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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톨트 브레히트의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 떠오른건, 컴업2022의 최혁재 스푼라디오 창업가 발표를 들으면서였습니다. 백 곳 가운데 아흔아홉 곳은 사라집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만난 창업자 분들 가운데 상당수는 1~2년 후엔 스타트업을 떠났을테지요. “투자금 1억원마다 어깨에 벽돌 한장씩 올리는 부담을 느꼈다”는 최 창업가는 그렇게 11년을 버티고, 지금도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쫌아는기자들이 시즌7를 시작합니다. 만나는 창업가마다 미래를 고민하는 지금, 시즌7를 준비하면서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세상 모든 스타트업을 응원한다’(쫌아는기자들 프로젝트의 모토)는건, 얼마나 힘들고 무모한 일인가. 예전 시즌1~6를 시작할때 느꼈던, 경쾌함이나 설렘은 움추러들었습니다. [살아남은 자의 슬픔]과 같은 詩가 머릿 속을 맴돌았습니다.

한 장의 사진이 모든 걸 날렸습니다. 스타트업 인티그레이션의 정희범 창업가의 사진입니다. 스타트업은 세상의 페인포인트를 해결하려고 등장했고, 그래서 창업가가 세상 모든 짐을 짊어지고 있지만, 실은 누군가의 아빠이고, 엄마이고, 삼촌이고, 이모이자, 때론 아들딸이고 연인인 겁니다. 힘들어도, 이 문제만은 꼭 풀어야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었던게 아닐까요. 쫌아는기자들은 세상 모든 창업가와 그들이 사랑하는 모든 인연을 응원합니다.


1. 인티그레이션의 정희범, 매출 27.5배 성장

“의료인이 진료에 집중할수록 사람들은 더욱 건강해집니다. 저희는 의료진이 진료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수록, 의료서비스의 질은 높아지고, 사람들은 더욱 건강한 일상을 살아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의료공급자 분들이 진료에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프랜차이즈 인프라 수준의 서비스를, 플랫폼이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인티그레이션이 풀려는 페인포인트입니다. 인티그레이션은 메디스티림(Medistream)과 모어덴(Deneer)이라는 스타트업 두 곳이 인수합병으로 하나가 된 형태입니다. 메디스트림은 한의계 플랫폼, 모어덴은 치의계 플랫폼입니다. 정희범 대표는 한의사이고, 메디스트림을 맡고 있습니다. 모어덴은 치과의사인 송언의 대표가 이끕니다.

의료인 가입자수는 4만4000여 명입니다. 작다고요? 천만예요. 의료인의 플랫폼인 인티그레이션은 한의계의 69%(2만7400여명 가운데 가입자는 1만8900여명), 치과계 43.3%(3만1900여명 가운데 1만3800여명), 치위생 19%(6만1900여명 가운데 1만11700여명)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의료인 플랫폼으론 이미 독보적인 위상까지 올라가고 있습니다. 4년의 분기 매출은 그런 인티그레이션의 스토리이기도 합니다. TBT의 추천입니다.

스타트업 인티그레이션의 정희범 창업가의 사진입니다. 이 아이가 스무살이 됐을때, 이 날을 기억하길 바라는 소망을 담아, 시즌7을 시작합니다. /사진 정희범님 제공

2. 캐치테이블의 용태순, 식당 예약의 세계

미식가라면, 혹은 회식 예약을 담당해야 하는 팀원이라면 한번쯤은 꼭 써봤을 앱. 캐치테이블입니다. 지금은 식당 예약앱으로 빠르게 확장하고 있지만, 사실 캐치테이블은 3년 동안 B2B, 그러니까 식당 점주들을 상대로 유료 구독 앱을 팔고 있었습니다. 모두 점주 DB를 모으기 위한 큰 그림의 일부였다고 합니다. 이를 위해 당연히 기나긴 데스밸리를 견뎌냈다고요.

용태순 대표는 데스밸리조차 계획에 있었다고 합니다. 캐치테이블은 최근 식당 점주용 포스기를 내놓았습니다. 예약앱도 캐치테이블의 끝이 아니라고요. 마블 MCU의 페이즈1, 페이즈2 처럼 차곡차곡 단계를 밟아가는 캐치테이블의 큰 그림을 알아봤습니다. 추천인은 알토스벤처스입니다.

