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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한살에 인생의 최고 정점에 섰던 시바타 히데토시 투자담당임원은 다 망가지는 반도체 회사로 이직합니다. 주변에선 ‘자살행위’라고 말렸습니다. 도쿄대 공대를 졸업하고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을 나왔고, 일본 금융업계에서 승승장구하던 시바타의 당시 직책은 일본 민관 펀드인 산업혁신기구의 투자담당임원. 산업혁신기구는 일본 정부가 주도한 민관펀드. ‘일본에 꼭 필요한 기업이지만 쇠락하는 곳’에 돈을 넣는 구원투수입니다. 말하자면 ‘갑’의 자리죠.
시바타는 2013년 1300억엔(약 1조3000억원)을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에 투자하는 결정을 주도합니다. 르네사스는 매년 수백억엔씩 만성 적자에 빠진 상황. 본래 히타치와 NEC, 미쓰비시 등 3사의 반도체 부문을 통합한 르네사스는 직원수만 4만~5만명이었던데다, 3사의 온갖 사업부문을 다 떠안고 있었죠. 딱 9년이 지난 2022년, 르네사스의 직원수는 2만명. 그 가운데 통합 3사 출신 직원들은 1만2000명에 불과합니다. 외부에서 8000명을 수혈한 겁니다. 상당수 사업부문을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미국, 영국, 인도의 반도체 회사를 연이어 인수합니다. 엄청난 고통의 연속이었겠죠.
시바타 히데토시 르네사스 최고경영자(CEO)의 이야기입니다. 르네사스는 작년에 매출 9939억엔(약 9조6500억원), 영업이익 1738억엔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고, 올해는 1~9월 예상 매출만 1조1079억엔입니다. 세계 반도체 랭킹 10위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시바타 히데토시 CEO의 본래 직장인 민관펀드 산업혁신기구는 1조엔이라는 엄청난 투자 이익을 냈습니다. 9월 13일 도쿄의 르네사스 본사에서 시바타 CEO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줄곧 ‘이 사람은 스타트업 창업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로부터 업을 만드는 일 못지 않게 폐허가 된 기반 위에서 다시 집을 짓는 일도 중요합니다. 해서 이번주는 [그의 Why] 번외편입니다. 이른바 히노마루(일장기) 반도체의 부활을 이뤄낼지도 모르는, 스타트업 창업가를 닮은,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의 시바타 히데토시 CEO입니다.
◇개혁의 시작. 아인슈타인의 말처럼... “똑같은 사람이 똑같이 일을 해선 다른 결과를 낼 수 없다”
-르네사스의 개혁 이야기부터 듣고 싶네요.
처음에는 끔찍했습니다. 말하자면 구조조정. 사람이 너무 많았고 공장도 너무 많았어요. 만들어파는 제품도 너무 많았어요. 본인의 키에 맞는 사이즈로 줄이는 작업이 첫번째 스텝이었습니다. 그게 2013년부터 2015년 정도까지. 진짜 개혁은 그 이후부터였죠. 아인슈타인의 말처럼 똑같은 일을 하고서 다른 결과를 바라선 안되는거니까요. 똑같은 사람들로 똑같이 일을 해선 다른 결과를 얻을 수 없다, 어느 정도는 인원 구성을 바꾸지 않으면 안된다, 그걸 줄곧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실현하는 수단은 인수합병. 새로운 인재를 끌어들이는 겁니다. 다른 발상을 하는 사람을 어느 정도 규모로 들어오는거죠. 줄곧 르네사스의 사람밖에 없는 회사를 다양한 백 그라운드를 갖는 인원이 모인 조직으로 바꾸려고 했습니다. 개혁의 토양을 그렇게 만들었습니다. 그렇다고 일본적인 회사인 르네사스를 단숨에 실리콘밸리와 같은 회사로는 못 바꿉니다. 그래서 실리콘밸리 회사 중에서도 다소 일본과 비슷한 회사인 인터실을 첫 인수 타깃으로 했죠. 예선전같은 느낌요. 문화적으로 비슷해서 좋았지만, 반면 에너지가 넘쳐나진 않았죠. 하지만 적어도 인수합병이란 어떤 것인가, 실리콘밸리의 회사란건 어떤 것인가, 라는 걸 피부로 배웠습니다. 두번째 인수는 IDT였습니다. 르네사스에는 없었던, 매우 어그래시브한 인재를 흡수했어요. 노이즈도 발생했지만, 그런 인재의 힘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르네사스는 바뀌었습니다.
