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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쉼표입니다. 오늘은 뛰지말고 잠시 멈추는건 어떨지요. 도쿄엔 비가 내립니다. 서울은 어떤지요?

난감할 때란, ‘성공하는 창업가의 조건’이란 질문을 받는 순간입니다. 창업가를 주변 언저리에서 본 제3자가 감히 할 수 있는 대답이 아닙니다. 그래도 무언가 대답을 해야하지 않나하는 의무감도 느낍니다. 세칭 ‘성공한 창업가’가 직접 그 조건을 얘기하기란 훨씬 어렵다는걸 알기 때문입니다. 숲의 안에선 숲을 보지 못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워낙 많은 변수를 접하기에 그리고 그 변수들간 상호 작용이 있기에 일일이 설명하기도, 그리고 자칫 잘못 설명하면, 다른 환경의 창업가에게 곡해되기 십상이기 때문입니다.

작년에 같은 질문을 EBS에서 받았습니다. [창업가의 답]이란 책을 펴내고, 호응이 괜찮으니, 작가가 섭외를 들어왔습니다. 난감합니다. [창업가의 답]은 쫌아는기자들이 펴내긴 했지만, 12명의 창업가 스스로의 이야기입니다. 각기 다른 고통과 번뇌를 거치고, 여전히 성공이란 무엇인지를 고민하면서, 아직 길 안에 있는 창업가들입니다. 그런 공유가 [창업가의 답]이란 책이었습니다. 그래도 EBS에 나갔고 4번의 TV 강의를 했습니다. 뜻밖에 좋은 반응에 놀랐습니다. 그만큼이나 부끄러웠습니다.

◇‘성공하는 창업가의 조건’이란 무엇인지 질문을 받았다

도쿄에서 며칠째 일본의 방위백서를 들여다보는데 서울의 한 기업에서 사보에 낼, ‘성공하는 창업가의 조건’에 대해 에세이를 써달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순간은 거절할까 하다가 그래도 ‘제3자의 의무감’이란게 발동해 수락했습니다. 그리곤 방위백서보다 원고지 7장짜리 에세이 고민이 더 커졌습니다.

마감일 전날 밤에야 눈 딱 감고 썼습니다. ‘그냥 뻔한 이야기를 쓰자. 하지만 메시지 하나만 남기자’고 결정했습니다. 메시지는 ‘버티는게 얼마나 어려운지’였습니다. 작년 10월에 만난 마켓컬리 김슬아 대표의 이야기를 썼습니다. “백팩을 맨 그녀는 언제나 경쾌합니다. 킬힐만큼이나 도도한 백팩이랄까.”로 시작한 에세이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벤처투자자인 벤 호로위츠의 조언으로 이어지고, 곧이어 퍼블리 박소령 창업가의 ‘수도승처럼 산다’와 오늘의집 이승재 창업가의 ‘순례자처럼 일한다’로 이어집니다.

맺음말은 이랬습니다.

이야기가 샛길로 샜는지도요. 기고 요청받을 때 에세이 주제가 ‘성공하는 스타트업이 다른 이유’였습니다. 답요? 물론 창업자의 능력과 운, 인재와 돈(투자금)입니다. 하지만 진짜는 그게 아니라, 포기않고 견디고 또 견디는 창업자, 그 자체가 아닐까요. 친한 벤처캐피털 대표가 사석에서 전한 말입니다. “나는 말야, 투자 결정할 때, 창업자가 중간에 포기할 사람인지, 끝까지 버틸만한지만 봐. 그 스타트업이 망해도 끝까지 버틴 창업가라면 또다시 창업할테고 그때 다시 투자한다고. 결국 그들은 돈을 벌어다 주거든.”

◇글 송고하고나서 줄곧 고민했답니다. 진짜 답은 마음이었다는 뻔한 결론입니다

쫌아는기자가 번아웃일때 한번씩 보는 글을 대신 보냈어야 했습니다.

글 송고하고나서 한참 무거웠습니다. 스타트업의 누군가 그 에세이를 읽고서, ‘나는 또 버텨야하나’하면, 어쩌나 하구요. 이틀 후에 번쩍 든 생각은 이랬습니다. 진짜 답은 마음이라는 뻔한 결론입니다. 보냈어야하는건, 창업가는 아니지만 동시대를 사는 ‘나’의 마음이었다는 겁니다. 10대 고등학생같은 결론입니다만.

해서 이번 레터는 쫌아는기자 1호가 번아웃됐을때 읽는 글귀 몇개입니다. 강릉갔다가 본 글귀들입니다. 몇은 전부터 알던, 또 몇은 이유없이 마음에 남는. 오늘은 쉼표입니다. 그 쉼표처럼 보세요. (@글귀마나 나름의 해석을 달았다가 지웠습니다. 쉼표는 설명이 아니라, 여백이 필요한 것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