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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 분이 한가지 의뢰를 했습니다. 쫌아는기자들이 네이버에선 찾을 수 없는, 날 것 같은 뾰족한 콘텐츠에 집착하는건 좋은데, ‘실밸 진출하기 원론편’ 같은 것도 부탁한다고요. 막상 네이버 뒤져봐도 없다고 합니다. 실리콘밸리에 있는 김성민 특파원에게 부탁했습니다. 그는 ‘그렇다면 이분이겠네요’라고 합니다. 쫌아는기자들에게 startup@chosun.com 로 의뢰하시면, 능력이 닿는한, 최선을 다해 맞춤형도 보내드립니다.

글로벌 시장, 특히 미국에 진출 도전하는 스타트업은 ‘현지화가 핵심’이라고 모두가 알고 있다. 하지만 성공은 극히 일부의 몫이다. 한국의 실력있는 스타트업들이 미국에서 성공을 거두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실리콘밸리의 수많은 전문가 중 누구에게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까. 고민 끝에 이 사람이 떠올랐다. 실리콘밸리에서 벤처캐피털(VC) 프라이머사제파트너스를 운영하고, 한국 스타트업의 미국 진출을 돕기 위한 실리콘밸리 한인 창업 커뮤니티 ‘82스타트업’을 만든 이기하 대표다. 그는 미국에서 전자상거래 업체, 뉴스 제공 플랫폼, 기업 소개 서비스 등 다양한 사업을 해봤고, 2014년부터는 한인 스타트업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업스테이지, 닥터나우, 빌드블록, 임프리메드, 지구인컴퍼니, 아이디어스, 호갱노노, 숨고, 세탁특공대, 플릿업, 큐픽스, 자비스, 미소 등 300여 곳에 달한다.

그의 조언을 정리하면 이렇다.

-회사 규모 키운 후 글로벌 진출하려고 하지 말고, 할거면 처음부터 진출해라

-플립(본사 이전)을 할거면 빨리 해라

-팀만 보내지 말고 창업자가 직접 와라

-영어는 기본이다

-반드시 실리콘밸리일 필요는 없다

이기하 프라이머사제파트너스 대표/프라이머사제 제공

◇로봇태권V를 만들고 싶었던 기계과 유학생은 웹2.0 시대에 놀랐다

이기하 대표는 1972년생, 연세대학교 기계공학과 92학번이다. 1997년에 서울대 기계설계학과 석사를 마치고 1999년 8월 미국 UC버클리로 박사 유학길에 올랐다. 그는 로봇 태권V나 마징가Z 같은 것을 만들고 싶었다. “기계공학과에 가면 그럴 수 있을줄 알았다. 하지만 디테일하게 공부하면서 흥미를 잃었다. 교수를 꿈꾸며 유학길에 올랐지만 너무 재미가 없어서 이걸로 평생 먹고 살아야하는지 고민이었다”고 했다.그는 UC버클리 기계공학과 박사 과정을 하며 컴퓨터공학 석사 과정도 밟았다. 이 대표는 “코딩을 하면 결과가 즉석에서 나오는 것이 너무 재미있었다. 스피드의 매력에 빠졌고, 코딩과 프로그래밍이라는 새로운 세계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그가 학업을 마친 2004년은 웹2.0이라는 개념이 뜨기 시작했던 때다. 플랫폼을 만들면 여러 사람이 참여해 콘텐츠를 공유하며 이를 통한 광고 등 수익이 발생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페이스북, 유튜브, 링크드인이 막 생겼고 공유업체인 우버, 에어비앤비가 태동했다. 특히 그는 구글이 모든 사이트를 연결하고, 결국 그 사이트들이 구글의 자산과 비슷해지는 현상이 신기하게 느껴졌다고 했다. 구글은 1번 클릭에 1~2달러의 광고비를 벌었다. 그는 “11년간 공부하던 것이 머릿속에서 무너진 순간이었다”고 했다.