(@르네사스는 2017년 미국 반도체 회사인 인터실를 시작으로, 2019년 미국 인티그레이티드디바이스테크놀로지(IDT), 2021년 영국 다이알로그(Dialog)와 이스라엘 셀레노(Celeno), 2022년 미국 리얼리티AI와 인도 스트라디안(stradian)를 인수했다. 수천억~수조원대 인수합병의 연속이다.)
-일본적인 회사라, 그게 뭔가요?
르네사스에서 처음 강렬하게 느낀건, 손익의 개념이 희박한 대목이예요. 이익을 내야겠다는 감각이 희박했어요. 물건을 만들고 고객에게 파는게 비즈니스인데, 손익이 안나는 일을 굉장히 많이 하고 있었어요. 손익을 책임지는 사람이 없어요. 조직이 그렇게 돼 있었어요. 영업 사람들은 계약을 따오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 엔지니어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기만 하면 괜찮고, 공장 사람들은 라인이 제대로 돌아가기만 하면 좋다는 식, 그러니까 다들 본인의 일만 바빠지면 괜찮다는 것 같았어요. 본인은 일 잘 했으니까. 그렇다보니 일본 제조기업이 이익율이 낮은 곳이 많아요. 이익율을 높이려고 도전하는 곳도 적어요. 영업이익 5% 정도면 괜찮다는 풍조가 있어요. 글로벌 기업들이 40%를 목표로 뛰는데 전혀 딴판이죠. 그래선 도전은 하지만, 지속되지 않는 겁니다. 이익이 나오지 않으니, 재투자도 안되죠. 업그레이드도 안되니, 결국 패배합니다. 일본은 여전히 세계 최초인 제품이 엄청 많지만, 이걸 스케일업하는 단계에서는 한국, 대만, 미국 회사에 빼앗깁니다. 지속하지 못하니까요. 단발이죠. 자본력이 모자란건데, 이익을 내야 지속할 수 있는데 그렇게 안됐던 겁니다.
-시바타 CEO는 금융업계 출신이라서, 이전의 CEO와 달랐던게 아닐까요.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본인의 기준점을 어디에 설정할 것인가, 원점으로 돌아가서, 가장 옳은 일을,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일을 최대한 하는 겁니다. 기준점 자체가 내려가면 최선의 결과가 아니라도, 뭐 이정도면 괜찮다고 안주하게 됩니다. ‘결국 어쩔 수 없었다’고요. 반복되면 다시 기준점이 더 내려가고, 역시 최고의 도달점을 못하게 되고, 이런 악순환이죠.
-인원 삭감때 반발은 없었나요.
있었죠. 하지만 인원 삭감 그 자체보다는 특정 제품 분야를 포기할 때 반발이 더 컸습니다. 예컨대 스마트폰의 액정 드라이버를 만들고 있었는데 미국 회사에 매각했습니다. 경영적으로는 올바른 판단이었지만, 좋지 않게 보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시큐리티 마이크로컨트롤유닛(MCU) 등 몇몇 사업 분야도 철수했는데 그래선 안된다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일본적인 회사에 실리콘밸리 문화를 심었다? 대체 실리콘밸리 문화는 뭘까요?
성공할지 모를 때, 그렇다면 확신이 들때까지 준비를 하자는게 이전의 르네사스가 해온 방식이었습니다. 일본적인 회사죠. 반면,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일단 한번 해보자, 제대로 안되면 그때 바꿔도 좋다는게 실리콘밸리식 문화요. 영업하는 쪽에서 본인들 편한 가격에 제품을 팔 수 없는 구조를 만드는 겁니다. 손익에 책임지는 사람이 가격을 결정하고, 이익을 의식해서 물건을 파는 겁니다. 스타트업을 포함해서 외부와 적극적으로 협업하도록 문화를 바꿔습니다. 과거엔 독자 개발에 대한 신뢰가 절대적이었지만, 이젠 외부와 함께 합니다.