캐치테이블의 용태순 대표.

3. 비즈니스캔버스의 김우진과 타입드. “마이크로소프트의 워드 대체”

김우진 대표는 이메일로 회사 소개서를 보내왔습니다. 클릭했더니, ‘타입드(typed)’라는 워드로 연결됐습니다. 구글의 신규 서비스인가 생각했는데, 개인정보를 입력하라네요. 1분만에 입력했고, 스타트업 ‘비즈니스캔버스’의 회사 소개서를 열었습니다. 한참 읽다가, 깨달았습니다. ‘나도 이제 비즈니스캔버스의 회원이 됐구나’라고요. 타입드는 비즈니스캔버스의 서비스입니다. G메일함에는 ‘타입드 소개 메일’이 와있었습니다.

회사 소개서에 나온 문장만 적어놔도, 김우진 대표가 왜 창업했는지 전해질 것 같습니다. 인용합니다. “문서 기반 협업툴 ‘타입드’는 협업툴 업계의 ‘이단아’...구글이 타입드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협력 파트너로 삼아... 구글은 타입드와 워크스페이스의 결합상품 등을 출시....타입드의 핵심 솔루션을 토대로 경쟁사인 MS오피스에 대적하겠다는 취지다” “김우진 대표는 외국어고를 다니다 영화감독이 되겠다며 학교를 그만두고 프랑스로 유학을 간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그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워드를 대체하는 툴로 자리 잡고 싶다’고 말했다.” “타입드는 ‘당신의 두번째 두뇌(Your Second Brain)’라는 타이틀을 내걸었다. 이용자가 수집한 정보를 개인의 ‘지식화’ 하는 데에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이다”

글로벌 협업툴 SaaS에서 한국 스타트업이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까요? 2020년 7월 설립한 비즈니스캔버스는 그 대답을 찾는 스타트업입니다. 스탠포드대, 예일대, 뉴욕대, 런던정경대, 서울대, 한양대 등 온갖 출신의 창업팀이 모여, 엔터프라이즈 SaaS 시장에서 창업 2년 만에 184개국에서 가입자를 확보했습니다.

비즈니스캔버스의 공동창업자들. 왼쪽끝이 김우진 대표다. / 비즈니스캔버스 제공

찬4. 두핸즈의 박찬재, 풀필먼트의 생존법

두핸즈는 2022년 11월의 스타트업입니다. 빙하기의 한복판에 서 있습니다. 풀필먼트 서비스를 합니다. 커머스 시장에서 판매자 대신 주문을 관리하고 제품을 배송하는 일입니다. 물류이긴 하지만, 물류라고만 하기엔 조금 다른 시장이기도 합니다. 두핸즈는 2015년 품고를 선보였습니다. 2019년 네이버 등에서 55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2021년 9월에는 IMM인베스트먼트, 산업은행 등에서 216억원을 투자받았습니다. 전국 5곳에 풀필먼트 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네이버를 검색하면 ‘두핸즈가 경영악화로 직원 절반 이상에 권고사직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 박찬재 창업가에게도 힘이 되길.

퓨처플레이의 추천입니다.

2013년 박찬재 창업가의 모습. 당시 성균관대 우수 재학생으로 선정됐을때 사진. /조선일보DB

5. 안티그래비티 연봉근, “좋은 속옷 치수는 둘레 아닌 부피”

안티그래비티는 기존의 문법을 거부하는 스타트업입니다. 어떤 문법이요? 여성 속옷인 브라의 사이즈를 가슴 둘레로 재는 것을 거부합니다. 부피로 재야한다고요.

“A컵만 하더라도 최소 120cc 최대 380cc의 부피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 안티그래비티의 창업가 연봉근 대표의 주장입니다. 아내의 산후우울증을 계기로 가슴 둘레와 속옷을 공부하기 시작했는데 이미 2000년대 가슴 속옷의 사이즈를 둘레가 아닌 부피로 해야한다는 논문이 여러차례 나왔다고 합니다. 의료 현장에서는 부피로 측정하는데, 레거시 속옷 업체들이 아직도 둘레를 쓴다고요. 연 대표는 이렇게 기존 문법을 거부하고 AI를 기반으로 가슴 둘레를 측정하는 기술을 개발, 속옷을 만드는 회사를 차렸습니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의 추천입니다.

