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3회 발행하는 유료 뉴스레터 [스타트업]입니다. 무료 가입은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43087 입니다. 무료 구독자에겐 본문의 절반을, 유료 구독자에겐 전문을 공개합니다. 유료 구독은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58656 입니다. 감사합니다.
동네치과와 동네한의원의 공통점은? 우리 사회에서 DX(디지털전환)가 가장 늦은 분야라는 겁니다. 의료계 중에서도 종합병원은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그나마 DX의 시도들이 이어지지만, 동네치과와 동네한의원은 대부분이 개원의입니다. 세상 똑똑하고 의료에 대한 열정이 가득한 20대의 젊은 한의사와 치과의사지만, 졸업과 동시에 라이선스 한장을 들고 허허벌판에 서야합니다. 학교에선 배웠고 실습도 했지만, 막상 알 수 없는 상황에 속속 부딪칩니다. 이 환자 분에게 어떤 처방을 내려야할까, 고민되는 때도 너무 많습니다. 뿐인가요.
병원 입지는? 인테리어는? 세금계산서는? 직원은? 월급은? 고객 관리는? 대기업 회사원이 치킨집을 차렸을 때와 거의 똑 같은 상황입니다. 아뇨, 더 열악합니다. 경영에 치이다보면, ‘앗, 요즘 논문이 뭐가 나왔지?’라는 고민까지요. 병원은 좋은 의료를 제공하는게 목적인데, 개원의가 바쁨에 매몰되면 선후가 바뀌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본인도 한의사인 정희범 인티그레이션 창업가는 “아침 6시반에 출근해서 먼저 이런저런 준비를 하고, 저녁엔 진료를 마친다음엔 2시간 정도 남은 일을 정리하는 한의사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며 “동기 한명이 과로사하기도 했어요”라고 합니다. “누군가 이분들을 도와줘야겠다, 그래야 더 좋은 의료를 환자들에게 제공하는데 시간을 더 많이 쓸 수 있을테니까요.”라고 말합니다.
인티그레이션은 메디스티림(Medistream)과 모어덴(Deneer)이라는 스타트업 두 곳이 하나로 뭉친 사례입니다. 메디스트림은 한의계 플랫폼, 모어덴은 치의계 플랫폼입니다. 따로 시작했지만, 정희범 대표(한의사)와 송언의 대표(치과의사)는 “결국 우리는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걸 깨달았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회사를 통합했답니다. 말하자면, 한의사와 치과의사의 고민이라면, 무엇이든지 도와주는 스타트업을 지향합니다. 타깃으로 하는 시장은 작아보입니다. 한국의 한의사는 2만7400여명, 치과의사는 3만1900여명입니다. 치위생사는 6만1900여명입니다. 인티그레이션의 의료인 가입자수는 4만4000여 명. 한의계의 69%(가입자 1만8900여명), 치과계 43.3%(1만3800여명), 치위생계 19%(1만11700여명)입니다. 하지만 10만명의 한의사와 의사들에게 DX를 제대로 안겨준다면, 그 혜택은 5000만 소비자에게 돌아갑니다. 보다 좋은 의료 서비스로요. 참, 최근 시리즈B 투자 유치했습니다. 100억원은 확정했고 추가 20억원은 마지막 협의 중입니다.
◇의사 겸업? 물의 온도 100도와 99도는 전혀 다르다
첫 질문은 “프로필은 의사 가운 입은 사진을 쓰시나요?” 였습니다. 정희범 대표는 “의사 가운 안 입었는데요”라고, 송언의 대표는 “있는 것도 있고, 안 입은 것도요. 회사 사진은 의사 가운 입었습니다”라고 답합니다. 의사는 자부심 가득한 ‘면허’입니다. 정희범·송언의 대표는 의사와 창업가 그 사이의 어느 메쯤에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두 명의 인터뷰이지만 답변을 나누지 않았습니다. 항상 한의사 얘기는 정 대표, 치과의사 얘기는 송 대표의 답변입니다. 개인적인 사연을 포함해, 꼭 필요한 경우에는 괄호로 (정) 또는 (송)으로 표기합니다.)
-프사 사진은 의사 가운 입은 사진인지요. 세칭 ‘의사물’이 덜 빠진건 아닌지요.
“저희팀 특징은 대표가 겸업을 안 하고 있다는 겁니다. 주변에 창업한 의사 선후배들 가운데 풀타임으로 하는 분들이 그렇게 많지 않더라고요, 생각보다. 본업인 의사나 약국 하면서, 파트 타임하시면서, 스타트업에 도전하는 분들요. 우리 둘은 처음 창업할 때부터 겸업 안 했습니다.”