그는 아내와 함께 홈페이지를 대신 만들어주는 사업을 시작했고, 2005년 2월 뉴스를 모아 보여주고, 일반 사용자들이 참여하는 ‘오크(Oak)뉴스’를 창업했다. 쉽게 말하면 오마이뉴스 같은 인터넷 언론 플랫폼이다. 하루 방문객이 2000명 정도였고 현지 직원 7~8명을 뒀다. 하지만 수익이 나지 않았다. 자본금이 떨어지자 직원들을 내보내고 미 캘리포니아 플레젠튼 자택에 있는 방 하나를 사무실로 썼다. “수익을 내려면 오크뉴스에 광고를 붙이면 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그게 바로 창업자들이 초반 많이 하는 패착”이라며 “페이스북이나 유튜브 같은 수억명을 대상으로 하는 대규모 플랫폼에서나 광고 수익이 나지, 웬만한 플랫폼에서는 광고로는 수익이 안나온다”는 답이 돌아왔다.

2020년 미 실리콘밸리 플러그앤플레이에서 열린 82스타트업서밋 모습. 400여명이 참석했다. /82스타트업 제공

◇실밸서 웹투리스트, 코코베이... 2년간 5번의 실패 후에 도달한 딜스플러스

살기위해 그는 다양하게 피봇했다. 다양한 기업 사이트를 소개해주는 웹투리스트, 중고물품 거래 플랫폼 코코베이 등 2년간 5개의 아이템을 출시했다. 하지만 실패를 거듭했다. 그는 또 피봇해 2006년 7월 딜스플러스라는 전자상거래 관련 업체를 만들었다. 이 대표 자신이 개발자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사업 아이템을 테스트하고 빨리빨리 피봇을 할 수 있었다.

당시는 아마존이 시장을 장악하기 전이었다. 전자상거래 춘추전국시대였고, 물건 할인 딜(거래)이 많았다. 딜스플러스는 이러한 할인 정보를 모아서 보여주고, 고객들도 자발적으로 딜을 공유하는 사이트였다. 초반 두 달은 이용자가 거의 없었지만 딕(Digg)라는 유명 사이트에 소개가 되면서 빵 터졌다. 매년 2배씩 성장했고, 2013년엔 한 달에 1000만명이 들어오는 사이트가 됐다. 이 대표는 이 과정에서 스타트업 업계의 ‘90대 9대 1의 법칙’을 체감했다고 했다. 100명의 사용자가 있다면 90명은 눈팅만 하고, 9명은 댓글을 달고, 1명은 자신의 콘텐츠를 올린다는 것이다.

그가 성공하자 한국에서 창업자 후배들이 찾아왔다. 당시만 해도 실리콘밸리에 한인 창업자는 거의 없었다. 한국에서는 권도균 프라이머 대표,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 이재웅 다음 창업자 등 1세대 창업자가 후배를 돕자는 움직임이 있었다. 이 대표도 2012년부터 프라이머에 조인해 후배들에게 멘토를 해줬다. 너무 재미있고 보람됐다고 했다.

“어느 순간 완전히 빠져서 사업보다 멘토링에 더 집중하고 있더라.” 그는 2014년 자신의 회사 법인 아래 사제파트너스라는 투자 조직을 만들었다. 스승과 제자라는 말로 누구나 배우고 도와준다는 뜻이다. 그때 투자한 곳들이 아이디어스, 호갱노노, 숨고, 세탁특공대, 플릿업, 큐픽스, 자비스, 미소 등이다.