◇르네사스의 현재 모습. 차량용 반도체 세계 톱3.
-르네사스는 지금 어느 수준까지 올라왔나요.
자동차 MCU 분야에선 세계 1위입니다. MCU 시장 전체에선 세계 2위요. 사실 르네사스는 전통적으로 MCU가 강한 회사입니다. 아날로그 반도체나 파워용 반도체 분야가 강했습니다. 그런데 MCU보다 연산 능력이 높은 시스템온칩(SoC)를 이것저것 손 댔는데, 이게 재무적으론 재앙이었죠. (@MCU는 흔히 마이콘으로 불리며 Micro Controller Unit의 약자다. 전자제품에 특정 기능을 제어하는 비메모리반도체다. )
-현재 일본 반도체 기업 중에선 르네사스가 소니를 누르고 2위죠. 1위가 키옥시아.
일본은 의식하고 있지 않습니다. 소니도, 키옥시아도, 같은 반도체라곤 하지만 전혀 다른 분야니까요. 우린 임베디드(Embedded, 내장형) 반도체니까. 물론 매출 목표는 있습니다. 시장의 성장 속도보다 빠른 속도로 사업을 확장하자는 겁니다. 시장은 대략 연간 7% 전후 커집니다. 이것보다 빠른 성장이 향후 5년 정도의 목표입니다. (※말은 그렇게했지만 르네사스의 매출과 영업이익 확대 속도는 훨씬 더 빠르다. 작년에 매출 9939억엔(약 9조6500억원), 영업이익 1738억엔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올해는 1~9월 예상 매출은 1조1079억엔으로, 벌써 작년 매출을 넘어섰다.)
-차량용 반도체 분야의 세계 톱3가 르네사스입니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내년 중반까지 부족 현상이 갈 듯 합니다. 차량용 반도체가 부족하다고 하지만, 다들 들으면 ‘설마?’라고 놀랄 정도로 소소한 부품이 부족한 겁니다. 중요한 부품이라기 보단, 그 주변의 작은 반도체가 부족한 이미지입니다.
-르네사스의 강점은.
횡과 종입니다. 르네사스처럼 폭넓은 분야를 다루는 회사는 별로 없습니다. 횡은 시스템온칩에서 MCU, 각종 아날로그 반도체, 파워용 반도체까지도 보유하고 있는 반도체 회사라는 점입니다. 이런 반도체 회사가 거의 없습니다. 예컨대 PC 제조사에게 어떤 부분 전체를 제안할 수 있습니다. PC 제조사가 본인들이 직접, 전체를 설계해서 각 반도체를 르네사스나 TI에 하나씩 발주할 수 있습니다. 르네사스는 한 부분을 통째로 제안합니다. 고객사는 이걸 참조해서 일부는 쓰고, 일부는 변경하면 됩니다. 제로에서 개발하지 않아도 되는거죠. 고객사 입장에선 타임투마켓에 유리해집니다.
종적인 강점은 임베디드 반도체 시장에서도 그 성능에 따라 고객의 니즈에 맞출 수 있습니다. 고객이 개발한 소프트웨어에 맞춰서, 고성능 반도체에서 범용 제품까지 각각 제공 가능합니다. 판매하는건 반도체 각각 하나씩이지만, 고객에 제안하는건, 현실감이 있는 하나의 제품군입니다. (※고객이 핵심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면, 상위 기종과 하위 기종에 맞춰서 각각의 반도체를 공급할 수 있다는 뜻임. 고객이 상하위 기종에 따라 소프트웨어를 변경할 필요가 없다는 설명임.)