“(정)임상 놓은 지가 좀 오래되서요. 의사 가운을 입은 사진은 없네요. (송)저도 카톡이나 페이스북에서 의사 가운 입은 건 하나도 없네요. 그런데 회사 내에 구성원과 하는 메신저하는게 있는데 거기 프사는 의사 가운이네요. 회사 내에선 제가 의사라는걸 자꾸 잊는거 같아서요.”
-겸업을 안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스타트업 해보니까 거의 주 70시간 정도 집중하지 않으면 성공하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스타트업은 사회에 덜 익숙한 모델에 도전하는거잖아요. 덜 익숙한 모델을 상대방한테 설득하려면, 결국은 능력이 진짜 너무나 탁월하거나, 아니면 시간을 엄청 많이 쓰거나 둘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시간이 너무 부족합니다. 도저히 틈이 날 수 없다. 풀타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정) 예를 들어서 저는 창업하기 전에 테스트 기간을 한 1년 반 정도는 가졌습니다. 진짜로 내가 할 능력이 되나 궁금해서요. 그런데 사업적 거래를 하려고 하거나, 투자자 분들이라도 잠깐 만나자고 하면, 그분들이 다들 만나자는 시간은 오전, 오후 시간이니까, 제가 환자를 봐야하는 시간입니다. 자칫 ‘이 사람이 진지하지 않구나’라고 생각하는 투자자분들도 계시고요. 벌써 한계를 좀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플랫폼 사업에 아예 집중하기로 마음 먹지 않으면 상대한테도 예의가 아니겠구나라는.”
“(송)비슷한 생각입니다. 저나 정 대표님이나 되게 욕심이 많은 사람이에요. 지금은 풀타임이 아니라 밤 12시, 새벽 한 두시까지 할 때도 많은데, 겸업이면 이 정도까지 성장 속도가 안 나왔을 것 같아요. 지금도 사실 저희 욕심만큼은 성장세가 나오고 있지 않고 있거든요. 겸업? 지금 상황으로서는 상상도 못할 것 같아요. 겸업했으면 아마 망하지 않았을까요. 왜냐하면 저희랑 좀 비슷한 걸 하려는 치과의사나 한의사 분들이 많았지만, 현재 살아남은 건 저희인데, 이렇게 열심히 안 했으면 저희도 아마 도태됐을 겁니다. (정)물의 온도 100도와 99도는 다른 것처럼, 풀타임이랑 파트타임은 너무 달라요.”
-송 대표님은 원래 연대 기계공학과 출신이죠?
“(송)연세대 공대를 졸업한뒤에 치전에 갔습니다. 공학적 지식과 치과 지식을 함께 보유해서 이 일을 더 잘할 수 있습니다.”
-스타트업 창업할꺼면, 그냥 기계공학과 졸업하고도 가능했잖아요?
“(송)부모님이 특히나 싫어하셨죠. 지금 여자친구도 안정적인 길을 놔두고 나서, 왜 또다시 돌아가느냐고요. 근데 치과 의사가 돼서보니까, 문제점이 너무 많이 보이는 거예요. 커뮤니티나 치과의사 쪽에서 해결할 문제들이. 만약 공대 안 나왔으면 안 보였을 것 같은데, 근데 보이니까. 어머니는 항상 역마살이라고 하세요. 공대 갔다가 치전갔다가 또 사업했다가. 하지만 지금은, ‘이게 내 길이다’ 입니다.”
◇커피의 혁신보다 못한 한의사, 치과의사계.... 좋은 원두 찾는 길을 뚫는게 혁신
-한의사·치과의사에 페인포인트가 많아요? 세상 똑똑한 천재과들이 많은데, 자기들 일은 해결 못하는?
“(정)학생 때 학점을 따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많다고 해서 학교가 나아지지는 않지 않나요. 저희가 합치게된 계기도 그렇구요. 한의사나 치과의사나 모수가 조금 작다 보니까, 기존의 IT 트렌드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는 거대한 흐름에서 많이 소외가 돼있습니다. 이제는 소비재 시장이 오히려 의료 쪽으로 이렇게 점점 침투해오는 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한의사나 치과의사 본인들은 학술적인 것들은 굉장히 궁금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접근을 한다든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는 추세를 타긴 쉽지 않거든요. 한의원 운영할 때도 건기식이 갑자기 침투한다든지, 미국에서는 B2C 방식으로 치과 진료를 대체하는 신규 상품이나 서비스가 등장하든지. 누군가는 잡고 가야 혁신의 앞에 딱 설 수 있는데 너무 준비가 안 돼있었죠. (송)누구나 사실은 생각하던 건데 아무나 하지 않던 일들을 인티그레이션이 하고 있습니다. 되게 뻔한 문제인데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는 잘 안 했던 것 같아요.”