6. 포자랩스 허원길, 인공지능 작곡가의 등장

포자랩스는 AI 작곡가를 만드는 스타트업입니다. ‘AI 작곡가? 얼마나 실력이 좋겠어’라고 말한다면 오산일지도 모릅니다. 아래 링크는 기자가 포자랩스 AI에 “SF 영화에 나올 것 같은, 웅장한 오케스트라 영화 OST를 만들어줘”라고 의뢰하자 약 10분만에 돌아온 파일입니다.

<음악듣기>

물론 사람이 만든 곡의 퀄리티를 이길 수 없습니다. 웅장한 OST를 영화에 쓴다면 최우선 섭외 작곡가는 한스 짐머겠죠. 그런데 누가 AI 작곡가를 필요로 하냐고요? 바로 유튜버, 그리고 OTT 서비스를 하는 콘텐츠 제작 업체들입니다. 음악의 저작권료는 굉장히 복잡한 체계로 되어있고, 지상파 TV에 사용하는가, 인터넷에 사용하는가에 따라 매겨지는 가격도 또 제각각입니다. 그래서 유튜브를 볼 때 유튜버들이 저작권 때문에 음악을 끄거나 저작권 FREE 음악을 사용하고요. 바로 이들의 페인포인트를 파고 들 수 있는 작곡가가 AI 작곡가입니다. 저작권을 받지 않고 양산된 곡을 파니까요. 그래서 최근 CJ E&M이 포자랩스에 투자했을지도 모릅니다. 음악을 좋아해 공대에서 록밴드를 하다 결국 AI 작곡가까지 만든 창업자 허원길 대표를 만났습니다. 추천인은 쫌아는기자 2호인 임경업 기자입니다.

포자랩스의 허원길 대표. /포자랩스 제공

7. 셀렉트스타 김세엽, 인공지능도 문제집이 필요하다

AI는 왜 똑똑해질까요. 사람보다 빨리 배우는 것도 AI가 똑똑한 이유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배운다는 것은 AI가 배울 수 있도록, 컴퓨터의 언어로 학습지를 만들어줘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죠. 그러면 이 학습지는 누가 만들까요. 마치 알파고가 바둑의 기보를 학습했던 것처럼요.

AI 학습을 위한 데이터를 만드는 작업을 데이터 라벨링이라고 합니다. 사실 알파고의 기보는 상대적으로 라벨링이 쉬운 녀석이었습니다. 사진, 움직이는 동영상처럼 라벨링이 훨씬 까다로운 데이터들이 세상에는 많죠. AI 업계에선 이 라벨링을 일종의 노가다라고 합니다.

셀렉트스타는 AI 라벨링 작업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든 스타트업입니다. 라벨링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매칭 플랫폼을 만들어 검수자들을 끌어들였고, 기업들은 라벨링을 의뢰하는 방식이죠. 기술을 이용해 라벨링의 품질을 관리하기도 합니다. 셀렉트스타의 창업자, 김세엽 대표를 만납니다. 추천인은 카카오벤처스입니다.

8. 그린랩스 신상훈, 스마트팜 보급률 1%인 한국에 등장한 농업 스타트업

그린랩스의 창업가 신상훈 대표는 연쇄창업자입니다. 데이팅앱 아만다의 창업가였습니다. 그린랩스의 C레벨도 다들 연쇄창업자라고 합니다. 그린랩스는 유니콘에 꽤 다가간 스타트업입니다.

농업 곳곳에 IT 기술을 입히고 있습니다. 스마트팜 기술을 개발 보급합니다. 농민들이 사용하는 앱도 만들었습니다. 작황을 기록하고, 비료를 구매하고, 도매가를 확인할 수 있는 앱이죠. 최근에는 내부에 금융회사도 만들었다고 합니다. 추천인은 쫌아는기자 3호인 장형태 기자입니다.

그린랩스의 신상훈 대표. /그린랩스 제공

9. 퓨처EV 김경수, 전기차 스타트업의 명암과 진실

요즘 세상에 전기차를 만든다는 스타트업을 믿는 사람이 있을까요? 전기차를 만든다고 정부 보조금만 왕창 받고, 제대로 만들지 못해 도산하거나, 무늬만 회사 간판을 걸어놓은 회사가 너무 많습니다. 대부분 중국제 부품을 한국으로 들여와 조립만 해서 파는 곳들도 적지 않습니다.

