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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성공한 창업가로 알려졌던 여러 지인들이 ‘구조조정’ ‘기업가치 하락’ ‘상장 실패’ ‘매각’ 등의 이야기에 휩싸였습니다. 옥석을 가리는 시기라는 냉정한 이야기도 듣곤 합니다. 성공한 창업가는 절대 선이고, 실패하면 무가치한 악인 걸까요. 탐욕과 창업가 정신의 차이는 결국 기업의 성공과 실패로 갈리는 것일까요. 물음의 답을 찾으려다가, 손정의(일본명 손마사요시)를 찾았습니다. [손정의 회장의 탐욕일까요, 아니면 창업가 정신일까요]를 주제로, 최근 벌어진 3가지 테마를 정리했습니다. 아쉽게도 쫌아는기자들도 정답을 모릅니다. 창업가를 해본 적도 없고, 스타트업에서 일해본 적도 없는, 쫌아는기자들의 최선은 구독자분들께 고민할 꺼리를 힘껏 던지는 정도입니다.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그룹은 이달초 3분기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최종이익 3조336억엔(약 29조2000억원)입니다. 숫자로는 최악의 손해를 냈던 2분기의 3조1627억엔 적자에서 위기 탈출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정반대입니다. 소프트뱅크그룹이 운영하는 비전펀드는 회계상 4조3535억엔의 손실을 기록했습니다. 소프트뱅크그룹도 투자에 따른 손실이 8496억엔입니다. 미국 도어데시나 중국 센스타임과 같은 투자회사의 주가가 하락했습니다. 엔저 탓에 환차손도 1조954억엔이나 났습니다.

그런데도 흑자로 보이는 이유는 보유했던 알리바바주식을 팔아, 5조3716억엔의 이익을 계상한 덕분입니다. 6월말 23.7%였던 알리바바 지분율은 9월말 14.6%로 감소했습니다. 알리바바 주식은 소프트뱅크그룹의 재정적인 보루와 같은 존재이지만, 2분기의 엄청난 적자라는 벽 앞에선 3분기는 ‘생존 우선’ 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반기 실적(4~9월)은 최종 적자입니다. 아무리 알리바바 주식을 팔았어도, 투자회사의 주가 하락이란 거대한 파도 앞에선 좌절한 겁니다.

손정의 회장은 투자자이기 이전에 창업가입니다. 100조엔이란 엄청난 비전 펀드를 만들기도 했지만, 원점은 창업가라는데서 바뀌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는 현재 바닥에 있습니다. 바닥에서야 진짜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하나요? 손정의 회장의 고통스런 시기인 2022년 11월, 그의 현재를 볼 수 있는 테마 3가지입니다.

1998년 김포공항에 선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 손 회장은 당시 빌게이츠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회장과 함께 한국에 입국했다. /조선일보DB

[1] 빚쟁이 손정의, 개인 빚 6조5000억원을 짊어진 이유

이달 11일에 발표한 ‘2022년 9월 중간 연결 결산 공표 자료’에선 뜻밖의 사실이 공개됐습니다. 손정의 회장이 소프트뱅크그룹에 무려 6814억엔(약 6조 5000억원)의 개인 빚을 지고 있다는 겁니다. 일본에서 가장 큰 부자라는 손 회장이 빚쟁이가 된 이유는 뭘까요.

손 회장의 소신은 “펀드를 운영하는 경영진도 투자자와 똑 같은 리스크를 짊어져야한다”는 것이라고 합니다. 통상 펀드를 모집할 때 운영 책임 회사는 상당부분 출자하고, 다른 투자자를 유치해 거대한 자금을 마련합니다. 같은 배를 타는 거죠. 하지만 손 회장의 철학은 한발 더 나갔습니다. 펀드를 운영하는 경영자 개인도 같은 리스크를 져야한다고 말합니다.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억울할때가 펀드 가입해서 손실이 났는데, 정작 펀드 가입 권유한 창구 직원은 아무런 손해가 없을때 아닐까요. 마찬가지로 거대 투자펀드를 운영하는 소뱅그룹도 운영 펀드가 망가졌는데 운영하는 경영자 개인은 손실없이 월급만 받아가선 안된다는 겁니다. 물론 펀드가 수익을 내면, 경영진은 단순한 성과 보수 뿐만 아니라, 그보다 몇배~몇십배의 투자 수익도 같이 가져갑니다. 말하자면 펀드에 돈을 낸 투자자보다 경영진들이 펀드의 성공과 실패에 더욱 절실한 구조를 만들려고 한 셈입니다. ‘나를 포함한 경영진이 스스로 리스크를 감수하고 투자 활동해야한다’는게 그의 지론인 셈이지요.