◇일본 반도체는 왜 몰락했을까에 대한 그의 답
-르네사스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데, 일본 반도체 부활은 가능한 일일까요?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이전의 어프로치가 아닌, 임베디드 솔루션의 세계에서 르네사스는 글로벌 톱의 존재가 되고 싶습니다. 한동안 일본은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논외의 존재였습니다. 이제야 겨우 글로벌 반도체 업계 지도에 돌아왔습니다. ‘백 온 더 맵’이라는 얘기를 듣곤 합니다. 앞으로 8~10년에 걸쳐, 톱을 노릴 수 있는 위치까지 올라가고 싶습니다. (미국의 인텔, 한국의 삼성, 대만의 TSMC가 장악한) CPU도 아닌, 메모리도 아닌, 파운드리도 아닌, 임베디드 반도체 시장을 노립니다. 과거에는 PC와 스마트폰 시대였고 반도체라고 하면 컴퓨팅을 의미했습니다. 앞으론 달라질 겁니다. 일상 어디에서나 반도체가 쓰입니다. 이게 바로 임베디드입니다. 앞으로의 반도체 시장 성장은 임베디드 반도체가 주도할 겁니다. PC나 스마트폰이 지금보다 연간 판매량이 늘지는 않겠죠. 하지만 공장이나 헬쓰케어, 센서, 사물인터넷 관련 제품은 늘어날 겁니다.
-예전에 유행한 ‘유비쿼터스’란 단어가 떠오르네요.
맞습니다. 바로 그 시대입니다. 예전에 유비쿼터스때 얘기한 태그가 이제는 비용도 낮아져서 비로서 실현 가능해졌을지도 모릅니다. (@유비쿼터스는 만물에 신의 깃든다는 라틴어임. 세상 만물에 컴퓨팅이 깃든다는 의미로, 유비쿼터스 컴퓨팅이란 용어가 2000년대에 유행했었다. 예컨대 RFID라는 칩을 패트병에 심어두면, 분리수거없이 버리면 쓰레기통이 자동으로 그 칩을 인식해 플라스틱으로 분류하는 식이다.)
-1980년~90년대까지만 해도 세계 최고였던 일본 반도체는 몰락했습니다. 일본적인 회사라서 그랬던 걸까요?
돈을 벌지 못하면 지속하지 못합니다. 지금도 일본이 적자라도 만들겠다고만 하면, 세계 1위를 할지도 모릅니다. 80년대의 세계 1위 일본 반도체는 신기루였을 뿐입니다. (손익은 보지 않고) 매출 규모만 봤던 겁니다. 당시 돈을 벌 때도 영업이익율은 15~20% 정도에 그쳤습니다. 이익율이 낮았습니다. 결국 감당하기 버거우니까 미쓰비시도 도시바도 포기한 겁니다.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좇아가지 못했죠.
(@1990년대 삼성전자는 반도체 대량 생산라인에 엄청난 돈을 쏟아부었지만, 일본은 투자를 주저했다. 그의 말처럼 당시 삼성전자가 대규모 투자가 가능했던건 80년대에 TDX라고 불리는 전전자교환기를 팔아, 미리 엄청난 돈을 벌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집전화기 보급 당시에 삼성전자는 한국 전역에 TDX 를 팔았고, 판매액은 거의 대부분 영업이익이었다. 이 돈은 고스란히 반도체 투자에 쓰였다.)
여기에 인재의 다양성 부족요. 같은 사람이 같은 방식으로 해선 안됩니다. 80년대 일본이 D램이 강했다곤 하지만, 결국 메인프레임에 쓰는 D램이었죠. PC가 보급되니까, PC용 D램 시장에선 한국에 졌습니다. 도망치듯이 시스템LSI나 TV와 같은 분야로 진출했습니다. 하지만 소량 다품종 시장에선 큰 돈을 벌 수 없습니다. 일본 가전 산업의 쇠락과 함께 일본 반도체도 쇠락했습니다. 남은건 백색가전이나 산업기기용 정도입니다. 르네사스에 오고나서, 예컨대 ‘반도체는 역시 (고성능의) 시스템온칩이다. 단순한 MCU를 해선 별 것 없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시장과 손익은 안보고, 신기술 구현이라는)꿈만 좇는 사람들이 모였던게 일본 반도체 업계였던 겁니다.