쫌아는기자들팀이 퓨처EV 인터뷰를 두고 내부 논의를 서너차례나 한 이유입니다. 하지만 퓨처EV는 조금 다르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관리시스템(BMS)를 직접 설계했다고 하고요, 차체를 비롯해 핵심적인 부품들은 직접 설계하고 만들기도 한다고 합니다.

창업자는 카이스트 교수를 지냈던 김경수 대표입니다. 사실 퓨처EV가 만들겠다고 하는 다마스 류의 1톤 미만 경상용차는 시장의 페인포인트가 큰 세그먼트이기도 합니다. 내연기관 다마스가 단종됐거든요. 과연 퓨처EV가 국내 전기차 스타트업의 뾰족한 한 방이 될 수 있을까요.

10. 카사 예창완, 강남에 빌딩을 공동 소유라도 하고픈 30~40대 남성 샐러리맨의 꿈

세상에 없던 새로운 부동산 투자라고 들어본 적 있으신지요? 빌딩을 일반인이 투자할 순 없습니다. 100억, 200억원씩 굴리는 큰 손들의 세상이죠. 상업용 부동산에도 일반인의 길을 열자는게 카사입니다. 역삼 런던빌을 포함해 서초 지젤타워, 역삼 한국기술센터 등 6건을 그렇게 성사했습니다. 수익율도 나쁘지 않습니다. 한국기술센터는 일반인들이 공모로 쪼개 구매한뒤 매각했는데, 수익률이 12.24%였습니다. 빌딩에 투자하려는 일반인들이 몰렸고, 회원수는 17만명이라고 합니다. 주로 30~40대 남성입니다. 하지만 말은 쉬운데, 어떻게 일반인들의 소액을 모아서 빌딩을 매입하고 관리하고 임대주다가 매각해서 차익을 벌고, 그걸 나눠준다는거죠?

카사 예창완 창업가는 민족사관고를 나와, 스탠포드대에서 컴퓨터사이언스를 공부했습니다. 귀국해선 텀블벅의 CTO를 했습니다. 2018년 카사를 설립했습니다. 상위 1%의 극소수 자산가들만의 투자처였던 빌딩 투자를 대중에게 돌려주자고, ‘한국 최초의 부동산 디지털 수익증권 거래소’를 만든 겁니다. 물어볼게 너무 많습니다. 덥석 믿기엔, 너무 좋은 이야기라서요. 40대 샐러리맨이 강남 한귀퉁이 빌딩을 공동 소유하고, 10%대의 매각 차익을 누린다? 대중에게 돌려주는건 좋은데, 그러다가 손실이 나면, 그 리스크는요? 빌딩의 소유 문제는요? 매쉬업엔젤스의 추천입니다.

카사 예창완 대표. /카사 제공

11. 네메시스의 왕성호, 바이오 신호처리 반도체의 이해

네메시스는 반도체회사입니다. 회사 소개서를 부탁하니, 위에 사진처럼 주소가 왔습니다. 핵심 테크놀로지에 대한 설명이 있는데, 이것을 봐선 알 수가 없습니다. 대략 추정컨대, ‘팹리스’로 보입니다. 설명에는 ‘반도체 기반의 지능형 바이오 시그널 프로세싱 솔루션’을 헬스 케어 디바이스 제조사에 공급하는게, 네메시스라고 합니다.

조금 더 자세한 설명을 달라고 부탁했더니, “네메시스는 바이오 신호처리 반도체를 기반으로 바이오 센서 기술 및 기계학습 알고리즘을 이용하여 바이오 신호처리 솔루션을 메디컬, 헬스 디바이스 제조사에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네메시스의 바이오 반도체 솔루션은 개인화 및 질병의 예측이 가능하도록 하는 솔루션으로 바이오 마커와 바이탈 사인의 신호를 처리합니다. 기존 메디컬 디바이스의 어려운 점인 작은 사이즈로의 제작, 저전력 구현등을 네메시스의 반도체 칩을 이용하여 구현 할 수 있습니다.”라고 합니다. 캡스톤의 송은강 대표님 추천인데, 쫌아는기자들이 어려운 분야를 제대로 해석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