당초 손 회장은 2017년에 비전펀드1를 설립할 때 이런 시스템을 도입하려고 했습니다. 당시엔 소프트뱅크그룹의 주가가 하락했고 다른 경영진의 반대에 일단 보류했습니다. 2019년 설립한 비전펀드2에서 ‘공동출자’란 이름으로 시행했습니다. 손 회장은 경영진이 모두 참여하길 바랐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다른 경영진들은 모두가 ‘그 정도의 리스크는 짊어질 수 없다’면서 거절했습니다. 결국 손 회장이 먼저 참여하고, 다른 경영진들은 나중에 공동출자하기로 했습니다.

아무리 손 회장이라도 수조원대 현금을 펀드에 집어넣을 능력은 없습니다. 본인이 보유한 소프트뱅크그룹 주식을 담보로 넣고 소프트뱅크그룹에서 돈을 빌려, 펀드에 출자한 겁니다. 비전펀드2에 그렇게 손 회장은 4114억엔의 개인 빚을 지고 투자했습니다. 다른 펀드까지 합치면 6800여 억엔이 된 겁니다.

아시다시피 소프트뱅크그룹의 펀드들은 현재 최악입니다. 결산 자료을 보면 비전펀드2의 손 회장 출자 몫 가치는 올 3월말 시점에 2701억엔으로 줄었다가 9월말에는 ‘제로(0)’가 됐습니다. 상세한 투자 조건은 알 수 없습니다. 아직 비전펀드2의 가치가 제로가 아닌데, 그의 보유 몫만 제로가 된 이유까지는 확인이 안됐습니다. 하지만 결론은 회계상으론 돈을 모두 날렸고 고스란히 빚만 남은 겁니다. 앞으로 펀드 실적을 반전시키지 않으면 회계상 ‘미지급금’은 그대로 손 회장의 손실로 확정됩니다.

기한은 펀드의 청산 시점까지인데, 비전펀드2의 존속기간은 2032년까지 입니다. 빚인 만큼, 연 3%의 금리가 가산됩니다. 매년 갚아야할 빚은 늘어납니다. 손 회장이 보유한 소프트뱅크그룹 주식은 약 4억5000만주(현재 소뱅그룹의 주가로 평가시 가치는 약 2조7000억엔)입니다. 손 회장의 ‘공동투자’란 개념은 탐욕이었을까요? 만약 비전펀드2가 대박이 났다면 손 회장은 ‘담보 제공하고, 회사 돈으로 투자해서 거액의 이득’을 얻었을 겁니다. 그랬다면 누군가는 탐욕이란 비판 기사를 썼을지도 모르겠습니다.

2011년의 손정의 회장. 그해 6월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손 회장은 '신(新) 30년 비전’을 발표했다. “소프트뱅크는 30년 뒤 전 세계 시가총액 순위 10위에 드는 기업이 될 것”이란 것이었다. 2022년 현재, 그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조선일보DB

[2] 손정의의 원점은 19살의 가을, 그리고 “더는 단상에 안 오르겠다”

투자자이기 이전에 창업가인 손 회장은 정말 창업가를 믿고 맹렬한 투자를 했습니다. 지난 4년간 472개 스타트업에 투자했습니다. 나흘에 한 건씩 투자한 겁니다.

이달 11일, 3분기 결산 발표장에서 손 회장은 “결산 발표할 때 앞에 나서 내가 이야기를 하는건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말했습니다. 손 회장은 항상 결산발표장에서 단상에 올라, 인사말부터 실적 설명과 미래 비전, 그리고 질의응답까지 직접 했습니다. 확인 가능한 시점인 2003년 이후에는 모든 분기·반기·연간 결산발표일마다 한번도 빠짐없이 단상에 섰습니다. 손 회장이 단상에서 PT를 하는 모습은 너무 익숙해서, 항상 그게 당연해 보였지만, 생각해보면 20년간 3개월마다 꼬박꼬박 투자자와 언론 앞에서 성적표를 발표한 창업자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실리콘밸리의 유수한 기업 창업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실적발표 자리는 신제품 발표회와는 전혀 딴판입니다. 본인 비전과 자랑만으로 끝나는 자리가 아닙니다. 때론 추궁당하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손 회장도 이제 지친걸까요. 손 회장은 “이번을 마지막으로 하겠다”며 “물론 주총에는 참석하며, 돌발적인 일이 생기면 나오겠지만, 돌발적인 일은 없을 것으로 믿는다”고 했습니다.

