품화라, 뭔가 사람의 노동력이 상품처럼 팔리는 것 같네요. 프리랜서 입장이라면 기분이 나쁠텐데요

“이제 서버도 클라우드로 쓰는 시대, 사람을 뽑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능력을 사용한다면?”

-숨고처럼 프리랜서, 전문가들을 연결해주는 다른 플랫폼도 있습니다. 크몽은 뭐가 다른데요.

-상품화라는 것은 양면성이 있습니다. 전문가의 작업물, 이 상품에 대한 퀄리티를 보장하지 못하면 쇼핑몰은 망하는걸요.

-크몽을 건너뛰고, 그냥 전문가와 직거래하는 방법을 택하면요? 작업을 위해 몇차례 메일을 주고 받았으니 크몽에 수수료 12~20%를 안 떼이고 우회해서 직거래하면 커머스로 만든 이유가 사라집니다.

-제조업은 많이 만들고, 쇼핑몰은 물건을 많이 가져오면 됩니다. 하지만 사람인 프리랜서가 무한정 공급될 수도 없는 일 아닙니까. 그러면 플랫폼의 성장에도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는데요.

◇‘이게 될까’라는 끝없는 물음, 그래도 일단 배에 타야

크몽 팀원들 /크몽

-뭔가를 만드는 걸 굉장히 좋아하시는 모양입니다. 끊임없이 뭘 만드셨네요.

-사업을 접는 것도 그만큼 빨랐군요. 그런데 크몽은 꽤 오래 존버했습니다.

-그래도 하나더 개발을 해야한다면, 뭘 만들고 싶나요.

-요트요? 비싸고 어려운 스포츠인데요. 왜 요트죠?

사진 속 돛을 잡고 손가락으로 V를 그리고 있는 사람이 박현호 대표다 /크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