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가까이 매일 꽃을 만지다 보니 손이 이렇게 됐어요.”
윤공순(61) ‘99플라워’ 대표는 지문이 닳아 없어진 양손을 보여줬다. 최근 서울 서초구 양재동 99플라워 사옥에서 만난 그는 “지금도 우리 홈페이지에 있는 모든 제품 하나하나를 다 챙긴다”며 “꽃바구니와 꽃다발에 필요한 종이박스, 포장지까지 직접 고르고 디자인한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꽃 장사는 변화가 빠르고 트렌드에 민감해서 새로운 디자인, 차별화된 꽃 조합을 늘 고민해야 한다”며 “힘들지만 매일이 새롭다”고 말했다.
99플라워는 국내 꽃배달 프랜차이즈 1위다. 전국 620여 가맹점을 보유해 어디서든 2시간 내에 싱싱한 꽃을 배송하는 서비스로 인기를 끌며 작년 매출 192억을 기록했다. 99플라워가 디자인을 정해 포장지를 포함한 재료를 가맹점에 보내고, 가맹점은 99플라워를 통해 주문을 받아 상품을 제작·판매한다. 윤 대표는 “온라인으로 주문해도 직접 꽃을 사는 것처럼 신선한 꽃을 배달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서울 사옥과 직원 30여 명을 둔 기업으로 성장한 99플라워의 시작은 40년 전 가건물 1평 꽃가게였다.
◇‘흙수저 출신’ 기업인
윤 대표는 스스로 ‘흙수저 출신’이라고 말한다. 6남매의 막내였던 그는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면서 초등학교를 중퇴하고 열한 살에 남의집살이를 시작했다. 이후 파출부·식당 설거지·공장 인부까지 안 해본 일이 없다고 한다. 윤 대표는 “한겨울 물을 긷다가 언 발에 피가 날 정도였지만 혹여 쫓겨날까 불평 한마디 못 했다”며 “그 시절을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난다”고 했다.
윤 대표에게 창업의 기회가 찾아온 건 경기도 송탄 상업은행(현 우리은행) 지점 앞에서 과일·오징어 노점을 하던 1983년이었다. 당시 그는 점포 앞에서 쫓겨나지 않기 위해 매일 아침 은행 앞 거리를 청소했다. 윤 대표의 성실함을 눈여겨보던 지점장이 어느 날 “은행 옆 가건물에서 꽃집을 해보지 않겠느냐”고 했다. 윤 대표는 “1평 남짓한 공간이었지만 내 가게가 생겼다는 것이 말할 수 없이 기뻤다”고 했다. 99플라워로 이어진 1평 꽃가게 이름은 ‘송탄 화원’이었다.
◇꽃 배달 프랜차이즈 사업 확대
윤 대표는 독학으로 꽃을 배워 가게를 키워갔다. 첫 가게를 연 지 몇 년 만에 가게를 넓혀 이전했고, 1999년엔 264㎡(80평) 비닐하우스를 마련해 가게 이름을 99플라워로 바꿨고, 2004년부터 꽃 배달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눈을 돌렸다. 그는 3년 넘게 전국을 돌며 가맹점을 모집했다. 윤 대표는 “이번 주는 전남, 다음 주는 전북 식으로 일주일 단위로 읍·면 단위까지 돌며 ‘잘하는 꽃집이 어디냐’고 물어물어 가게들을 찾아가 주인들을 설득했다”고 말했다.
그는 업계의 한 달 뒤 정산 관행을 깨고 가맹점에 대금을 즉시 지급하며 신뢰를 쌓았다. 생화에 식용 염료를 쓴 파란 장미, 꽃바구니에 금줄을 두른 출산 바구니 같은 아이디어 상품을 꾸준히 개발했다. 덕분에 2016년 서울 양재동에 지하 1층~지상 5층 사옥을 지었다. 그는 “사옥 건설 때 돈 한 푼 빌리지 않았다”고 했다. 윤 대표는 지난 7월 은탑산업훈장을 받았다. 그는 “앞으로도 전국의 작은 꽃가게 사장님들을 섬기고 상생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