-일본 반도체 업계가 비용 대비 성과를 싫어했다?
싫어했다기 보다는, 그걸 이뤄내질 못했던 겁니다. 삼성전자는 오너 기업이니까 그게 가능했다는 식이 아닙니다. 일본 반도체는 대규모 투자를 할만한 충분한 돈을 이전에 벌지 못했다는 겁니다. 충분한 돈을 못 벌었으니, 대규모 투자를 멈출 수밖에 없었다는 겁니다. 자금을 벌어뒀으면, 다시 재투자해 시장 점유율을 확보할 여력이 있지만, 일본 반도체는 그게 안됐고 여력이 없었다는 겁니다.
-일본은 완벽한 기술에 몰두하는 엔지니어가 강점 아닌가요? 이걸 버려야한다?
모든 사람이 모여서 경영 판단을 함께 결정하는건 안됩니다. 책임자가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그저 분위기에 따라서, 서로 상대방만 배려하다가 결정이 돼버리기 십상입니다. 그렇게 되면 해당 경영 판단이 잘못됐을 때 궤도 수정이 어려워집니다. 다들 이거 이상하다고 느끼면서도 그대로 진행해버리죠. 왜 이 일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고민도 없이. 주식회사인 이상, 영업이익을 내야하지, 단순히 직원들 본인들만 하고 싶은 일을 해선 안됩니다. 각각 개인의 근로 정신이나 품질에 대한 자부심은 너무 훌륭하지만, 이걸 고객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는 겁니다. 그 과정에서 이상한 곳으로 가버리곤 합니다. 코로나 때 마스크를 착용하는 문제가 비슷한 사례입니다. 일본은 마스크 착용을 누가 결정한게 아니다. 말하자면 다들 그런 분위기를 읽고 다같이 결정했다고 해야하나. (@코로나가 끝나가는데 마스크를 그만 쓰자는 판단을 해줄 주체가 일본에는 없다는 의미.)
◇중국에 반도체 판매 규제하는데.... “결국 중국의 자립을 돕는 일이 될지도”
-일본의 민관펀드인 산업혁신기구가 르네사스에 투자한게 2013년입니다. 르네사스의 성공 비결은.
산업혁신기구는 1385억엔 투자했는데 1조엔 이상을 벌었습니다. 현재 르네사스의 시가총액이 대략 1조5000억엔 정도니까요. 제대로 된 사람이 제대로 된 일을 하면 성공합니다. 주저하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정부가 젓가락을 올려라 내려라(한국 표현이면 감놔라 배놔라)하면 안됩니다. 정부의 돈이 들어오면 설명 책임이 생깁니다. 이곳저곳에서 많은 말을 듣게 됩니다. 국회, 미디어, 민간 등. 다행히 르네사스는 민관펀드의 돈을 받았지, 공적자금을 받지 않았습니다. 당시 투자를 담당한게 저입니다. 그때는 외국인 CEO를 앉혀야하나하고 생각했을 정도입니다.
-반도체를 요즘은 ‘안보무기’라고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반도체로 중국을 견제하자는 발상이죠.
단기적으로는 그런 어프로치가 먹힐 수 있습니다. 중장기적으론, 중국의 자립을 돕는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동안 공급되던 반도체가 점점 들어오지 않으면, 스스로 만들게 되지 않을까요. 상대방을 힘들게 하는게 아니라, 더 단단하게 만들어지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가 그 사례입니다. 일본이 일부 화학 소재를 수출 규제하니, 한국은 해당 제품을 자국내에서 생산하게 됐지요.
-중국이 메모리 반도체나 파운드리 산업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지도?
결국 그렇게 되지 않을까 합니다. 시장경제가 돌아가는 한, 값싸게 사용할 물건이 있으면 그걸 쓰고, 그런 물건이 손에 안 들어오면 스스로 만들 수밖에 없는 것 아닐까요. 최첨단 반도체 제공을 금지한다면, (중국으로선) 스스로 만들테고, 그럼 결국 의미없는 일이 되는게 아닐까요. (@르네사스는 중국 시장 매출 비중이 15~20% 정도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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