◇실밸에서 ‘한국인 스타트업에만 올인’하는 VC

그의 사업이던 딜스플러스는 아마존이 시장을 장악하고, 이 대표가 투자 업무에 집중하면서 점차 어려워졌다. 그는 “CEO 한명이 잠깐 다른 일을 한다고 회사가 안 돌아가는게 말이 되느냐고 하지만 그게 큰 착각”이라며 “CEO가 사업의 핸들을 꽉 잡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2018년 이 대표는 정식으로 벤처캐피털(VC)를 만들기로 하고 권도균 대표를 영입해 프라이머사제파트너스를 차렸다. 그동안은 딜스플러스에서 번 돈으로 투자한 것이라면 이제는 LP 등에서 돈을 끌어와 투자를 하는 것이다. 3년에 걸쳐 500억원 규모의 첫 펀드를 마련했고 업스테이지, 닥터나우, 빌드블록, 임프리메드, 지구인컴퍼니 등에 투자했다. 좋은 투자 실적을 바탕으로 프라이머사제파트너스는 작년 10월부터 2차펀드 조성에 나섰고, 현재까지 1억달러(1300억원)를 모았다. 현재도 펀드레이징 중이고 목표액은 2억달러다.

그는 투자 원칙으로 ‘한국인이 창업한 스타트업에만 투자한다’는 것을 내세운다. “이스라엘은 이스라엘인이 창업한 회사에만 투자하는 VC가 20개가 넘는다. 미국에서 다양한 인종과 민족을 봤는데 한국 사람은 매우 뛰어나다. 최상급 머리를 가졌고 성실하다. 한국 사람들은 스타트업 하다가 실패하면 인생이 끝났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정말 열심히 한다. 현재까지 우리가 투자한 스타트업 중 폐업한 곳은 한 곳도 없다.”

그는 2018년에 미국 내 한인 창업자 모임인 82스타트업을 만들었다. 처음엔 식사 모임이었지만 점차 커졌고 이제는 매년 행사도 한다. 내년 CES가 끝난 후인 1월 9일 실리콘밸리에서 코로나 이후 3년만에 오프라인으로 ‘82스타트업 서밋’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그는 “한국 창업자가 미국에서 사업할 때 가장 큰 단점이 네트워크가 없다는 점”이라며 “네트워크가 없으면 초기 투자를 받기 어렵고, 다른 기업과 협업이나 파트너십이 어렵다. 창업자와 투자자, 창업자와 창업자를 이어주려 한다”고 했다.

이기하 대표(맨 왼쪽)가 작년 본지 ALC에 무대에서 정세주 눔 대표(가운데), 팀 황 피스컬노트 대표와 대담하고 있다. /조선DB

◇미국 노리는 스타트업을 위한 조언 1. “플립할꺼면 빨리 해라”

그는 미국에 진출하려는 스타트업들은 “완전히 새로운 곳에서 새로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그와의 대화를 일문일답으로 구성한다.

-한국 스타트업이 미국 시장에 진출해서 가장 부딪히는 난관은 무엇인가?

”지금까지 300개 넘는 스타트업에 투자했고 1년에 1000개의 회사를 만난다. 가장 크게 느끼는 것은 한국에서 사업하다가 글로벌로 그대로 가져와서 진출하겠다고 생각하면 거의 다 실패한다는 거다. 한국에서 제품과 웹사이트를 잘 만들어도 그건 한국사람을 위한 것이다. 미국인에 맞지 않다. 예컨대 필리핀 스타트업이 현지에서 잘 나간다고, 그대로 한국어로만 바꾸면 한국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아니다. 싸이월드도 미국에 진출했었는데 한국과의 감성이 많이 달라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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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언2. “현지서 백인 채용? 창업자가 직접 와서, 처음부터 다시 도전”

-미국 시장을 노려야 하는 이유가 있나?

-한국 스타트업들이 제일 많이 물어보는 것은 뭔가?

-창업자가 꼭 미국에 와야 하나?

-미국 진출 시 꼭 실리콘밸리에 사무실을 둬야 하나?

-미국 시장에서 유니콘이 된 한인 스타트업은 전부 B2B다. B2C의 성공 가능성도 있나?

◇조언3. “한국 스타트업은 아직은 듣보잡... 10년 후엔 미국서 한인 유니콘 20개 이상 나올 것”

-미국 투자를 받을 때 국적에 따른 구분이나 차별이 있나?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는 한인 스타트업이 하나둘 나오는데, 실리콘밸리 투자자의 시선 변화가 좀 있나?

-최근 스타트업 투자 시장이 혹한기다. 앞으로는 어떨 것 같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