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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때 투자하기로 했다] 코너에선 현장의 투자심사역이 왜 이 스타트업에 투자했는지, 현장의 이야기를 공유합니다.
세계적으로 ESG 투자 열풍이 일었던 작년 이후로 올해는 ESG 투자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ESG 경영의 아버지’라 불렸던 자산운용사 블랙록 자신도 최근 주주총회에서 기후 관련 안건에 관해 “주주가치를 제고하지 않아 반대한다”는 의견을 표명하여 이것이 기존의 ESG 경영에 대한 입장을 바꾼 것처럼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주주의 가치/ 재무적 성과를 추구하는 것은 기업의 본질이므로 위 의견이 ESG 투자 방향과 상충되는 것인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이러한 비판은 향후 ESG 투자의 목표가 어떠해야 하는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 것 같다. TBT는 ESG 섹터에서 Top Player 라고 판단한 몇 개 기업에 투자하였는데, 이들은 시대 트렌드에 따라 비즈니스 기회를 극대화하여 그에 비례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며 이를 재무적 성과로 환원시키는 기업이었다. 2021년에 투자한 ‘넷스파’도 그러한 투자 사례 중 하나이다.
탄소 저감을 위한 순환 경제의 가치가 높아지면서 리사이클링 원료 시장이 급성장하는 가운데, 섬유 등으로 활용되는 나일론은 다른 물질과 혼합된 형태여서 재활용이 어려운 소재이다. 넷스파는 버려진 폐어망으로부터 나일론을 자동 추출하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글로벌 1위 섬유기업의 부설연구소에서 98%의 순도를 입증받은 기업이다. 10월 말에는 연 3000톤 규모의 재생나일론 생산이 가능한 플랜트를 가동하기 시작하여 위 섬유 기업과 자동차 부품 기업, 글로벌 1위 전자제품 기업에 핵심소재를 납품하기로 예정되어 있다.
넷스파의 정택수 대표는 2016년 현대중공업 환경안전팀에서 근무하던 중 섬유연구기관에서 근무하던 송동학 현 CTO와 리사이클링 패션 의류 아이템으로 첫번째 창업을 했다. 하지만 의류 제작에 필요한 재생 섬유를 공급해줄 기업이 드물었고, 유럽의 재생 나일론 기업은 수작업 공정에 의존해 제한된 물량만 명품 브랜드에 납품하고 있었다. 이에 정대표는 리사이클링 의류 산업을 확대시키기 재생 소재를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자신이 태어난 부산의 해양 환경오염의 주범인 폐어망으로부터 재생 나일론을 추출해보겠다는 목표로 2020년 넷스파를 새롭게 창업하였다.
당시까지 폐어망으로부터 나일론을 추출하는 기술 개발 시도는 있었으나 성공 사례는 없었기에 폐어망은 소각처리될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폐어망은 다른 폐기물보다 소각 비용이 훨씬 커 지자체가 폐어망을 수매하여 소각하는 예산은 금방 소진되고, 어민들은 처치 곤란한 폐어망을 바다에 버리게 된다는 것이다. 무분별하게 버려진 폐어망은 커다란 문제를 일으킨다. 세계적으로 연간 64만톤의 폐어망이 버려져 해양쓰레기의 40%를 차지하며, 65만 마리의 해양 생물이 폐어망에 목숨을 잃어 어획량의 10%가 감소되며 해양생태계는 심각하게 파괴된다. 나일론 성분이 파도에 부서져 미세 플라스틱을 발생시키거나 소각될 때 다량의 탄소를 배출하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정 대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자신의 업무 경력을 바탕으로 폐어망을 재활용하는 자동화 공정 개발에 착수하게 된다. 하지만 다양한 소재가 얽힌 어망을 파쇄할 때 열이 발생해 소재들이 혼합되는 문제에 부딪혔고, 정 대표와 송 이사는 전국의 폐기물 처리 현장을 찾아다니며 폐기물 종류마다 파쇄기 형태가 다르다는 사실을 배워갔다. 그러던 중 경남 하동에서 만난 기계 설비 전문가 김두호 대표가 ‘세상에 없는 재활용 공정을 만들겠다’는 두 젊은이의 열정에 탄복하여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하며 공동개발에 참여하게 된다. (현재 넷스파의 기술자문을 담당하고 있음) 함께 시행착오를 겪은 결과 5개월만에 대기업에서 10년간 해결하지 못한 고순도의 나일론 추출 공정이 완성되었다.
이 무렵 나는 임정욱 전 공동대표와 경남 하동에 위치한 공장을 방문해 파일럿 플랜트를 견학했다. 두 공동창업자가 대기업을 뛰쳐나와 깊은 산속에 있는 폐기물 업체에서 6개월간 숙식하면서 파일럿 공정을 개발한 과정을 들으면서 사업에 대한 강한 확신, 실행력, 학습능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시장의 크기, 제품의 성과, 고객사 레퍼체크도 중요했지만 무엇보다 창업자들이 향후에 닥칠 어려운 문제들을 잘 해결해낼 것이라는 믿음을 가질 수 있었다. 정택수 대표는 사실 엔지니어링 경력자들이 그렇듯 IR 피칭에서 화려한 언변으로 상대방을 설득하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QnA에서 다양한 세부 질문에 관해 사전에 고민하고 준비된 대답을 지니고 있었다. 팩트에 가까운 것이 아니면 섣부른 전망을 하지도 않았고 지금 돌이켜보면 행동으로 모든 것을 보여주고 말을 아끼는 대표였다. 이를 종합해 티비티는 PreA 라운드 투자 결정을 어렵지 않게 내렸던 것 같다.
투자 이후 회사는 부산시와의 긴밀한 협조 끝에 대량 생산 플랜트를 구축하고, 섬유대기업인 H사, 자동차 엔지니어링 부품 기업인 S사, 글로벌 1위 전자제품의 부품을 공급하는 H사 등과 본 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보여주였다. 아울러 일본 대기업에서도 주문이 밀려오고 있어 공장 가동 시작일부터 3교대 작업이 이루어질 예정이라고 한다. 또 롯데케미칼, SK에코플랜트 등 대기업들이 넷스파의 폐기물 수거 시스템에 참여하면서 집하, 운반 및 재활용에 이르는 전주기적 해양폐기물 통합 관리 솔루션이 점차 구축되고 있다. SK와 신한금융그룹이 지원하는 임팩트 유니콘 기업에도 선정되었다는 기쁜 소식도 이어졌다.
넷스파는 나일론 판매 수익을 창출하면서 지자체를 상대로 기존 업체보다 더 저렴한 비용으로 폐기물 처리 계약을 체결할 것이고(비용을 받으며 원료 확보), 지자체는 처리비용을 절감한 만큼 어민들로부터 폐어망을 수매하는 규모를 늘려 바다에 버려지는 폐어망이 줄어들어 자원 순환 생태계가 확대될 것이다. 많은 폐어망이 수집될수록 넷스파는 이를 재활용하는 시설을 증설해 비즈니스의 기회가 커지고 환경적 가치 역시 함께 증가하는 선순환이 계속 이루어질 것이다. 이처럼 ESG 투자를 통해 사회적 가치와 투자 수익 모두가 함께 증대되는 사례를 넷스파가 지속적으로 확대해나갈 것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