-한의사와 치과의사들이 당하면서 산다?
“주변에선 어떻게 해결한다는 거야, 이런 시선들이 처음에는 많았던 것 같아요. 예컨대 구매가 같은 경우요. 개인병원이 쓰는 의료기기가 지방이랑 수도권이랑 가격이 달라요. 지방 가면은 880만 원인데 서울에서 사면 770만 원이고. 가격 불투명성요. 약재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구한테 사면 싸다’고 해서 가보면, 실질적으로는 명세표 보면은 다른 걸 비싸게 해서 가격을 맞춰놓고요. 한의원이나 치과가 항상 당하는 포지션이 있는데, 정작 본인들 끼리도 그런 정보들을 투명하게 공유하지도 않구요. 문제는 자기 업장이 있으니, 내 한의원이랑 옆에 있는 한의원이랑 경쟁 상대이기도 하고요. 협업하는 구조를 좀 만들기가 어려운 거죠.”
“한의사가 한의원 경영할 때 하기 싫은 일을 전부 다 모아다가, 누군가 대신 모두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의원에는 그런 역할하는 프랜차이즈가 있긴한데, 수수료율이 매출의 한 20% 정도 됩니다. 영업이익의 20%가 아닌, 매출의 20%면 엄청난 겁니다. 반대로 보면, 니즈는 확실하게 있던 거였죠. 그렇다고 프랜차이즈 방식으론 20~30개 한의원은 혁신하겠지만, 1만5000곳을 혁신하진 못하잖아요.”
“커피를 되게 좋아하는데 커피 산업 보면서도 그런 생각을 되게 많이 했어요. 옛날에는 맥심 모카골드, 이런 것밖에 없었지만 요즘은 원두를 직수입하는 곳들도 많아졌습니다. 가공하는 로스팅 기계를 보유하고요. 인테리어만 잘하고 커피를 내릴 줄만 알면 누구나 카페를 창업할 수 있는 시대가 됐습니다. 인프라가 훌륭해졌기 때문에, 이젠 외국을 나가봐도 우리나라 커피가 더 맛있다고 생각할 수준까지, 한국 커피 산업이 성장한 것 아닐까요.”
◇졸업하고 곧장 혼자 개업한 의사들..진료보다가 모를땐 어떻게 하나
-커피요? 한의사들이 정말 잘할 수 있는 의료, 그러니까 로스팅과 브랜딩 능력을 더 향상시킬 수 있도록, 인티그레이션은 뒷단에서 케냐산 등 온갖 원두와 기계를 제공해준다? 커피맛이 좋아지는 것처럼, 한의사의 의료 서비스 품질이 향상되다? 이런 논리?
“(정)맞습니다. 잘 정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한약재만 해도 다양합니다. 예컨대 원래는 식약처에서 수입 한약재를 한번 필터링을 해주잖아요. 근데 필터링이 다 안 된 채로 분명히 들어오는 한약재들도 없지 않을겁니다. 중금속 논란이라든지, 가짜 한약재 논란이라든지, 환자 사고라든지 문제가 터지면 그 책임은 한의사한테 있거든요. 억울한 측면이 있지만, 한의사가 방어하기가 너무 어려운 구조인 거죠. 약재를 생산하는 곳들도 어떻게 방어할지 어려워해요. 한의사와 약재 업체에 유전자 검사를 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해요. 유전자 검사 비용이 많이 싸졌어요. 유전자 검사, 성분 검사 등을 통해, 가짜 한약재 정도는 골라낼 정도로 기술은 되는데, 상용화가 안돼 있어요. 요즘 한약재를 생산하면 인티그레이션이 샘플 검사한 다음, 포장하고 한의사 분들한테 유통하는 사업도 합니다. 사실 명품 패션 시장에선 진짜, 가짜 확인하는거 다들 하던 거잖아요. 정품 검수하는 사업을요.”
-치과도 개원의가 70~80%쯤 되나요?