적어도 투자자와 기업 경영자를 둘 다 100% 전력으로는 못한다는 현실 인식은 한 것 같습니다. 창업가의 함정인 ‘조직내에서 내가 모든 일을 제일 잘한다’에는 빠지지 않았습니다. 손 회장은 이날 “나는 ARM을 성장시키는데 몰두한다”고 말했습니다. 기업 경영자로서 매진하겠다는 뜻입니다. 투자 사업과 일상 업무의 권한은 고토 요시미쓰 최고재무책임자(CFO)를 포함한 다른 경영진에게 이양한다는 겁니다. 이날 실적 발표 자리에서도 손 회장은 27분간 인사말을 하고 내려갔고, 이후 소뱅그룹의 실적 발표는 CFO가 맡았습니다.

사실 과거에도 손 회장이 투자 2선으로 물러나고, 경영에만 몰두한 전례가 있습니다. 20여년 전입니다. 1994년 손 회장은 주식을 장외시장에 공개해 목돈을 확보하자, 단숨에 그 돈을 투자에 쏟아 부었습니다. 당시엔 인터넷 신흥 기업이 막 등장하던 시점이라, 웬만하면 돈을 벌 기회가 많았죠. 하지만 90년대말 미국 연방준비이사회(FRB)가 금리 인상을 시작했고, 돈의 흐름은 바뀌었습니다. 인터넷 버블이 터졌고, 손 회장은 약 5000억엔 정도를 손절매했습니다. 그리곤 야후BB라는 회사의 초고속 인터넷 전략의 전면에 섰습니다. 투자자에서 경영자로 돌아온 순간입니다.

경영자로 오자마자 다시 살아났다는 식은 아닙니다. 야후BB는 4년 연속 거액의 적자를 냈습니다. 손 회장은 초고속 인터넷의 확산을 확신했고, 결국 야후BB는 통신회사의 기반을 잡았습니다. 이동통신에도 진출했고, 일본에선 만년 꼴찌였던 소프트뱅크모바일이 애플의 아이폰과 전격 손을 잡고, 일본 이동통신판을 뒤흔들기도 했습니다. 초창기 애플은 일본에선 소프트뱅크에만 아이폰을 공급했습니다. 돈을 버는 소프트뱅크를 만든뒤, 손정의 회장은 다시 투자자로 돌아옵니다.

경영자 손정의에서 투자자 손정의가 된건, 2016년입니다. 세번째 테마에서 얘기할 ‘사람’ 문제 때문입니다. 2017년 소프트뱅크그룹은 영국 반도체회사 ARM을 인수했고, 손 회장은 “소뱅그룹은 투자회사”라고 선언합니다. 그리곤 비전펀드의 신화를 썼지만, 결국 다시 투자자에서 경영자로 복귀합니다.

이날 손정의 회장은 이른바 ‘인사말’을 27분간 했고, 대부분 ARM 이야기를 했습니다. 어쩌면 손 회장의 마지막일지 모를 이날 PT의 첫 장면은 단풍 낙엽을 배경으로 원점이라고 쓴 이미지였습니다. 그의 원점은 미국 유학 시절인 19살의 가을이랍니다. 당시 서점에서 과학지를 서서 읽는데, 마이크로컴퓨터 칩의 이미지를 가지고 미래 도시를 그린 듯한 기하학 무늬의 신기한 사진을 봤답니다. 그게 기업가로서 손 회장 본인의 출발점이었다고 말합니다.

원점이 반도체였으니.......................[이하 유료 구독자에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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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회장은 지난달 방한해 삼성전자의 이재용 회장을 만났다. 사진은 2년전 방한 당시의 모습. /뉴스1

[3] 손정의가 외로운 이유...라지브 미스라, 니케시 아로라

손정의의 중학교 동창생이 찍은 사진. 중3 때 소풍 가서 당시 유행하던 ‘부르스 리’ 흉내를 내는 손 회장의 모습. 손정의는 중학교를 졸업할 무렵, 친구들에게 “사실 나는 재일 한국인이야”라고 털어놓는다. /럭스미디어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