“(송)사실은 거의 동일하고요. 문화를 바꾸거나 치과 업계를 바꾸려면 결국 치과 의사가 해야합니다. 치과 의사의 눈으로는 당연히 이런 건데, 일반인 분들이 볼때는 아닌 경우요. 인터넷 서비스에서 버튼 문구를 정할때도 그렇구요. 업계 문화를 바꾸려면 직군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이 해결해야합니다. 요즘은 집을 구할 때도 모바일 커뮤니티가 있는데, 치과 업계에는 없었어요. 진료를 보다가, 모르는게 있을 수 있잖아요. 치과의사랑 한의사는 굉장히 특이한 대목이 개원의가 한 7~80% 돼요. 치과의사들은 페이 닥터가 아니라, 대부분이 개원을 하기 때문에 혼자 운영을 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러니 서로 소통도 하고 싶고 다른 개원의들도 궁금한데 서로 이해할 공간이 없었습니다.”
“구조적인 문제를 생각해보면 병원 수련하는 비율이 치과나 한의과 둘 다 좀 낮은 편이고요. 한 20~30%대밖에 되지 않으니까. 어떻게 보면은 학교 졸업하고 임상 현장에 바로 투입되는 거예요. 물론 실습은 다 시켜주지만 현장은 또 현장이잖아요. 속된 말로 그냥 병원 가서 까여가면서 배우는 게 아닌거죠. 지식 교류에 대한 수요가 많아요. 우리나라 의료기관 전체 숫자 가운데, 치과와 한의원이 47.5%로, 거의 절반이예요. 그렇게 개원의가 많습니다.”
-현장 경험 없이 개업한 의사들은 난감하겠네요.
“개원의는 사업적인 특성만 보면 소상공인의 특성과 상당히 유사합니다. 소상공인을 위한 식자재 인프라 시장이 그런 예입니다. 예를 들어서 식자재 하나 살 때 칼이랑 도마까지 한꺼번에 받고 싶어해요. 비용에도 상당히 민감하고요. 한의사나 치과 회사도 유사한 면을 보입니다.”
“(정)결국 의사니까 의료 지식이 가장 중요합니다. 제가 진료 시작했을 때 어려웠던 부분들을 다 정리한 자료가 있었거든요. 그걸 다른 한의사에게 배포했어요. 발목이 삔 환자가 왔을때, 어떻게 해야하는지 같은걸 모두 정리한거죠. 저는 당시 교수님이나 다른 전문의 분들, 다른 영역의 선생님들과 교류해서 자료를 만들고 배포한 거예요. 그때는 마케팅에 돈도 안 썼거든요. 근데 200명씩, 400명씩 가입하더라고요.”
오늘의 무료 콘텐츠는 여기까지이고, 전문은 유료 구독자에게 공개합니다. 유료 구독자는 2021년 3월 이후에 발행한 모든 콘텐츠를 볼 수 있습니다. 아래는 전문에 나온, 부제와 질문, 사진, 그래픽입니다. 유료 가입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58656 입니다. 감사합니다.
◇군대 대체복무의 경험, 그 공유가 한의사들에겐 필요했던 이유
-개원의를 위한 가이드북을 만든 셈이네요. 학생이 아닌, 선생님을 위한 교제같은?
-네이버 지식인과 같은 치과 의사를 위한 정보 커뮤니티?
-치대생들이 스터디 교재로 활용한다는 이야기도 들었어요.
-커뮤니티 다음은 커머스 도전이죠?
-의료기기 중간 판매업자들이 반발하거나, 비협조적이지 않나요?
-의사들을 위한 플랫폼이란게 성립 가능한 BM일까요?
◇“의사, 택시, 부동산중개... 기득권자라고 탓만 해선 안돼” “어느날 넌 혁신이 대상이야라고 하면 얼마나 무섭겠나”
-대형 호텔의 유명 셰프가 개업해도, 맛은 최고일지라도 성공 못할 수도 있죠. 혼자 경영을 너무 어려워서.
-보통 의료 스타트업들은 의사들과 갈등을 겪는 경우가 흔합니다.
-의사, 택시, 부동산중개… 그러고 보니 면허 비즈니스업계는 항상 스타트업과 갈등하네요.
-타다의 창업가가 먄약 택시 기사 출신였다면, 상황이 달랐을 수 있다?
◇꿈의 크기는 기업밸류 15조원... “대한민국의 또하나의 보건복지부가 되고 싶다” “네이버에서 업자가 쓴 의료정보말고, 환자들이 의사의 진짜 정보 보도록 하는 것”
-두 개의 스타트업이 합병해서 하나의 스타트업이 되는 경우는 흔한 경우는 아닙니다.
-꿈의 크기는 어느만큼 됩니까.
-의사들이 보는 의료 정보 커뮤니티를 만든거잖아요. 그 정보, 일반인은 보면 안되나요?
-미국 등 해외는 우리처럼 짝퉁 의료 정보가 인터넷을 장악하지는 않았죠.